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카의 정상이자 귀감, 롤스로이스 팬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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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카의 정상이자 귀감, 롤스로이스 팬텀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7.12.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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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에 압력을 넣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완전신형 팬텀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안락하며 세련된 럭셔리카야 한다. 과연 그럴까?

8세대 신형 팬텀은 구형이 떠난 자리에서 시작했다. “팬텀은 팬텀이고 팬텀이다.” 롤스로이스 CEO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스(Torsten Muller-Otvos)가 말했다. 나는 잊었지만 그는 ‘팬텀이다’를 한번 더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 차는 깃발을 나부끼며 선두를 달리고, 정상에 군림했다. 앞으로 롤스로이스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왕좌를 굳게 지킬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롤스로이스의 온갖 모델은 이 신형 팬텀에서 첫선을 보인 새로운 플랫폼을 깔고 나온다. 그보다 작은 롤스로이스를 밑받침했던 BMW 확대형은 물러난다. 고스트, 레이스 쿠페, 던 컨버터블과 프로젝트 컬리넌 SUV가 모두 이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을 받아들인다. 구형 팬텀보다 비틀림 강성이 대체로 30% 올라가고, 서스펜션 주위와 변속기 마운트같은 핵심 부분은 강성이 100%나 뛰었다. 

알루미늄 보디는 최고수준으로 다듬었고, 백색보디는 ‘우연히’ 구형보다 더 가벼웠다. 엔지니어링 이사 필립 코헨(Phillip Koehn)의 말이다. “감량이 최우선 과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성을 높일 길을 찾았다.” 
 

세련미와 승차감을 개선하려고 할 때 보디 강성이 도움이 됐다. 다른 무엇보다 팬텀을 가름할 두 가지 요소였다. 따라서 업계의 새로운 벤치마크를 제시했다. 그래서 에어스프링을 달았다. 무게 2560kg(롱 휠베이스형은 2610kg. 우리 시승차는 쇼트 휠베이스형이었다)의 보디운동을 조절하는 유일ㆍ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적응형 댐퍼(고맙게도 강성에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와 액티브 안티롤바(48V 아닌 12V, 롤스로이스는 어느 쪽으로나 토크가 같다)와 손잡았다. 게다가 뒷바퀴조향 기능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기본형 휠베이스는 길이 5.76m, 롱 휠베이스형은 5.98m였다. 둘다 구형보다 짧았으나 더 무거웠다. 코헨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성만아니라 세련미와 기술 수준을 높였다. 팬텀의 세련미를 추구하기 위해 130kg이 넘는 방음재를 썼다. 심지어 타이어마저 방음 처리했다. 코헨은 타이어를 서스펜션의 제1선으로 다뤘다. 때문에 두드러지게 사이드월이 넉넉한 타이어를 주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시승차는 22인치 휠을 달았고, 타이어 프로필은 앞 45와 뒤 40이었다. 그리고 사이드월은 부드러웠다. 아울러 타이어는 소음에 대비한 큼직한 에코 체임버 역할을 했다. 게다가 각 타이어의 내벽에는 2kg의 방음폼(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 버전과 테슬라 모델 S처럼)을 깔았다. 
 

다시 파워는 6.75L 엔진에서 나왔다. 롤스로이스의 단골인 V12. 고스트에 얹힌 6.6L V12를 손질한 버전이었다. 토크가 최우선이어서 보어를 더 키울 의사는 없었다. 2개 터보를 달았고, 고스트처럼 출력은 571마력이었다. 최대토크 91.6kgㆍm가 나직한 1700rpm부터 폭발했다. 최고출력은 5000rpm에 터졌고, 레드라인은 6500rpm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코헨에 따르면 두껍고 호사스런 카펫에 발을 깊숙이 묻지 않는 한 2500rpm을 넘으면 일반적 운행범위를 벗어났다. 
 

