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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me pick me pick me up
  • 안정환
  • 승인 2018.03.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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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했던 종류의 차가 자신을 선택하라고 유혹해댄다. 그냥 덩치 차라고 치부하기엔 경제성과 활용성 그리고 디자인 등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사물의 크기에 집착하는 것을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쓸데없이 크기만 큰 것들, 절대 내 타입이 아니다. 뭐든 아기자기하고 옹골진 게 좋다.(집과 통장잔고는 크고, 넘쳐났으면 좋겠지만…) 자동차도 마찬가지, 우락부락 덩치 큰 차보다 작고 가벼운 차를 선호한다. 가지고 노는 맛이 좋을 것이며, 연비도 분명 더 높을 것이다. 물론 사이즈가 아담하니 가격도 대체로 저렴할 터. 어쨌든 재미와 실용성을 따지는 나는 ‘소형파’다. 아쉽게도 현재는 국산 중형세단을 몰고 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유럽산 핫해치로 갈아타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확고한 내 성향은 일편단심 민들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육중한 덩어리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핫해치는 마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 어마무시한 덩치가 내 구매욕을 자극하면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월 나온 쌍용의 ‘렉스턴 스포츠’가 그 주인공이다. 자사의 기함 SUV G4 렉스턴을 기반으로 만든 오픈형 SUV이며, 쌍용의 픽업트럭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믿기지 않는다. 쌍용? 최근 소형 SUV 티볼리로 한층 젊어진 감각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나의 관심 브랜드는 아니다. 그렇다면 렉스턴 스포츠는 도대체 무엇이 매력적이란 말인가? 일단 가격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시작가격이 2320만 원으로 SUV 모델 G4 렉스턴보다 약 1000만 원 더 저렴하다. 물론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선택사양을 더하면 3000만 원 초반까지 오르긴 한다.

그러나 지금은 국산 소형 SUV도 온갖 옵션을 더하면 3000만 원까지 육박하는 시대가 아닌가. 차급과 활용성만 놓고 본다면, 너무나도 합리적인 가격이다. 더욱이 렉스턴 스포츠는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로 분리돼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 개인 사업자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 등의 경제성까지 갖추고 있다. 생긴 건 승용 SUV에 가까운데 1톤 트럭과 같은 혜택을 누리는 셈.
 

구매욕을 자극하는 렉스턴 스포츠. 국산 픽업이 내 마음을 흔들줄이야…

사실 이는 과거 무쏘 스포츠나 코란도 스포츠 등에서도 누릴 수 있던 혜택이다. 그러나 렉스턴 스포츠는 이전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른 스타일링에 다양한 사양들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품격이 달라졌다. 이제는 멋스러운 수입 픽업트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정도로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온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덩치 큰 것에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렉스턴 스포츠는 보기 좋게 사이즈를 키웠다. 길이×높이×너비가 각각 5095×1840×1950mm, 휠베이스는 3100mm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길이가 105mm, 높이 50mm, 너비는 40mm 더 증가했다. 휠베이스 역시 40mm 늘어났다. 실물로 보면 거대한 체구는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대형 화물차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국산차에서 이렇게 위압적인 차는 처음이다. 

차량 곳곳에 새겨진 라인에는 듬직함이 배어있다. 높게 치솟은 보닛라인과 길게 뻗은 라디에이터그릴 등이 어우러져 웅장함을 드러내고, 앞뒤 휠아치를 감싼 라인에는 강인한 힘이 응축되어 있다. 뒤에 달린 오픈형 데크도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지 않고 전체적인 디자인과 조화를 잘 이룬다. 무엇보다 데크의 용도는 짐을 싣는 것. 1011L의 용량에 400kg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고 돈 아깝게 배송서비스 받을 필요 없다.

그냥 모조리 뒤쪽 데크에 싣고 오면 그만이다. 오히려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의 요청이 끊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주말에는 여기에 MTB 자전거를 싣고 산과 들로 떠나도 좋겠다. 각박한 현대인들은 머리로만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꿈꾸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Life Is Op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닫혀있던 모든 것들을 열어라!’라고 외친다. 
 

G4 렉스턴과 같은 인테리어지만 몇 군데 소재가 바뀌었다

실내로 들어서기 위해 문을 열자, 차체 아래에서 계단이 ‘스윽’하고 나온다. 단번에 오르기 쉽지 않은 높이지만 전동식 사이드스텝 덕에 타고 내리기가쉽다. 물론 130만 원을 추가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선택사양이다.(고정식 사이드스텝은 35만 원) 높디높은 운전석에 오르면 뻥 뚫린 시야가 펼쳐지고, 눈높이는 시내버스 기사님과 나란히 한다.

처음엔 높은 시트포지션이 어색할 수도 있는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아래로 푹 꺼진 승용차 시트보다는 편하게 느껴진다. 나파가죽으로 덮인 시트는 소파처럼 푹신푹신하고, 히팅 및 통풍기능까지 갖췄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대시보드에 새겨졌던 퀼팅 장식만 제외하면 기존 G4 렉스턴과 똑같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마찬가지. 

