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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을 더욱 치켜든 프랑스 사자
푸조 5008은 더 이상 패밀리 미니밴이 아니다. 새 플랫폼을 바탕으로 완전한 SUV로 거듭났다
2018년 01월 23일 (화) 13:18:24 안정환 에디터 c2@iautocar.co.kr
이충희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파리지엥이라는 꽤나 멋스러운 말이 있기는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프랑스차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오픈에어링을 맛볼 수 있었던 푸조 206CC가 인기를 살짝 얻기도 했고, 디젤엔진의 뛰어난 연비에 넉넉한 짐공간까지 부릴 수 있었던 307SW가 잠깐의 대박을 터뜨리기는 했다. 이후 3008이 작은 유명세를 누리기는 했지만, 딱 여기까지. 푸조라는 브랜드 명성이, 한국에서는 힘에 부치는 듯했다. 도대체 왜? 
 

   
 

푸조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 너무 짙었다. 대부분의 모델이 브랜드 특유의 난해한 개성과 남다른 고집을 품고 있었다. 프랑스차가 대게 그런 식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실내 가득한 직물소재, 변속할 때마다 꿀렁거리는 MCP, 그리고 독창적이다 못해 기괴해 보이는 얼굴까지. “이게 바로 실용주의의 프랑스 감성이다!”라고 소리 높이지만, 이미 다양한 수입차를 맛본 국내 소비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눈 높은 소비자들 입맛에 맞추려면 독창성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중성도 중요한 법이다. 
 

   
 

푸조 역시 이를 간파했는지, 최근에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신형 3008 SUV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프랑스 특유의 난해한 감성을 줄이는 대신 시장의 흐름에 발을 맞추었다. 새 플랫폼에 새 디자인, 그리고 새 변속기까지. 일단 푸조의  변화는 성공적인 듯하다. 3008은 많은 호평을 받으며 ‘2017 유럽 올해의 차’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푸조는 이러한 상승세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터. 전 세계적인 SUV 인기를 반영해 기존 7인승 MPV였던 5008을 SUV 라인업으로 끌어들였다. 미니밴 스타일의 외형은 사라졌고, 이름 뒤에 SUV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써 붙였다. 자신감의 발현인 듯 푸조의 한국 공식수입원 한불모터스는 “신형 5008은 국내 유일의 4천만 원대 수입 7인승 SUV”라며 국내 SUV시장에서의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푸조 5008 SUV, 과연 어떠한 매력을 지녔을까?
 

   
 

신형 5008과의 첫 만남. 낯설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깝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몇 달 전에 만났던 신형 3008과 같은 모습이다.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터라 5008의 새로운 모습 또한 멋스럽다. 더욱이 시승차는 GT 라인 사양으로 일반모델보다 스포티한 멋이 두드러진다. 3008과 차이는 길게 뻗은 실루엣과 위로 더욱 치켜 올라간 뒤쪽 루프라인 정도. 사실 이 정도면 3008의 롱휠베이스 버전으로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5008은 3008과 같은 EMP2 플랫폼을 늘려서 만든 모델이다. 3008 대비 휠베이스는 165mm 늘어난 2840mm, 길이는 190mm 확장된 4640mm이다. 너비와 높이도 각각 5mm, 25mm씩 늘긴 했지만, 주로 휠베이스 확장에 집중됐다. 이는 뒷좌석과 짐공간이 한층 여유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형 5008은 3열 7인승 구조. 다만, 3열에 누군가를 태운다는 게 살짝 민망하기는 하다. 체구 작은 어린아이 정도만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 꼬맹이 자녀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 떠나는 게 아니라면 맨 뒤쪽 시트는 트렁크 하단으로 깔끔하게 접어두는 게 좋다. 그러면 기본 236.8L의 짐공간이 952L로 확장된다. 거기에 2열 시트까지 모두 접는다면 최대 2150L라는 광활한 적재공간이 드러난다. 또, 2열시트는 레일을 통해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알맞게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앞좌석 뒤편에 달린 접이식 테이블은 비행기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며, 쓰임새도 나름 좋아 보인다.
 

