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발표한 T로 시작하는 이름의 SUV는 작고, 조금은 쿠페를 닮았다. 예상과 달리 운전재미는 기가막히다
T-록은 아주 넓고 대담한 가로선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과 폭스바겐그룹의 모듈 플랫폼으로 만든 MQB 구조가 특징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모든 표준화 작업과 충돌안전 규제 투성이인 요즘 세상에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관련??제한들을 고려하면, T-록은 개성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존재다. 위쪽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내려가는 루프라인, 루프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광택 처리한 알루미늄 곡선 그리고 좁은 옆 유리 모두 쿠페 스타일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높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크로스오버 모델의 진취적인 모습을 살리고 있다.
T-록 스포트 모델의 경우 지붕을 차체와 대조되는 네 가지 색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색 조합은 모두 24가지에 이른다). 실내 대시보드와 콘솔 패널, 도어트림 일부에 색이 들어가는 T-록 스타일 모델에서는 필수 선택사항이다. 고를 수 있는 색은 블랙 오크 브라운, 라벤나 블루, 에너제틱 오렌지 메탈릭, 커큐마 옐로 메탈릭이다. 색 이름을 모두 이야기하는 이유는 T-록(거친 지형을 어느 정도까지는 헤칠 수 있는 것은 물론, 동급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고, 소비자가 알고 싶어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간급 브랜드에 걸맞은 안전시스템을 풍부하게 기본으로 갖췄고, 단순 경고기능에서부터 자동주차시스템의 일부분으로도 쓰이는 주차센서는 각 구석에 있는 그물망 모양의 가짜 공기배출구에 교묘하게 감춰 놓았다. 앞쪽에 있는 것도 LED 주간주행등으로 에워쌌다.
그런 장점들과 좁은 유리창이 실내를 포근하게 만들지만, 보닛의 날선 부분들로 짐작할 수는 있어도 좁은 곳에서 T-록의 너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좌석 위치와 스티어링 휠을 높일 수는 있지만, 스포티한 분위기를 망치게 된다. T-록이 무척 스포티한 차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가 시승한 차는 2.0 TSI 엔진이 올라간 T-록 스포츠 최상위 모델로, 12월에 영국 판매가 시작되면 3만4000파운드(약 4970만 원) 정도의 가격표가 붙을 것이다. 최하위 모델인 1.0 TSI가 1만9000파운드(약 2780만 원) 남짓할 것이므로 값 차이가 꽤 크고, 크기가 비슷한 아우디 Q2보다 가격대가 훨씬 더 넓다.
우선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최소한 이 최상위 모델을 놓고 보면, T-록은 운전하기 훌륭한 차다.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리면 반응속도가 빨라진다)은 급격하게 굽은 도로에서 운전에 몰입할 만큼 민첩해진다. 접지력은 끈끈하고-타이어 크기가 225/40 R19 정도는 되어야 한다-오르막 커브에서 빠져나가면서 가속하면 토크 때문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뒤로 젖혀질 만큼 멋지게 힘을 뿜어낸다.
엔진은 익숙하다시피 부드럽고 토크가 충분하며 터보랙이 거의 없고, DSG 변속기의 자동 모드는 변속이 부드러우면서도 알맞은 단수를 찾아 들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포트 모드도 있기는 하지만, 엔진을 과민반응하게 만들 뿐 실제로 얻는 효과는 없다. 스티어링 휠 뒤의 작은 패들을 조작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지만, 그 역시 거의 의미가 없다. 4모션 네바퀴굴림 장치는 노면에 따라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모드와 내리막 속도제어장치가 있다. 전동 주차브레이크는 그리 달갑지 않은데, 바위투성이 언덕에서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T-록은 운전 재미가 좋고 그에 걸맞게 실용적이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비슷한 모습의 둥글고, 괴상하게 생기고, 지나치게 멋을 부린 SUV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직선적이고 든든한 T-록은 폭스바겐 차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서 무척 훌륭한 노력을 보여주는 차다.
Volkswagen T-Roc 2.0 TSI Sport
가격 3만4000파운드(약 4970만 원)
엔진 4기통 1984cc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190마력/4180-6000rpm
최대토크 32.6kg·m/1500-4180rpm
변속기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무게 1420kg
최고시속 216km
0→시속 100km 가속 7.2초
연비 14.7km/L
CO₂배출량 15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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