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일본차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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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일본차의 저력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12.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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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모터쇼가 한때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히던 국제적인 위상 대신, 로컬 모터쇼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은 이제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런가 하면 단정짓기 어렵다. 특히 올해의 도쿄모터쇼가 보여준 내용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치밀하다는데 깊은 인상을 주었다. 

 

15대째가 되는 토요타 크라운 콘셉트

1954년 시작된 관록의 도쿄모터쇼는 격년제로 열리며 올해 45회째를 맞이했다. 완성차회사와 부품회사 등 해외에서 참가한 13개 업체를 포함해 총 153개 업체가 부스를 열었다. 완성차의 경우 토요타, 렉서스, 닛산, 혼다, 미쓰비시, 다이하쓰, 스바루, 마쓰다, 스즈키 등 일본 메이커가 주를 이루었고, 해외 브랜드로 메르세데스-벤츠, 스마트, BMW,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르노, 푸조, DS 등이 참가했다. 미국 및 한국 브랜드는 단 한곳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일본 브랜드에서 의미 있는 콘셉트카와 신차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높였다. 

 

21년만의 풀 체인지 모델, 토요타 센추리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일본 메이커 간의 제휴, 합병 관계의 변화다. 토요타는 다이하쓰의 지분 100%를 인수했고, 스바루 16.8%와 마쓰다 5% 인수에 이어 스즈키와의 본격 제휴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미쓰비시 지분 34%를 인수, 최대주주가 되며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군을 형성했다. 혼다는 상대적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히타치와 합작법인을 설립,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 부품회사의 경쟁력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부분을 정리하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나가는 분위기다. 

 

콘셉트-愛 i Ride

올해 도쿄모터쇼의 주제는 ‘자동차를 넘어서’(Beyond The Motor). 전통적인 자동차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미래 자동차가 어디로 진화해나갈지를 탐색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성, 즉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자동차가 변하면 사람이나 물건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브랜드인 토요타는 새로운 글로벌 슬로건 ‘Start Your Impossible’(불가능한 일을 시작하라)을 내세우며 콘셉트카 9대를 대거 선보였다. 토요타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제휴를 계기로 글로벌 비전을 실현한다는 계획. 그 테마가 바로 ‘불가능한 일을 시작하라’이고 이는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Mobility for All)라는 브랜드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이날 아키오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외국인으로 토요타의 첫 부사장에 오른 디디에 르로이(Didier Leroy)가 나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며 콘셉트카의 베일을 벗겼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한계가 있다. 우리는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선수의 용기와 투혼을 배우고자 한다. 그들은 매일 각각의 어려움을 계속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 변화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하고 있다. 인간 지원 로봇이나 자동차 공유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가운데서도 자동차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어떤 형태라도 이동성을 실현해야 할 가치, 그것은 바로 자유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때,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자동차가 즐거움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콘셉트-愛 i 시리즈

르로이 부사장은 이어서 “우리가 제공하는 기술적 가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을 돕고 더 편리하게 만드는데 있다. 그 열쇠가 되는 기술영역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과 ‘커넥티드’이다.”고 말하고 ‘콘셉트-愛 i’를 공개했다. 인공지능을 지닌 차가 운전자의 기분을 읽고 사고위험 요인을 줄여준다는 개념이다. ‘콘셉트-愛 i’ 시리즈는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는 곳에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愛 i-Walk’와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편리한 개인 이동성을 제공하는 ’愛 i-Ride’로 이어진다. 이들은 ‘Yui’라는 인공지능을 통해 환승했을 때도 운전자와의 관계를 연결하고 유지시켜 준다. 

