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의 새로운 창조자,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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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의 새로운 창조자, 이보크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2.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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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의 공식을 깬 새로운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세운 새로운 공식은 랜드로버의 새로운 미래로 이어진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차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진정 특별하다고 느끼는 차는 소수에 불과하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바로 그 소수에 속하는 특별한 차다. 특별함을 지닌 차들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거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지녔기 마련. 그러나 이보크는 새로운 세그먼트의 창시자가 아니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지닌 차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이보크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보크는 랜드로버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젊은층과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 결과, 크기가 작아졌을 뿐 아니라 기존 랜드로버의 무뚝뚝한 겉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날렵한 쿠페 스타일로 탄생했다. 개발과정에서 과거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이자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로도 유명한 영국의 대표적 스타일 아이콘, 빅토리아 베컴을 참여시킨 것도 역시 젊은 고객과 여성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이처럼 이보크는 지금까지의 랜드로버들과는 다른, 특별한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졌다.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시승회. 호텔 앞에 줄지어 선 이보크 무리가 기자단을 맞이했다. 국내에는 휘발유/디젤 엔진을 얹은 3가지의 5도어 모델과 휘발유 엔진의 3도어 쿠페 모델 등 총 4가지 모델이 출시되었다. 호텔 앞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이보크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채로운 광경은, 이보크가 지닌 강렬한 첫인상의 매력을 대변한다.

먼저 시승 기회가 주어진 모델은 3도어 쿠페.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디자인은 이보크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쿠페 스타일의 SUV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보크는 진짜 쿠페처럼 뒷좌석 도어를 없애버렸다. 시장의 요구는 5도어 모델도 만들도록 했지만 3도어 쿠페야말로 이보크의 진정한 파격을 보여주는 모델인 셈이다.

전체적인 외관은 기존 레인지로버를 파격적으로 뜯어고친 모습. 기존 레인지로버가 중후한 클래식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면, 이보크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보크는 틀림없는 진짜 레인지로버다. 직선과 원을 이용해 빚어낸 차체와 각 부분들을 뜯어보면 레인지로버 고유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프론트 그릴은 익숙한 육각형 매시 타입의 바 두 개로 이루어졌고 쿠페 스타일다운 스포티한 느낌의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원형 LED 주간주행등이 제논 램프를 둘러싸고 있다. 이 역시 레인지로버의 특징을 물려받은 것이다.

뒷부분 역시 랜드로버 엠블럼과 레인지로버 글자가 없더라도, 레인지로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절제된 라인으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했고, 테일램프는 앞과 마찬가지로 슬림한 형태에 가로로 배치되어 낮고 넓은 차체를 강조한다.

이보크의 파격적인 개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쿠페 스타일의 옆모습이다. 뒤로 갈수록 과감하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루프라인과 반대로 점점 높아지는 캐릭터 라인은 젊은 레인지로버의 느낌을 확실하게 전해준다. 여기에 필러들을 모두 블랙 컬러로 마감해 쿠페 라인을 더욱 또렷하게 강조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레인지로버의 향이 보다 짙게 느껴진다. 우드 트림은 없지만 고급스러운 가죽에 스티치 장식, 그리고 질감과 촉감이 모두 훌륭한 플라스틱 구성은 특유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전해준다. 내비게이션과 각종 설정 메뉴들은 완벽하게 한글화 작업이 되어 있어 편하게 쓸 수 있다. 센터콘솔 뒤로는 볼보에서 보아온 소박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다섯 가지 색상의 조명 컬러를 사용자가 고를 수 있는데, 이는 빅토리아 베컴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위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파노라마 선루프로 보이는 늦가을의 맑은 하늘이 감성을 자극한다.

장황한 탐색전을 마치고, 이보크의 주행 감각을 느낄 차례. 시동 버튼을 누르면 재규어로부터 넘어온 드라이브 셀렉트 다이얼이 살며시 솟아오른다. 그 아래로는 노면 상형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작동 버튼이 있는데, 최근 랜드로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얼 방식이 아닌 버튼식이다.

3도어 쿠페 다이내믹 모델은 2.0L 터보차저 휘발유 엔진을 얹고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34.7kg‧m로 배기량에 비해 강한 힘을 발휘한다. 아울러 알루미늄 차체로 이룬 1,790kg의 가벼운 무게는 이보크에 뛰어난 민첩성을 부여했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6초. 수치상으로도 뛰어나지만 체감 가속은 더 빠르다. 액셀러레이터는 다른 레인지로버에 비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속에서도 힘차게 속도를 더한다. 막내다운 발랄함이 살아있다.

고속영역에 접어들어도 안정적인 승차감과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이는 매그니라이드 서스펜션의 공이 크다. 페라리 등 유명 스포츠카에도 쓰이는 매그니라이드 서스펜션은 주행상황에 따라 댐핑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최적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세대 기술까지는 스포츠 모델에만 사용되었지만 3세대에 이르러 SUV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보크가 이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최신 기술답게 반응 속도와 제어 능력은 한층 향상되었다.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은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일반, 잔디, 자갈, 눈길 등 총 4가지 모드를 제공하고, 3도어/5도어 다이내믹 모델에서는 보다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 모드가 더해진다.

