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박스카라는 용어는 순전히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 실제 일본에 가보면 상자처럼 네모난 형태의 차들이 많이 굴러다닌다. 대개 작은 경차나 경승합차에 이런 스타일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박스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완전히 네모꼴에 가까운 닛산 큐브가 등장하면서 박스카로 부르기 시작했다. 네모난 형태의 차는 꽃이나 세탁물 배달 등 높이가 필요한 차의 수요에 의한 것. 여기에 패션을 접목한 것이 큐브. 애초 경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외관에서는 기아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호랑이 이빨’ 프론트 그릴이 눈에 띈다. 차체에 비해 크고 길어 정말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눈매는 매섭지 않지만 귀엽지도 않다. 상당히 곧추세운 A필러가 박스카 이미지를 더한다. 가장 큰 특징은 B필러가 없다는 것. 앞 스윙 도어는 90도 각도로 열리고 뒤 슬라이딩 도어는 미닫이처럼 크게 열린다. 승하차시의 개방감이 무척 크다.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들은 계단을 하나 밟고 지나가는 기분으로 오르내릴 수 있겠다.
시트 아래 트레이와 센터 콘솔 수납장 등 곳곳에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앞 천장 쪽의 루프 콘솔이 눈에 띈다. 사이즈가 조금 큰 소지품을 두기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급제동을 조심해야 할 듯. 앞에 그물망이 있지만 급제동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아이가 탔을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할 것. 뒷좌석으로 가면 공간감은 더 크다. 2열 시트는 200mm 정도 조절할 수 있고 6:4 분할 폴딩이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동 4단 기어는 의외로 수동변속 기능을 갖추고 있다. D 레인지로만 달리기 심심하거나 생각보다 가속이 안 될 때, 2, 3단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2단에서는 시속 80km, 3단에서는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다. 3단에서 달리기가 탄력이 있다. 원하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rpm을 계속 높게 써야 한다는 게 이 작은 엔진의 한계다.
너비가 작은 톨보이 스타일이므로 코너 진입 전에는 최대한 속도를 낮추는 게 좋다. 보통의 속도에서 휘청거리는 느낌은 없다. 인상적인 것은 오히려 브레이킹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고 잘 멈춰 선다. 응답력이 좋은 데다 멈춰선 다음의 자세도 괜찮다.
기아 레이는 굳이 박스카의 범주로 보지 않더라도 미니 크로스오버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고급화에 대한 논란으로 보인다. “경차라고 해서 고급 장비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게 기아의 논리이지만 “경차는 좀 싼 맛으로 구입할 권리”가 소비자에게도 있는 것은 아닐까. 고급 장비는 상위 트림에 달더라도 베이식 모델은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왔으면 하는 것. 아무튼 기아는 레이 전기차 모델에 이어 터보 모델도 곧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경차 시장은 물론 우리 승용차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레이의 등장은 환영할 일이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FACTFILE
KIA RAY PRESTIGE
가격 1천495만원
크기 3595×1595×1700mm
휠베이스 2520mm
무게 998kg
엔진 3기통, 998cc, 휘발유
최고출력 78마력/6400rpm
최대토크 9.6kg·m/3500rpm
연비 17.0km/L
CO₂ 배출량 137g/km
변속기 4단 자동
서스펜션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 디스크
타이어 175/50 R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