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멋쟁이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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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멋쟁이 로맨티스트
  • 최윤섭
  • 승인 2018.02.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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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의 아름다움과 쿠페의 스포티한 매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모델. 누군가 한 마디 덧붙인다. “정말 ‘한 자세’ 합니다. 멋져요. 자동차가 선사하는 최고의 낭만입니다. 물론 추워도 지붕은 열고 다닙시다

겨울이 점점 깊어지면서 역대급 추위가 몰려온다며 연일 기상청이 한파경고를 쏟아낸다. 그렇지 않아도 시승 때마다 북극 한기가 얼굴을 할퀴고 손발을 꽁꽁 얼렸는데, 그래서 언제부터 기상청 발표가 이렇게도 정확했냐며 불만을 터뜨렸는데, 오늘이 절정이란다. 머피의 법칙은 왜 나에게만 떨어지는 걸까? 더욱이 오늘은 뚜껑 열고 달려야 하는데….

컨버터블을 탈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10년이 지나도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한겨울일지라도 컨버터블을 탈 때는 시원하게 뚜껑을 열어젖혀야 해. 파란색 차체 위로 살짝 흩날리는 붉은색 스카프 조합을 상상해봐. 이런 게 멋 아니야? 말로만 인간과 자동차가 한 몸이 된다고 하지 말란 말이지. 이게 바로 일심동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야. 그렇기에 무조건 지붕을 열어야 해. 하나 더. 내복은 금물이다. 춥다고 내복 입고 운전하면 안돼. 스타일도 죽고, 운전할 때 불편해.” 
 

춥지 않았다. 그냥 시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춥다. 지붕 열고 달리는 차 안으로 칼바람이 들이쳐 그런 게 아니다. 윈도를 올리고 히터 송풍구를 조절하면 따뜻하다. 추위는 근원적인 문제다. 그냥 기온이 북극이고 공기가 남극이다. 냉기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멀스멀 파고든다. ‘멋 부리다가 얼어 죽는다’는 어른들 말씀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건 확실하다. 사진으로도 알겠지만 내복에 두꺼운 파카까지 두르고 운전했음을 시인한다. 

직렬 4기통 1998cc 트윈파워터보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ㆍm를 쏟아낸다. 자동 8단 기어박스와 함께 힘차게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시속 250km, 0→시속 100km 가속 6.3초. 하물며 지붕을 열고 달리면 체감속도는 더하다. 슬쩍슬쩍 느껴지는 매서운 바람이 귓가를 자극하고 뒤에서 들려오는 배기사운드가 차체를 더욱 힘차게 밀어댄다. 여기에 푸르름까지 담은 BMW 430i의 푸트워크는 더욱 경쾌해진다. 차체는 도로를 강하게 움켜쥐려는 듯  자세를 낮춘 채로 저 멀리 앞서 달리는 차를 끊임없이 뒤로 밀어낸다. 
 

“털옷만 보이지 않았다면 지중해 스타일인데…”

같은 파워라도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의 맛은 다르다. 디젤엔진의 툭툭 때리는 움직임이 묵직하다면 가솔린엔진의 맛은 통통 튀는 가벼운 발걸음이다. 디젤엔진이 순간적으로 토해내는 화끈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가솔린엔진은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밀어붙이는 끈기가 매력이다. 252마리의 준마가 뒤에서 화끈하게 미는 430i는, 상쾌하게 출발하고 매끄럽게 속도를 붙여나간다. 때때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용맹하게 속도를 높인다. 바닥에 바싹 깔린 차체, 그래서 유난히 더 크고 두꺼워 보이는 앞 225/40 R19, 뒤 255/35 R19 타이어와 짧은 스트로크 세팅으로 튜닝한 서스펜션, 즉각적 반응의 스티어링 등 3박자가 박자를 맞추며 빼어난 핸들링을 선보인다. 조금 과격하게 코너로 들어섰다고 생각한 순간, 그래서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는 순간, 느낄 듯 말 듯 꽁무니가 흔들렸지만 이내 자세를 잡는다. 얽히고 설킨 헤어핀 코스에서도 자세를 잃는 법이 없다. 430i는 어중간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스티어링과 바퀴는 약간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은 채 드라이버의 눈길이 가는 자리를 꼿꼿이 지켰고, 단단한 서스펜션은 어떤 상황에서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텨낸다. 
 

