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의 변화 보여주는 재규어 E-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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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의 변화 보여주는 재규어 E-페이스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17.12.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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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를 앞둔 E-페이스는 재규어가 만든 첫 번째 콤팩트 SUV다. 과연 이차는 ‘재규어’의 핵심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을까?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 E-페이스 프로토타입을 몰고 웨일스
E-페이스는 “일상생활을 위한 재규어 스포츠카”라는 임무를 받았다

멀리 떠나기 전에 재규어에서 새로 나온 소형 SUV E-페이스가 고속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재규어에서 ‘콤팩트’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E-페이스에 내재된 민첩성은 국경 도시 웰시풀(Welschpool)과 웨일스 북부 중심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발라(Bala)를 잇는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에서 제 역할을 하는지 볼 것이다. 이 도로는 옛날 사람들이 모리스 마이너(Morris Minors)를 몰고 드나들던 곳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나무와 암석, 옛날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동시에 영국에서 가장 짜릿한 도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신형 모델에 눈에 잘 띄는 디자인, 효율적인 제어 등 재규어의 정체성을 입히는데 풍부한 경험이 있는 마이크 크로스(Mike Cross) 재규어 엔지니어링 부문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도 재규어가 기대하는 E-페이스에 이러한 요소를 담았다.   
 

수년 동안 마이크 크로스 사장과 팀은 이 도로에서 12대의 재규어 신형 모델을 마지막으로 조율했다. 그들이 계속 여기에 오는 이유는 노면과 경사 변화가 심하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차의 스프링, 댐퍼, 코너링 성능 등 핵심 안정성 요소를 시험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콤팩트 SUV 게임에서 주행 요소에 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E-페이스는 지난 70년 동안 쌓아온 재규어의 명성에 어울리는 자동차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E-페이스가 속한 시장은 잠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BMW X1, 아우디 Q3, 메르세데스-벤츠 GLA를 비롯해 이보다 더 큰 모델이 포함된 영국 SUV 시장은 지난 2012년 이후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 지금은 1년에 44만대가 팔린다. SUV 판매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신차 중 1/5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기록적이다.   

신형 E-페이스 플랫폼은 랜드로버 이보크 그리고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똑같은 스틸 모노코크 아키텍처와 재규어랜드로버가 자체 개발한 인제니움 4기통 가로배치 엔진을 쓰기 때문이다. 두바퀴굴림 및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독립형 서스펜션까지 아주 비슷하다.  
 

보닛 아래 2.0L 터보 엔진이 있다

그러나 마이크 크로스 사장과 그레이엄 윌킨스(Graham Wilkins) E-페이스 수석 엔지니어는 E-페이스는 ‘재규어 방식’대로 조립했다고 강조했다. 랜드로버의 두 모델과 다른 크기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실제로 E-페이스 전체 길이는 랜드로버 이보크보다 25mm 더 길고 휠베이스 또한 2681mm로 이보크의 2660mm와 차이가 있다. 이는 스티어링 반응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서스펜션 서브프레임을 조금 더 뒤쪽으로 단단하게 고정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E-페이스의 스포티한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맥퍼슨 스트럿 구조의 앞 서스펜션에 새로 알루미늄으로 만든 수직 구조를 더했고 더 딱딱한 서스펜션 부싱을 앞뒤에 넣었다. 또한 스프링과 댐퍼 전체를 E-페이스에 맞게 다듬었다. 
 

재규어랜드로버 엔지니어들은 E-페이스에 랜드로버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진정한 재규어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변경했다. 특히 무게를 꽤 많이 줄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E-페이스 트렁크문, 보닛, 앞뒤 윙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강철 부품보다 37kg을 줄였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가벼운 E-페이스는 F-페이스(길이가 34mm 더 길다)보다 약 85kg 더 무거운데 이는 강철이 아닌 주로 알루미늄을 사용해 F-페이스의 기본 모노코크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크로플리 에디터(동승자)와 마이크 크로스 사장이 함께 웨일스를 가로 질렀다

마이크 크로스 사장은 시승차로 제공된 프로토타입 E-페이스가 약간 잡종이라고 말했다. 보닛 아래 가장 강력한 4기통 2.0L 300마력 인제니움 휘발유 엔진을 넣고 크기가 245/45 R20인 타이어(원하면 21인치 휠도 가능하다)를 끼워 스포티한 성격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스펜션에는 고객이 옵션으로 넣을 수 있는 어댑티브 댐퍼가 빠져 있으며 가장 스포티한 R-다이내믹 패키지에 포함된 패들 시프트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 들어서자 2가지 아주 뛰어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디자인과 수준 높은 조립 품질 모두 매우 인상적이다. 실제로 F-페이스의 뛰어난 장비(전자장비, 12.3인치 중앙 스크린, 와이파이 핫스팟, 재규어랜드로버 특유의 인컨트롤 앱)를 2만8500(약 4123만원)부터 시작하는 E-페이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을 주고 출력이 약한 두바퀴굴림, 수동변속기 모델을 살 사람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재규어랜드로버 재무 관계자는 4만5000파운드(약 6510만원)짜리 모델이 더 많이 팔리길 바랄 것이다.    

