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레이, 한국형 박스카는 미니 CUV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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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 한국형 박스카는 미니 CUV를 지향한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2.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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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는 경차 혜택과 더불어 다양한 공간 활용성을 내세운다. B필러가 없고 뒤 슬라이딩 도어가 특징. 유치원생 자녀를 둔 가정에 어울려 보인다

기아 레이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먼저 본 그대로. 이것이 아마 박스카의 특징이 아닐까. 굴곡이 적기 때문에 이미지의 왜곡도 별로 없는, 최근 수입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닛산 큐브를 통해 박스카의 개념은 이미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기아 레이는 오히려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을까. 물론 기아 레이는 박스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박스카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큐브와 비교를 할 것이다. 이런 경우, 나중에 등장하는 모델은 독창성을 의심받게 되고, 카피 의혹에 시달릴 수 있다. 차별화가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기아 레이는 닛산 큐브와 어떻게 다른가. 우선 레이는 경차 규격에 따라 만들었고 1.0L 엔진을 얹었다. 큐브는 일본에서도 경차 규격을 넘어서는 차체 크기와 1.8L 엔진(일본 경차 규격은 배기량 660cc 이하)을 얹고 있다. 그리고 레이는 B필러가 없는 구조로 뒤 도어가 승합차처럼 슬라이딩으로 여닫힌다. 해치 게이트 또한 큐브는 옆으로 열리는 스윙 도어 타입인데 반해 레이는 위로 여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박스카라는 용어는 순전히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 실제 일본에 가보면 상자처럼 네모난 형태의 차들이 많이 굴러다닌다. 대개 작은 경차나 경승합차에 이런 스타일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박스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완전히 네모꼴에 가까운 닛산 큐브가 등장하면서 박스카로 부르기 시작했다. 네모난 형태의 차는 꽃이나 세탁물 배달 등 높이가 필요한 차의 수요에 의한 것. 여기에 패션을 접목한 것이 큐브. 애초 경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아 레이는 우선 경차 규격에 맞게 개발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취득세와 공채 면제, 낮은 자동차세,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의 경차혜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어쩌면 판매 간섭이 생길 수 있는 쏘울과 구분되는 요소다. 레이(ray)는 빛, 한 줄기 희망이라는 의미. 삶을 더 밝게 해주는 차라는 뜻을 담았다. 국내 마케팅팀장 서춘관 이사는 레이의 고객층으로 “영유아 자녀를 둔 고객, 스타일 및 공간 니즈가 있는 전문직 및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외관에서는 기아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호랑이 이빨’ 프론트 그릴이 눈에 띈다. 차체에 비해 크고 길어 정말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눈매는 매섭지 않지만 귀엽지도 않다. 상당히 곧추세운 A필러가 박스카 이미지를 더한다. 가장 큰 특징은 B필러가 없다는 것. 앞 스윙 도어는 90도 각도로 열리고 뒤 슬라이딩 도어는 미닫이처럼 크게 열린다. 승하차시의 개방감이 무척 크다.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들은 계단을 하나 밟고 지나가는 기분으로 오르내릴 수 있겠다.

운전석에 앉으면 버튼 시동키, 히티드 스티어링 휠, 7인치 내비게이션(옵션)등 고급 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6개의 에어백과 차체자세제어장치(VSM), 경사로밀림방지장치 등이 모두 기본장비라는 게 놀랍다. 경차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좋은데 슬그머니 가격 걱정이 앞선다. 센터 페시아에 기어박스를 달아 전체적인 대시 패널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이 부분이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큐브는 허전할 정도로 넓은 느낌. 레이의 운전석은 꽉 찬 느낌이다.

시트 아래 트레이와 센터 콘솔 수납장 등 곳곳에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앞 천장 쪽의 루프 콘솔이 눈에 띈다. 사이즈가 조금 큰 소지품을 두기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급제동을 조심해야 할 듯. 앞에 그물망이 있지만 급제동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아이가 탔을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할 것. 뒷좌석으로 가면 공간감은 더 크다. 2열 시트는 200mm 정도 조절할 수 있고 6:4 분할 폴딩이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달리기 시작하면 경차다운 경쾌함과 더불어 작은 힘으로 애쓰는 소리가 들린다. 1.0L급에서 78마력의 수치는 그리 빠지는 것은 아닌데, 토크가 받쳐주는 힘이 약하다. 그 소리는 처음에 안쓰럽다가 어느새 ‘제법’이라는 느낌으로 바뀐다. 조바심만 내지 않는다면 그렇다. 자신이 타고 있는 차가 경차라는 사실을 자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자동 4단 기어는 의외로 수동변속 기능을 갖추고 있다. D 레인지로만 달리기 심심하거나 생각보다 가속이 안 될 때, 2, 3단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2단에서는 시속 80km, 3단에서는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다. 3단에서 달리기가 탄력이 있다. 원하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rpm을 계속 높게 써야 한다는 게 이 작은 엔진의 한계다.


너비가 작은 톨보이 스타일이므로 코너 진입 전에는 최대한 속도를 낮추는 게 좋다. 보통의 속도에서 휘청거리는 느낌은 없다. 인상적인 것은 오히려 브레이킹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고 잘 멈춰 선다. 응답력이 좋은 데다 멈춰선 다음의 자세도 괜찮다.

기아 레이는 굳이 박스카의 범주로 보지 않더라도 미니 크로스오버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고급화에 대한 논란으로 보인다. “경차라고 해서 고급 장비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게 기아의 논리이지만 “경차는 좀 싼 맛으로 구입할 권리”가 소비자에게도 있는 것은 아닐까. 고급 장비는 상위 트림에 달더라도 베이식 모델은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왔으면 하는 것. 아무튼 기아는 레이 전기차 모델에 이어 터보 모델도 곧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경차 시장은 물론 우리 승용차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레이의 등장은 환영할 일이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FACTFILE
KIA RAY PRESTIGE
가격 1천495만원
크기 3595×1595×1700mm
휠베이스 2520mm
무게 998kg
엔진 3기통, 998cc, 휘발유
최고출력 78마력/6400rpm
최대토크 9.6kg·m/3500rpm
연비 17.0km/L
CO₂ 배출량 137g/km
변속기 4단 자동
서스펜션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 디스크
타이어 175/50 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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