3도어 쿠페는 기본적으로 스포티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아담한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과 더불어 SUV로는 특이하게 버킷 타입 시트를 갖춘 것이 그 증거. 일반모드에서 달려도 꽤 탄탄한 하체의 느낌이 시트를 타고 전해져온다. 취향이 맞는 친구를 만난 기쁨에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더 신나게 놀아보기 위해 다이내믹 모드의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오른발의 감각은 한층 예민해지고 서스펜션은 보다 단단해진다. 보다 시원한 가속감이 느껴지고 제법 스포티한 엔진음이 귓가를 맴돌지만, 반발력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다. 노면 상태가 말끔하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포장도로에서 지나치게 튀는 차의 움직임은 한껏 오른 흥을 깬다. 일반모드에서도 충분히 탄탄한 하체와 부족함 없는 가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일반모드를 더 추천하고 싶다.

3도어 쿠페의 쾌감을 뒤로 하고, 디젤 엔진을 얹은 5도어 모델 앞에 섰다. 첫인상은 도어의 개수를 제외하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옆을 보니 길이가 늘어난 만큼, 3도어 모델에 없던 D필러가 더해져 있다. 휠도 3도어 쿠페가 20인치인데 반해, 5도어는 19인치로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차체에 비하면 큼직한 느낌이다.

2.2L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휘발유 엔진에 비해 50마력 낮다. 그러나 최대토크는 42.8kg․m로 8.1kg․m 더 높다. 아울러 공인연비는 13.7km/L로 레인지로버 사상 가장 연료효율성이 뛰어나다. 무게는 1,875kg로 크기가 커진 만큼 더 무겁지만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는 더해진 무게를 느낄 수 없도록 힘차게 차체를 이끈다. 전반적으로는 3도어 모델에 비해 컴포트한 느낌. 시트 역시 푹신한 컴포트 시트가 마련되어 그 느낌이 배가된다. 물론 탄탄한 하체와 역동적인 움직임은 그대로이기에 운전의 재미는 여전하다.

시승코스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해운대로 다시 돌아오는 길, 다홍빛 석양이 지는 광안대교 너머에는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초고층 빌딩들이 솟아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해운대는 새로운 랜드로버의 모습을 탄생시킨 창조자, 이보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아닐까. 이보크와의 짜릿한 하루는 그렇게 해운대의 풍경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튿날에는 오프로드 체험이 이어졌다. 이보크가 진짜 랜드로버임을 입증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셈. 해운대 해변을 뒤로 하고 오프로드 구조물들이 설치되었다. 쇳덩이로 만든 인위적인 구조물이지만 어지간한 실제 오프로드보다 더 가혹한 환경이다.

이보크는 스포티한 자세를 위해 차체를 낮췄지만 앞뒤 오버행이 짧아 진입각과 탈출각이 상당히 높은 편. 아울러 앞뒤 구동력을 가변적으로 제어하는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이 어우러져 급한 경사로나 굴곡이 심한 곳을 재현한 코스에서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 있어도 거뜬하게 코스를 통과했다. 특히 왼쪽 면에는 롤러가 설치되어 한쪽 휠에 그립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바퀴의 회전을 감지해 차체의 흔들림 없이 경사로를 아무렇지 않게 오르는 모습은 이날의 백미였다.

이보크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랜드로버의 틀을 깨버렸지만 의심이 여지없는 확실한 랜드로버다. 더 나아가, 이보크의 현재는 랜드로버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이것이 이보크를 특별한 차로 만드는 이유다.

글 · 김동균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 동영상 보러 가기>


더 큰 이보크의 등장과 랜드로버의 미래

랜드로버는 이보크의 성공적 데뷔에 힘입어, 더 큰 ‘그랜드 이보크’를 만들 계획. 그랜드 이보크는 일반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트 사이에 자리 잡게 된다. 아울러 그랜드 이보크의 등장으로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보다 크고 고급스럽게 바뀔 전망.

엔진 라인업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새로운 4기통 엔진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약 170마력의 1.8L 터보 휘발유 엔진과 유닛과 L당 약 135마력을 뿜어낼 수 있는 디젤 엔진이 포함된다. 또한 재규어랜드로버의 하이브리드 개발 프로그램은 그랜드 이보크의 트윈모터 버전도 개발할 것이다.

그랜드 이보크의 출시는 2015년으로 예상된다. 생산은 영국 헤일우드 공장에서 일반 이보크와 프리랜더, 그리고 새로운 재규어의 소형 세단과 함께 만들어진다. 이들은 모두 같은 구조에서 나온 변형 모델. 한 플랫폼으로부터 네 가지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재규어랜드로버는 지금껏 달성하지 못한 규모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고 이는 보다 더 작은 모델들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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