그리고, (다시 뚜껑을 닫은 상태이기에) 상대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여전히 430i를 몰고 있다. 지붕을 닫아도 나름 멋과 맛이 가득하다. 작은 체구 안에 오밀조밀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아담한 실내 역시 맘에 든다. 운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드러냈고, 안전장비 등 나머지 시스템은 곳곳에 숨겨 놓았다. 하드톱을 닫아도 430i는 육상선수다. 수퍼카 혹은 트랙용 스포츠카처럼 펄펄 나는 건 아니지만 지치는 기색 없이 매끈하게 달린다. 느슨해지는 낌새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4기통 가솔린엔진 트윈파워 터보는 정신 없이 파워를 만들어내며 8단 자동기어박스와 함께 430i를 밀고 또 밀어낸다. 아늑하게 달리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패기도 좋다. 

그래서 컨버터블의 아름다움과 쿠페의 스포티한 매력을 한껏 누렸다고 결론을 내리려는 찰라, 후배가 한 마디 던진다. “정말 ‘한 자세’ 나와요. 정말 멋져요. 정말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낭만이에요. 뚜껑 닫았을 때도 괜찮지만, 컨버터블은 정말 열고 다녀야 한다니까요!”를 돌림노래처럼 반복한다. 물론, 평상시 잔소리해대는 선배를 일부러 놀리려는 의도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후배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깔끔하고 간결하다

BMW는, ‘감각적인 쿠페나 컨버터블로 구성된 BMW 짝수 시리즈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모델을 대변한다’고 강조한다. 430i도 마찬가지. 우아한 라인의 긴 보닛, 앞바퀴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내 유난히 짧아 보이는 오버행, 앞바퀴 펜더에서 출발해 테일램프까지 굵게 이어진 캐릭터라인 등, 낮고 길고 늘씬한 몸매의 모델에게 런웨이용 맞춤의상을 제대로 입혔다. 서있어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고, 달리면 실제보다 더욱 속도를 붙여주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그려냈다. 
얼굴의 LED 헤드램프에도 눈길이 가기는 마찬가지. 모든 BMW 4시리즈에는 풀 LED 헤드라이트 또는 어댑티브 풀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트윈 원형 헤드라이트는 육각형 디자인에 통합돼 세련미 넘치면서도 “나는 BMW”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또렷한 속 쌍꺼풀로 표현한 방향지시등 역시 개성미 넘친다. 
 

컬러 조합이 환상적이다

오렌지 혹은 옅은 브라운 컬러(BMW는 이 컬러를 코냑 다코타라고 표현한다) 가죽으로 뒤덮인 시트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욱 화사하다. 지붕을 걷었을 때 하늘을 머금은 파란색 차체와 햇빛에 반사되는 가죽시트 조합이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 없을 정도. 대시보드 및 센터콘솔 패널의 검정과 공조 및 오디오 제어시스템 테두리의 크롬 컬러, 도어트림의 코냑 다코타 컬러가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실내를 연출한다. 반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시프트 및 세미 버킷시트는 화끈한 주행성능을 암시한다. 대시보드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헤드업디스플레이 시인성이 좋아 운전도 편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컨버터블이다. 뒷좌석이 좁다는 말은 이제 그만. 

430i 컨버터블이 대량 판매모델은 아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의 멋과 맛을 아는 마니아를 위한 모델이다. 그렇기에 이런 이유로 사야 하고, 저런 이유로 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한겨울의 낭만까지 즐길 수 있는 로맨티스트라면 구입리스트에 당연히 올려야 하는 모델이다. 

BMW 430i CONVERTIBLE m sport
가격 773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640X1825X1365mm
휠베이스 2810mm
엔진 직렬 4기통 1998cc, 트윈파워터보 가솔린엔진
최고출력 252마력/5200rpm
최대토크 35.7kgㆍm /1450~4800rpm
변속기 자동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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