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GLA 45 AMG 50주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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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GLA 45 AMG 50주년 에디션
  •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 승인 2017.12.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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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50주년 기념 GLA 45 스페셜 에디션은 그저 성능만 좋아진 것일까, 아니면 기념비적 변화가 이루어진 것일까.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가 파헤쳐본다

국내에서는 이제 해치백을 대신해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소형 모델 라인업에 두 장르 차를 모두 투입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도 해치백인 A클래스보다는 CUV인 GLA 쪽에서 좀 더 재미를 봤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모델 수명 중반에 이르러 구석구석 손질해 상품성을 높인 부분 변경 모델을 들여오며 라인업의 폭을 살짝 더 넓힐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가을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번 GLA 라인업의 정점에는 특별 모델인 GLA 45 50주년 기념 에디션이 있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옐로 나이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모델로, 함께 판매하는 GLA 45를 바탕으로 여러 부분을 좀 더 화끈하게 치장한 것이 특징이다. 때마침 AMG 브랜드 탄생 50주년이기도 해서, 국내에는 50대 한정 판매하며 의미를 달리 부여했다. 아울러 GLA가 바뀌었음을 상징하는 역할도 한다. 언뜻 봐도 요란한 차로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일반 모델에서는 그만큼 혁신적 변화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페셜 에디션으로 치장한 부분부터 살펴보면 GLA가 달라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기본 테마는 검은색 바탕에 회색과 노란색을 살짝 더해 강렬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다. 앞 범퍼 바깥쪽에 덧붙인 스플리터와 뒤 범퍼의 디퓨저 스타일 치장 주변, 사이드 실 아래와 사이드 미러, 20인치인 지름이 일반 GLA 45의 것과 같지만 디자인은 다른 전용 휠의 테두리, 해치 위에 덧댄 대형 스포일러 양옆의 노란색은 검은색 차체에서 유난히 도드라진다. 보닛과 도어 아래의 넓은 스트라이프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밖에는 앞뒤 범퍼와 램프 디자인이 달라진 것 정도만 바꾸는 전형적 페이스리프트 패턴을 따랐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 위쪽 가운데에 넣은 노란색 띠와 쿠션이 얇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세미 버킷 시트를 달아 경주차 이미지를 담았다. 대시보드에 다섯 개가 자리를 잡은 원형 공기배출구에도 모두 노란색 테두리가 둘러져 있고, 대시보드 위와 센터 콘솔 커버, 도어 트림에도 노란색 스티치가 또렷하다. 알칸타라로 감싼 스티어링 휠 림과 대시보드 장식 패널도 실내 분위기에 긴장감을 준다. 그러면 나머지 부분은? 눈에 잘 들어오는 부분들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다른 모델들처럼 버튼 중심으로 달라진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뒤에 더해진 드라이브 모드 설정 다이얼을 빼면 좌석 조절 스위치와 센터페시아의 일부 기능 버튼에 금속 재질감을 더한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 콤팩트 모델 모두 거의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은 디자인, 그리고 이전 세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쓰였던 각종 스위치들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차체와 지붕, 좌석을 조금씩 높이기는 했지만, GLA의 실내 공간이 주는 느낌은 해치백인 A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다. CUV라 해도 왜건에 가까운 차가 있는가 하면 해치백에 가까운 차가 있는데, GLA는 후자에 가깝다. 물론 A클래스보다는 시야가 조금 더 좋지만 전반적인 공간은 보통 C 세그먼트 해치백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적재공간은 좀 더 넉넉하고, 이 차급에 보기 드문 전동 개폐식 해치를 갖추고 있다. 좀 더 스포티한 분위기에 고급 내장재를 썼다는 점을 빼면 실내 구성은 무난하다. 로터리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커맨드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빠져 있어 기본적인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드라이브 모드 정도만 조절할 수 있다. 계기판 한가운데의 다기능 컬러 디스플레이는 AMG 모델답게 냉각수와 엔진 오일, 변속기 온도를 표시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쿠션이 얇아 탄탄하지만 몸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버킷 시트에 앉아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제법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난다. 운전석 허벅지와 옆구리 부분은 개별적으로 조이고 풀 수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기어 레버를 D 위치로 옮겼다 놓으면 달릴 준비는 끝난다. 수치상 성능은 GLA 45와 같다. 물론 이전 세대보다는 성능이 높아져, 최고출력은 21마력 올라간 381마력, 최대토크는 2.5kg·m 커진 48.4kg·m에 이른다. 전과 다름없이 양산차용 4기통 2.0L 가솔린 엔진 중 최고 수준 성능이라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장인데, 출력에 비해 토크가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도 이전과 비슷한 점이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강렬한 펀치를 휘두르기보다는 두툼한 토크곡선을 넓은 회전수 영역에 퍼뜨려 시원한 가속감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AMG답다. 