   
 

패밀리 SUV로 뒷좌석 공간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바라보는 앞좌석 풍경도 이에 못지않다. 그리고 5008은 그 기대를 완벽히 만족시킨다. 새로운 운전석 디자인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우주선 조종석을 연상케 할 정도로 멋스럽다. 호화로운 소재로 치장한 것도 아니다. 입체적인 조형과 세련된 마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 것. 과거 그냥 자동차 인테리어라고 치부했던 디자인에 한껏 물이 올랐다. 특히 기어레버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손으로 감아쥐는 맛도 아주 괜찮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놓인 버튼들도 멋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버튼을 너무 간소화한 게 흠이다. 공조장치는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편리한데, 위쪽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고속주행 시 사용이 불편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 왕복 300km가 넘는 거리가 살짝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다진 뒤 5008의 1.6L 디젤엔진을 깨웠다. 차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엔진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1750rpm에서부터 뿜어지는 30.6kg·m의 최대토크 덕에 출발은 나름 경쾌했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무엇보다 6단 자동기어와의 궁합이 괜찮다. 넉넉한 힘은 아니어도 변속기가 효율적으로 앞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때문에 고속영역에 올라도 지친 기색이 덜하다. 물론 작은 배기량으로 힘을 쥐어짜느라 가속이 더딘 감은 있다. 그렇다고 7인승 패밀리 SUV로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즐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일상영역에선 문제없는 힘이다. 만약 부족하다 싶으면, 2.0L 디젤엔진을 얹은 GT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5008 GT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디젤엔진임에도 소음과 진동은 꽤 절제된 편이다. 급가속만 아니라면 시종일관 차분하고 실내로 밀려드는 소음도 적다. 특히 시속 80~100km의 항속주행에서 엔진의 회전질감이 매우 부드럽다. 디젤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들유들하다. 아무래도 푸조는 오랜 시간 HDi 엔진을 만져온 터라 디젤엔진 세팅에는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또, 푸조 하면 빼먹을 수 없는 게 바로 핸들링이다. 난해한 프랑스 감성은 외면 받았지만, 모터스포츠를 통해 갈고 닦아온 예리한 주행실력은 그동안 푸조의 자랑거리였다. 그 역동적인 DNA는 신형 5008에도 오롯이 담겼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쫄깃한 감각을 드러내며 큼직한 차체를 요리조리 잘 이끌었다. 보디롤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차의 기울어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체에 고급장치를 적용한 것도 아니다. 기본 서스펜션 구조는 앞 스트럿, 뒤 토션빔. 단순한 구조라도 세팅만 제대로 해놓아도 탄탄한 주행실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승차감도 꽤 안정적이다. 토션빔 서스펜션을 채택했다고 해서 요철을 넘을 때 뒤쪽이 퉁하고 튀며 날아오르지도 않는다. 5008은 3008보다 뒤쪽이 더 무겁기 때문에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눌러주는 맛이 있다.
 

   
 

5008의 복합연비는 13.1km/L. 기분 좋은 건 실연비가 이보다 높다는 사실. 주행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달렸음에도 평균 14.3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발끝에 힘만 조금 더 줄인다면 이보다 높은 연비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5008은 눈길을 비롯해 평지, 진흙, 모래, ESP 오프 등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을 갖추고 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아니지만, 노면상황에 적절한  구동 배분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푸조가 그들 고유의 짙은 색깔을 걷어낸 결실이 3008에 이은 5008 SUV까지 이어졌다. 뛰어난 실용성에 누가 봐도 멋스러운 디자인까지 놓치지 않은 것. 탄탄한 주행실력은 기본으로 깔고 있다. 그리고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환골탈태를 통해 잘 숙성됐어도 시장에는 뛰어난 경쟁자가 수두룩하다.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언제 또 다시 도태될지 모른다. 그래도 일단 프랑스 사자의 발톱이 제법 날카로워졌다. 발톱을 세웠고, 앞발까지 높이 치켜올렸다. 다른 맹수의 목을 제대로 할퀼 일만 남았다. 


PEUGEOT NEW 5008 SUV GT LINE

가격 465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640×1845×1650mm
휠베이스 2840mm
엔진 직렬 4기통 1560cc 디젤
최고출력 120마력/3500rpm
최대토크 30.6kg·m/1750rpm
변속기 자동 6단
무게 1640kg
연비(복합) 12.7km/L
CO₂ 배출량 150g/km
서스펜션 (앞) 맥퍼스 스트럿 (뒤) 토션빔
브레이크 (앞) V 디스크 (뒤) 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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