 

GR 하이브리드 스포츠 콘셉트

1955년 데뷔한 토요타 크라운은 62년 동안 이어져 이번이 15대째가 된다. 토요타는 신형 크라운이 2018년 일본 커넥티드 카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통신 모듈(DCM)을 탑재하고 클라우드에 있는 토요타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에 연결하는 것. 크라운에 이어 2020년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승용차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토요타가 자랑하는 쇼퍼 드리븐카 ‘센추리’는 21년 만의 풀 체인지 모델로 이번이 3세대. 2018년 중반 공식 출시 예정이다. 파워 트레인은 V12 5.0L에서 V8 5.0L 하이브리드로 변경된 것이 특징. 그리고 GR 하이브리드 스포츠 콘셉트와 TJ 크루저는 ‘즐겁지 않으면 자동차가 아니다’라는 토요타의 철학을 반영한다. SUV와 밴을 융합한 새로운 장르의 크로스오버 콘셉트 TJ에서 ‘T’는 공구박스(Toolbox), ‘J’는 재미(Joy)를 의미한다. 

 

그리고 토요타는 자율주행과 전동화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은 ‘쇼퍼’(자동 운전)와 ‘가디언’(고급 안전 운전 지원)을 핵심으로 하며 2020년대 전반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동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마쓰다, 덴소와 함께 전기차(EV)의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새로운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의 항속거리를 크게 늘려줄 것으로 보고, 2020년대 초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에 집중해온 토요타로서는 중대한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공구박스(Toolbox)와 재미(Joy)를 뜻하는 TJ크루저

프레스 컨퍼런스는 15분 단위로 촘촘하게 이어졌다. 토요타에 이어 다이하쓰가 두 번째 문을 열었다. 경차 중심의 브랜드 다이하쓰는 이제 토요타 산하가 되었지만 올해 창립 110주년을 맞이했다. 메인 무대에 오른 레트로 스타일의 4도어 쿠페 DN 꼼파뇨가 눈길을 끌었다. 1963년 발매된 꼼파뇨의 스마트 디자인을 이어받았고 활동적인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다. 또 하나 주목받은 DN 프로카고는 1957년 미제트(midget)의 정신을 이어받은 상용 전기차(EV)로 타고내리기 편리한 저상 플로어가 특징이다. 

 

레트로 스타일의 다이하쓰 DN 꼼파뇨

렉서스는 차세대 LS를 살펴볼 수 있는 LS+ 콘셉트를 공개하고 2020년대 초반에 일반도로에서의 자동운전을 실현하는 ‘어반 팀메이트’(Urban Teammate)를 적용해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LS+는 또한 실시간 업데이트를 수신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을 선보이게 된다. 여기에 도로주행 상황을 학습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진다. 그리고 LS+는 액티브 에어로 다이내믹 시스템을 비롯한 공기역학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아우디 R8 및 BMW i8에서 먼저 선보인 레이저 헤드램프를 장착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디자인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차세대 렉서스 LS를 보여주는 LS+ 콘셉트

이어서 미쓰비시는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전기 크로스오버 SUV ‘e-에볼루션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미쓰비시의 강점인 SUV와 EV, 그리고 시스템 융합에 의한 새로운 운전 경험을 제안하는 모델이다. 앞쪽 한 개 모터와 뒤에 ‘듀얼 모터 AYC(Active Yaw Control)’로 구성된 트리플 모터 방식의 4WD 시스템에 차량운동통합제어시스템 ‘S-AWC’(Super All Wheel Control)를 적용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운전을 도와준다는 개념을 더했다. 각종 센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로 환경 및 교통 상황을 인지하고, 그 순간 운전자가 보다 정확한 조작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른바 코칭 기능이다. 음성대화와 전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조언한다.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닛산 크로스오버 전기차 IMX 콘셉트(위); 고성능 버전의 리프 니스모

닛산은 다니엘 스킬라치(Daniele Schillaci)  부사장이 나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크로스오버 전기차 IMx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전통적인 일본 개념으로 조화를 뜻하는 ‘와’(wa)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IMx는 총 320kW의 출력과 71.4kgㆍm의 토크를 발휘하며 주행거리 약 600㎞ 이상을 자랑한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인 프로파일럿(ProPILOT) 모드를 선택하면 스티어링 휠이 대시보드에 들어가 운전자에게 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수동 모드를 선택하면 스티어링 휠이 다시 나와 운전자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가령 출장 갈 때 공항까지 운전하고 난 다음 차는 스스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면 그 차가 마중나오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다니엘 부사장은 또한 내년부터 닛산이 전기차 레이스인 포뮬러-E에 참가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닛산 다니엘 스킬라치 부사장
미쓰비시의 전기 크로스오버 ‘e-에볼로션 콘셉트’