SUV 모델에 사용된 것과 같은 9.2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는다. HD급 해상도로 시인성이 좋고,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미러링 기능도 갖추는 등 최신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차가 나름 깨알재미도 갖추고 있다. 계기판 안에서 몇 가지 사운드 설정이 가능한데, 방향지시등 깜빡이는 소리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선택했다. 자연친화적인 사운드가 나름 신선했다.
 

직각에 가까웠던 2열 등받이가 제법 누웠다

그동안 쌍용 픽업트럭 모델들의 단점으로 꼽혔던 좁은 2열 공간도 개선했다.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뒷좌석 거주성을 높인 것이다. 특히 픽업트럭은 구조 특성상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많이 눕히기 어려운데, 렉스턴 스포츠는 시트를 앞쪽으로 살짝 당기면서 등받이 각도를 뒤로 좀더 눕혔다. 

작은 차를 선호하지만, 사실 픽업트럭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상남자로 빙의해 오프로드를 마구 달려보는 것. 마치 미국영화에 등장하는 마초적인 주인공처럼. 특히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매튜 맥터너히가 닷지 램 픽업트럭을 타고 옥수수밭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기 위해 인천 영종도 오성산을 찾았다. 옥수수밭은 아니어도 드넓은 황무지가 펼쳐져 미국 서부 느낌을 제대로 내는 곳이다. 또,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하기에도 제격인 장소다. 
 

고급사양에는 번쩍이는 20인치 스퍼터링 휠이 들어간다

기어노브 뒤편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네바퀴굴림 고속 기어(4H)로 변경하고 오프로드로 들어선다. 프레임보디와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할 때다. 차체가 이리저리 요동치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주저 없이 달린다. 덩치에 비해 다소 작은 직렬 4기통 2.2L 디젤엔진을 품고 있어도,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이 2.1톤에 이르는 거구를 나름 가뿐하게 이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도 출력이 부족한 느낌은 전혀 없다. 높은 차고 덕에 웬만한 험지는 가뿐하게 넘어버린다. 울퉁불퉁 굴곡진 자갈길을 아무렇지 않게 달리고, 살짝 튀어 오른 바위도 그냥 밟고 지나간다. 이 정도는 4H로도 손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보다 하드코어한 험로를 공략할 때는 4L 기어로 바꾸면 된다. 낮은 속도에서 더욱 굵직한 힘을 네 바퀴에 전한다. 
 

엔진 역시 G4 렉스턴과 같지만, 출력은 살짝 더 낮다

오프로드에선 물 찬 제비였지만 매끄러운 온로드에선 살짝 맥이 풀리는 느낌이다. 가속이 더딘 편이고, 몸놀림은 둔하다. 스티어링 휠을 재빨리 돌리면, 차체 한쪽이 깊숙하게 주저앉았다가 일어난다. 좌우 롤링과 앞뒤 피칭이 크다는 얘기다. 무거운 프레임보디에 낭창낭창한 서스펜션 조합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화물차 혜택을 누리는 차에 달리기 실력을 논하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쌍용차가 이 차에 ‘오픈형 SUV’라는 타이틀을 내걸었기 때문에 따져볼 필요는 있다.

승차감은 과거 쌍용 픽업트럭들에 비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긴 했으나 역시 장거리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노면 흐름에 따라 자꾸 머리가 흔들려 멀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도 외부소음은 꽤 잘 걸러낸다. 디젤엔진이지만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은 크지 않다. 쌍용차에 따르면, 새롭게 개발한 방진고무 마운트 8개를 프레임 위에 깔아 진동을 줄이고, 펠트 소재 휠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노면소음을 차단했다고 설명한다.
 

저기 반짝 빛나고 있는 크롬 라인이 G4 렉스턴 앞모습과 다른 점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렉스턴 스포츠는 여러모로 꽤 만족스러운 차였다. 특히 경제성과 다양한 활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덩치 큰 픽업트럭에 전혀 관심 없던 나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쌍용은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그리고 이번 렉스턴 스포츠를 통해 SUV 명가를 넘어 픽업트럭 명가로도 거듭났다.

그리고 렉스턴 스포츠의 뛰어난 상품성은 판매량을 통해서도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계약대수 1만 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티볼리가 일으켜 세운 회사를, 렉스턴 스포츠가 기틀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셈. 더불어 올해 안으로 데크 길이를 늘인 롱보디 버전을 추가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도로 위의 풍경이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SSANGYONG REXTON SPORTS 
 
가격 3058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095×1950×1840mm
휠베이스 3100mm
엔진 직렬 4기통 2157cc 디젤
최고출력 181마력/40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
변속기 자동 6단(아이신)
무게 2100kg
연비(복합) 9.8km/L
CO₂ 배출량 199g/km
서스펜션 (앞) 더블위시본 (뒤) 5링크 다이내믹
브레이크 (앞) V디스크  (뒤) 디스크
타이어(앞/뒤) 255/5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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