 

브로슈어에 있는 내용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우리는 그림 같은 웰시풀의 중심가를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탁 트인 도로를 타고 발라를 향해 달렸다. 이제 안전한 동승자 좌석에서 앉아 평가를 위해 하나하나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이야기할 요소는 민첩성. E-페이스는 길이가 짧고 너비가 좁다. 따라서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아마 E-페이스보다 너비가 200mm 더 넓은 F-페이스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저속에서 세련된 주행감각을 눈여겨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차는 일반적인 속도에서 기초를 단단히 다진 다음에 고속 주행감각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E-페이스가 바로 그랬다.  가장 강력한 성능의 프로토타입을 숨 가쁘게 몰아붙이자 0→시속 100km 가속을 동급 최고 수준인 5.9초에 끝냈다. 훌륭한 소형 SUV를 만들어낸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은 이를 두고 ‘일상생활에 맞게 디자인한 재규어 스포츠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E-페이스를 제대로 다루자 이안 칼럼 의 말이 더 확실하게 다가왔다. E-페이스의 인상적인 저속 주행감각은 트랙션 덕분이다. 

 

E-페이스에는 기본과 ‘액티브 드라이브라인’(Actve Driveline)이라는 이름이 붙은 2개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제공된다. 기본 시스템은 앞바퀴가 미끄러지기 전까지 앞바퀴굴림 중심의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반면에 액티브 드라이브라인 시스템은 뒷바퀴에 더 쉽게 토크를 전달한다. 또한 뒤 디퍼렌셜 양쪽에 있는 클러치 중 하나를 이용해 뒤쪽 토크 벡터링을 만들어 뒷바퀴굴림 성향을 강화한다. 재규어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고객에게 재규어가 뒷바퀴굴림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다른 재규어 모델처럼 ZF 9단 자동변속기는 2개 모드(‘윈터’ 모드 제외)가 있어 기어레버에서 S 모드를 고르면 레이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여러 장비를 동원해 치룬 인제니움 엔진 시험 결과는 다양했다. 소음이 있다는 평가와 조금 대중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E-페이스 엔진에 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느긋하고 소음이 거의 없다는 평이다. 회사 재무 관계자나 고객을 기쁘게 할만한 결과다. 성능을 보면 초반부터 강력한 힘이 나와 레드라인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간다. 

  

1시간 반 동안 시승한 경로는 노면의 변동이 아주 심했기 때문에 강점과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E-페이스는 커다란 휠을 달았지만 노면 소음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아주 큰 강점이다. 중속 영역에서 차체 안정성이나 그립 수준 또한 인상적이다. 극한 상황까지 몰아 붙여도 보디 롤이 상당히 억제돼 있다. 차체 제어가 뛰어나 둔덕을 만나도 탄력적으로 받아낸다.     

차체 아래에서 쿵 소리와 함께 타이어 소음이 조금 들려왔다.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 완벽주의자라면 한층 더 확실한 차체 제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마이크 크로스 사장은 “이러한 이유로 재규어가 어댑티브 댐퍼를 옵션에 넣었다. 기본 댐퍼도 좋지만 어댑티브 댐퍼는 성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동승자석에 앉아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하겠다. 만약 E-페이스를 산다면 가장 강력한 모델을 최고 상태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어댑티브 댐퍼와 액티브 드라이브를 옵션으로 넣을 것이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를 더하면 E-페이스를 운전할 때 완전히 행복할 것 같다. 
 

운전할 때가 아닌 승차감 면에서 스티어링에 관심을 두는 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나는 스티어링 휠을 최대한 적게 움직이면서 주행할 수 있는 E-페이스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급격한 코너를 빠져나갔다. 마이크 크로스 사장은 처음에는 팀원 각자의 성향에 맞춰 가볍게 조율한 다음 일부 운전자의 기호에 맞춰 스포티한 성격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연속으로 마주한 급격한 코너에서도 콤팩트한 크기, 짧은 오버행, 옆을 잘 받쳐주는 좌석, 감쇠력이 뛰어난 서스펜션, 네바퀴굴림에서 나오는 그립과 트랙션, 토크 벡터링을 더해 한계까지 성능이 올라간 뒷바퀴굴림 등이 조화를 이뤄 여유가 있다. E-페이스는 부드럽고 빠르며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차다. 고성능에 어울리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재규어는 곧 E-페이스를 판매한다. 그러나 헤일우드 공장은 이보크와 디스커버리 생산량이 많아 E-페이스를 생산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재규어는 자동차 위탁생산 전문 회사인 마그나 슈타이어(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 미니, 애스턴마틴 일부 모델을 생산한다)에 E-페이스 생산을 맡기고 곧 중국에서도 생산할 예정이다. 자동차회사를 나라의 상징으로 보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어디서 생산되는지에 상관없이 E-페이스는 영국차이고 재규어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차다. 이번 시승을 통해 모든 것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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