닛산은 그밖에 미니밴 세레나의 전기차 버전인 세레나 e-파워(Serena e-POWER)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e-파워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소형 가솔린 엔진을 포함하고 있어 별도의 외부 충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고성능 세레나 니스모와 함께 신형 리프의 고성능 버전인 리프 니스모도 선보였다.  

혼다는 ‘스포츠 EV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EV 특유의 강력하지만 부드러운 가속과 낮은 무게중심에서 오는 뛰어난 기동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혼다 어반 EV 콘셉트 모델과 동일한 EV 전용 플랫폼을 적용했고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운전자와 차량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HANA(Honda Automated Network Assistant) 시스템이 장착되었다. 또한 혼다의 로봇 공학 기술을 적용한 전기 모터사이클 콘셉트 모델 ‘라이딩 어시스트-e’도 선보였다. 라이딩 어시스트-e는 운전자가 없어도 모터사이클 스스로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잡는 밸런싱 기술이 적용되었고, 모터사이클 스스로 운전자의 뒤를 따라가기도 한다. 한편 슈퍼 커브의 누계 생산 1억대를 기념하는 스페셜 모델도 선보였다.  

 

혼다 스포츠 EV 콘셉트
혼다 스포츠 EV 콘셉트

마쓰다는 차세대 디자인 비전 모델인 비전 쿠페(Vision Coupe)와 차세대 제품 해치백 콘셉트 모델을 발표했다. 마쓰다의 선구적인 카이 개념을 도입했고 차세대 가솔린 엔진 스카이액티브-X(SKYACTIV-X)를 비롯해 차세대 차체구조 기술 스카이액티브 비클 아키텍처(SKYACTIV-Vehicle Architecture)와 심화된 혼동(魂動)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세련된 인테리어는 시, 공간감을 뜻하는 일본 개념인 마(ma)에서 영향을 받았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는 대화형 정보가 표시된다.  

혼다 Robocars
혼다 어반 EV 콘셉트

스바루가 세계 최초 공개한 VIZIV 퍼포먼스 콘셉트는 미래의 WRX를 보여주는 모델. 스바루의 디자인 철학인 다이내믹과 견고함을 기반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모토로 하면서도 고도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지원된다. 스바루는 이 콘셉트를, 임프레자와 WRX의 헤리티지와 문화를 되살리는 스포츠 세단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성능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길이 4630mm, 너비 1950mm, 휠베이스 2730mm에 스바루 특유의 박서 엔진과 네바퀴굴림이 특징. 오는 2020년 시판될 예정이다.  

 

혼다 NevV

스즈키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미래형 전기 콤팩트 SUV e-서바이버(e-SURVIVOR)를 최초 공개했다. 각 바퀴가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 4륜구동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만능을 추구한다. 스티어링 휠 중앙의 스크린과 앞 윈도 하단에 통합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표시하는 미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즈키는 오는 2020년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콘셉트카 e-서바이버는 100주년 기념 모델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스바루 VIZIV 퍼포먼스 콘셉트

그밖에 야마하는 네바퀴 스타일로 쾌적함을 높인 MWC-4와 자율주행 모터사이클 모터봇 버전 2(MOTOBOT ver.2)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아마하의 네바퀴 스타일 MWC-4

이번 도쿄모터쇼에서 일본 메이커는 사람과 자동차, 사회가 하나로 이어지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방향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진전된 자율주행 기술과 커넥티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전기차가 중요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 비록 해외 메이커의 참가 비중이 줄어 영향력이 축소된 느낌을 주지만 적극적인 일본 브랜드의 참여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을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한국차가 긴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스즈키 100주년을 기념하게 될 e-서바이벌 콘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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