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GT2 RS, 상상력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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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GT2 RS, 상상력 파괴자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8.01.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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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마력, 뒷바퀴굴림,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주행성능이 가장 극단적인 991시리즈 911을 동급 최고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새 911 GT2 RS는 도대체 얼마나 빠를까? 공식적으로는 뉘르부르크링 한 바퀴를 6분47초3에 돌았다. 어쨌든, 이번 시승의 근거지 포르쉐 실버스톤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얼굴을 내민 자동차경주 선수 리처드 앳우드(Richard Attwood)는 ‘겁나게 터무니 없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GT2 RS가 어느 정도 터무니 없는 차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911 라인업의 다른 차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출력을 네 바퀴 모두에 쏟아내면서도 편안하고 펀치력 있으며, 비교적 수월하게 달리는 911 터보가 있기는 하다. 또 GT3과 앞으로 나올 GT3 RS처럼 누구도 모방하지 않지만 페라리 스페치알레나 스쿠데리아 등과 같은 날카로움, 운전재미, 서킷 지향 설정과 온갖 놀라움을 지닌 차들에 담긴 정신에 가장 가까운 GT 모델들이 있다.
 
 

GT2 RS는 양쪽 중 어느 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두 성향 모두를 무색하게 만들려는 특성이 강하다. 두 종류의 차들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더 특정한 성격에 집중하고 있다. 양쪽 세계에서 최고를 뽑아냈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양쪽 세계의 파괴자 역할을 자처한다. 

 

GT2 RS는 700마력(7000rpm에서 나온다)의 최고출력을 3.8L 터보차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에서 끌어내 7단 PDK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한다. 심지어 터보 S보다 120마력이라는 꽤 놀라운 출력상승은 더 커진 한 쌍의 새 터보차저와 티타늄 배기시스템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흡기 냉각장치에는 차체 앞 트렁크쪽 분사에 쓰는 물을 보충할 수 있도록 작은 탱크가 있다. 포르쉐는 PDK 역시 맞춤조율 했다고 한다. 아마도 73.7kgㆍm에 이르는 토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손질했을 것이다. 리터당 185마력에 이르는 힘 때문에 가장 반응이 느리고 회전수에 따른 출력 차이가 가장 큰 엔진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최대토크는 2250rpm부터 시작해 4000rpm까지 고르게 이어진다. 

 

다음으로 섀시를 살펴볼 차례. 섀시에는 아주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앞 서스펜션(늘 그렇듯 맥퍼슨 스트럿 구조로 되어 있다)에는 보조스프링이 있어, 앞 차축에 쓰인 주스프링을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구형 GT3 RS의 뒤쪽 서스펜션에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모델에도 같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썼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저지상고, 캠버, 토 각도, 롤바는 경주용트랙 주행을 위해 모두 약간씩 조절할 수 있다. 섀시는 모든 조인트가 로즈 조인트(구체 베어링 연결부. 로드 엔드 베어링, 필로우 볼 조인트 등으로도 불린다)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확성과 피드백은 탁월하지만 세련미는 형편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자인이 꽤 훌륭한 알로이 휠은 휠 아치를 끝까지 가득 채우고 있다. 휠에 끼운 타이어 역시 무척 크다. 265/30 R20 규격은 대단한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 뒷바퀴로 쓰기에 아주 알맞아 보인다. 그런데 이 규격의 타이어는 앞바퀴에 끼운다. 뒷바퀴에는 325/30 R21을 신겼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는 기본사항이다.