 

트윈 스크롤 터보를 쓰면서도 낮은 회전수에서 반응이 살짝 느렸고 AMG가 조율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금 허둥댔던 초기 GLA 45와 비교하면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꽤 매끄러워졌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하면 초반에 반응이 둔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이어지는 토크 상승이 갑작스럽지 않다. 일상에서 주로 쓰는 영역에서 넉넉한 토크로 힘차게 달릴 수 있어 운전 재미를 키운다. 그러나 최대토크 영역을 벗어나 회전한계인 6500rpm에 가까이 갈수록 가솔린 엔진답지 않게 토크가 줄어드는 느낌이 뚜렷하다. 단순히 직선 도로에서 가속한다면 자동 모드로도 충분하지만, 교통 흐름이 불규칙하거나 커브에서 적극적으로 달릴 때에는 아무래도 기어 레버 옆에 있는 수동 모드 버튼을 누르고 스티어링 휠 뒤쪽 좌우에 있는 변속 패들을 이용해 적절한 회전영역 안에서 엔진이 돌아가도록 제어하는 쪽이 더 편하다.

기어 레버 뒤에 있는 다이얼로는 네 가지 주행 모드(인디비주얼,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중 하나를 간단히 선택할 수 있는데, 컴포트 모드에서도 아쉽지 않은 가속력은 스포트와 스포트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면 좀 더 자극이 두드러진다.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해 배기음이 커지는데, 다른 모드에서도 센터페시아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속 중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미스파이어링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파열음이 나기는 하지만, 배기음 자체의 강렬함은 적당히 운전자의 흥을 돋우는 정도에 머문다. 실내로 적당히 걸러져 들어오는 배기음이 다른 외부 소음과 섞여 희석되는 탓도 있다.

 

앞바퀴굴림 기반의 플랫폼을 쓰는 만큼 4매틱 시스템은 필요할 때에만 구동력을 뒷바퀴로 보낸다. 시속 100km 정지가속 시간이 4.4초에 불과하지만, 영리한 4매틱 시스템이 재빨리 적절한 구동력을 뒷바퀴로 보내는 덕분에 가속감은 꽤 차분하다. 커브를 빠져나가며 가속할 때에도 4매틱의 개입은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아주 스포티한 변속기들과 비교하면 변속감이 조금 느슨하지만,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작동한다. 주행 중 가속할 때에는 종종 알맞은 단을 빨리 찾지 못할 때가 있지만,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도 덜컥거리지 않는 덕분에 파워트레인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은 고성능 모델로서는 유들유들하다. 

일반 GLA보다는 차체가 낮지만, 같은 플랫폼을 쓰는 A 45나 CLA 45보다는 높은 지상고 덕분에 승차감도 유연하고, 은근한 언더스티어 성향 속에서 스티어링 반응도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가까워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물론 작은 차체, 짧은 오버행 때문에 차체 움직임이 빨라, 고르지 않은 노면을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조금 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 도로 환경에서는 다루기 쉽고 편하다.

 

GLA 45는 AMG 45 시리즈 중 가장 부드러운 쪽이지만, AMG를 대표하는 63 시리즈의 여유를 가장 비슷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절대적 성능이나 주행감각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달리는 분위기에서 조금이나마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50주년 기념 에디션만의 요란한 치장은 여느 AMG 모델들과 이 차 사이에 완벽하게 선을 긋는 역할을 한다. 조금은 만화적 분위기인 GLA 45를 더 화려하게 꾸며놓은 50주년 기념 에디션은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젊은 분위기가 물씬하다. ‘평범한’ GLA 45보다 420만 원 비싼 50주년 기념 에디션의 값은 7800만 원. 차별화된 꾸밈새와 50대로 한정된 판매대수에서 비롯되는 희소성을 생각하면 기본 모델보다 높아진 값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기본 값만큼은 메르세데스-벤츠와 AMG 엠블럼의 무형적 가치가 부풀려 놓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딱히 흠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말이다. 

 

MERCEDES-AMG GLA 45 4MATIC

가격    780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440×1805×1505mm
휠베이스    2700mm
엔진     직렬 4기통 1991cc 휘발유
최고출력   381마력/6000rpm
최대토크    48.4kg·m/2250-5000rpm
변속기       자동 7단
무게           1640kg
연비(복합)    9.4km/L
CO₂ 배출량    185g/km
서스펜션         (앞) 스트럿 (뒤) 트레일링 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 
타이어(앞/뒤)         235/4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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