롤스로이스는 오너나 쇼퍼를 가리지 않고 럭셔리카 드라이버가 원하는 바를 목표로 삼았다. 몰기 쉽고 느긋하게 달리며 궁극적으로 운전이 즐거운 차였다. 이 차는 확실히 그랬다. 좌고가 1646mm여서 비교적 높았다(대다수 중역형과 럭셔리 세단보다 약 15~20cm나 올라갔다). 보닛은 구형보다 평평했다. 따라서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를 가리킬 보닛 중심선을 둘 필요가 없었다. 뮐러-외트뵈스는 '호수에 반영된 듯한‘ 넓은 알루미늄과 보닛의 마스코트를 보여주는 새 시야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팬텀의 스타일을 둘러싸고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파르테논’ 그릴은 보디와 평면을 이뤘다. 따라서 그릴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민 팬텀 Ⅶ과는 달리 한층 섬세했다(물론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옆모습도 한결 우아해졌다. 내 눈에는 좀더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당당한 체구의 팬텀은 친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실내도 마찬가지. 전체 길이가 약간 줄었으나 휠베이스(2개 버전 모두)는 더 길어졌다. 따라서 둘다 다리공간이 짧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2개의 뒷좌석은 넓고 편안했다. 아늑하고 안락했다. 전동 도어의 팔거리에는 개별적으로 에어컨 조절장치가 달렸다. 온도와 팬강도를 선택할 버튼 대신 블루(냉)에서 레드(온)를 오가는 슬라이드 스케일이 강도를 결정했다. 약간 구식이라는 느낌을 줬으나 제 구실을 잘 했다. 원한다면 냉장고를 비롯한 장비를 넣을 수 있었다. 

트렁크는 골프클럽 4세트를 넣기에 충분했다. 한데 나는 앞좌석에 관심을 쏟았다. 뿐만아니라 수많은 팬텀 오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형 팬텀은 이미 상당히 많은 최신 BMW 전자기술을 썼고, 앞으로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반자율기술은 그안에 들지 않았다. 팬텀 오너들은 직접 운전하기를 좋아하고, 운전의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을 때는 대신 운전대를 맡길 사람을 쓸 여유가 있다. 
 

앞좌석 환경도 뒷좌석 못지 않았다. 맞춤, 마감과 소재가 지극히 모범적이었다. 새로운 실내장치인 ‘갤러리’는 발상이 기발했다. 유리로 덮은 공간에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들락날락했다. 다시 말하면 대시보드 전면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장식할 수 있었다. 특별한 미술작품, 어린 자녀의 발자국, 지난 납세연도의 영수증을 비롯해 온갖 것을 볼 수 있었다. 코헨은 팬텀에 “기본이라고 해야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팬텀을 운전할 때는 감칠맛이 났다. 다만 스포티한 기질은 전혀 없었다. 롤스로이스가 범프를 치고나가도 그런 기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시승한 짧은 휠베이스는 36만파운드(약 5억4180만원)부터, 긴 휠베이스는 43만2000파운드(약 6억5000만원)부터였다. 

 

아무튼 이 차는 온갖 충격을 흡수하고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V12는 겨우 650rpm에서 공회전했다. V12는 너무나 매끈해 공회전대를 그보다 낮춰도 상당한 액셀 반응이 일어났다. 액셀 행정은 길었고, 팬텀은 가볍게 출발했다. 스티어링도 가벼웠다. 한편 브레이크 페달의 무게는 이상적이었다. 롤스로이스 기술진은 도로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냈고, 최선을 다해 출발+정지 동작을 다듬었다. 상큼한 조절장치가 어렵잖게 일을 해냈고, 어느 속도에서도 운전하기 쉬웠다. 그 덩치와 가벼운 스티어링에 비춰 휑한 느낌이 들기 쉬우나 스티어링이 정확해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승차감과 정숙성을 들어야겠다.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정상적으로 달릴 때 실내 소음은 6~7dB 줄었다. 숫자만으로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소음의 75%가 줄었다고 하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한마디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승차감도 경이적이었다. 섀시에 지나친 요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언제든 충분한 제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정한 즐거움은 다른 데 있었다. 매끈하게 몰기는 너무나 쉬웠고, 스티어링은 너무나 정확했다. 게다가 차내 스테레오는 아예 경쟁상대가 없었다.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방향에서 보더라도 신형 팬텀은 럭셔리카 세계의 정상이요 귀감이었다. 팬텀은 팬텀이고 팬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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