 

차체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붕은 마그네슘 합금이고, 보닛, 펜더, 일부 차체 뒤쪽 및 내부, 그리고 차체에 덧붙인 모든 부품들을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옵션인 바이자흐(Weissach) 패키지를 더하면 전체 중량에서 30kg 더 줄어든다. 지붕은 물론 앞뒤 스태빌라이저 바와 커플링 로드도 탄소섬유 소재. 덕분에 5.3kg 가벼워지고, 마그네슘 휠까지 선택하면 일반 버전 무게보다 11.5kg이 줄어든다. GT2 RS의 기본값은 20만7506파운드(약 3억330만 원). 바이자흐 패키지를 더하면 2만1042파운드(약 3080만 원) 더 비싸진다. 그러나 500대만 한정생산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새 차를 살 때 옵션을 선택하면 나중에 되팔 때에는 2만1042파운드(약 3억300만 원)이상의 가치를 돌려받을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GT2 RS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터무니없는 차-그 점은 인정하고 넘어가자-가운데 하나로 만드는 이유다. 사람들은 다루기 까다롭다는 점에서 과거의 GT2 RS에 불편한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포르쉐 소속 레이스 드라이버 닉 탠디는 올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차를 출발시켰을 때 2단 기어를 넣자 접지력을 잃어버려 무척 놀랐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처음 접하면 GT2 RS는 시끄럽다. 배기음을 요란하게 만들기 위해 빼버린, 그리고 실내-등받이를 탄소섬유로 만든 시트와 마그네슘 합금 롤케이지가 들어 있다-에서 많은 것을 떼어낸 덕분에 떼어낸 모든 것들 덕분에 무게는 1470kg에 불과하다. 이는 경주용 자연흡기엔진을 쓴 GT3보다 겨우 40kg 무거운 수치. 옆자리에 태울 사람이 있다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아는 사이거나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싫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시속 110km에서도 소음 때문에 소리를 질러야 한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춘 일반도로용 모델에 완벽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있는 포르쉐 아닌가? 

 

GT2 RS가 458 스페치알레나 현재의 911 GT3만큼 아주 유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이어 크기와 편평비, 단단한 정도를 고려하면, 원래 그래야 할 수준보다는 낫다(물론 상대적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다. 충격흡수라는 점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근처에도 못가지만, 일반적인 영국 시골길에서 GT2 RS의 움직임이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볼조인트를 쓰기는 해도, 스티어링은 거칠지 않고 단절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중량감이 가볍고 정보를 탁월하게 전달하는 반응이 뛰어나다. 갑자기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파워 스티어링’ 대회의 승자를 가리는 자리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 듯하다. 이 모든 특징 속에 출력이 차지하는 영역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원하는 모든 곳이 바로 그 영역이다. 터보랙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이 엔진은 경이적이다. 반응성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출력을 내는 터보엔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이다.
 
 

일정한 힘을 이끌어내려고 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힘이 회전수에 관계없이 7200rpm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뿜어져 나온다. 매 순간 하이퍼카에 걸맞게 반응이 뛰어나고 즉각적이다. 시승은 실버스톤에서 시작해 밀브룩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내셔널 서킷을 몇 바퀴 도는 것으로 마무리. 시골길에서 911 GT2 RS의 제어능력은 훌륭했다. 밀브룩 고속주회로에서의 흉포한 성능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넓고 평평한 레이스트랙에서의 차분함과 민첩성, 쉽게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은 탁월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터무니 없음은 대부분 억제되어 있다가 원하는 때에만 터져나온다. 심지어 어떤 방식으로 차를 다루더라도 까다롭지도, 난폭하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물론 나는 포르쉐가 ‘다듬는’ 일밖에는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성능을 갖춘 차까지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차가 ‘최고의 차’라고 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다. 좀더 가볍고 회전수를 높게 쓸 수 있는 GT3으로 서킷을 달리면 조금이나마 더 뛰어난 반응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도로에서는 GT3, 나아가 GTS로도 유연함과 충분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GT2 RS는 특정한 조건에 어울리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911을 완벽한 스포츠카로 정의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터무니 없는 환경에 어울리는 차다. 이런 성격의 차는 GT2 RS뿐이다. 
 
 
 
PORSCHE 911 GT2 RS
가격 20만7506파운드(약 3억330만 원)
엔진 6기통, 수평대향, 3800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700마력/7000rpm
최대토크 73.7kgㆍm/2250~4000rpm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무게 1470kg
0→시속 100km 가속 2.8초
최고속도 시속 340km
연비 7.7km/L(복합)
CO2 배출량 269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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