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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폭스바겐 그룹 CEO 마티아스 뮐러
디젤게이트의 와중에 마티아스 뮐러는 폭스바겐 그룹 CEO라는 독배를 들어야 했다.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가 그 내막을 밝혔다
2017년 11월 29일 (수) 09:57:11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c2@iautocar.co.kr
스탠 파피어(Stan Papior) c2@iautocar.co.kr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첫날 오전 9시. 폭스바겐 그룹이 앞으로 2년을 가늠할 고객ㆍ비판자와의 매우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 나는 폭스바겐 CEO 마티아스 뮐러(Matthias Müller)와 45분 인터뷰를 서둘러야 했다. 뮐러에 따르면 영어로 이뤄지는 유일한 단독 인터뷰였다. 어째서 <오토카>를 선택했을까? 내 나름대로 추리해봤다. 우리 <오토카>는 일간지를 비롯해 다른 매체보다 한층 충실하게 인터뷰를 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웹사이트는 접속빈도가 훨씬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 전날 저녁 뮐러가 발표한 2025년까지의 기업경영계획이 우리 인터뷰의 윗자리에 올라있었다. 거기에는 로드맵 E라는 ‘자동차계의 가장 포괄적인 전기화 프로젝트’가 들어있다. 나아가 세계자동차계를 뒤흔든 디젤게이트를 비켜갈 수 없었다. 


로드맵 E가 발표된 이튿날 아침 온갖 매스컴이 지구를 흔들 헤드라인을 내걸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폭스바겐(=VW) 그룹은 2025년까지 80여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 300개를 내세워 시장을 휩쓸게 된다. 뿐만아니라 ‘자동차산업의 일대 개혁을 이끌’ 배터리 구입자금으로 자그마치 180억 파운드(약 25조원)를 떼놨다. 이들을 둘러싸고 뮐러가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우리는 이미 메시지를 밝혔고, 그 내용을 반드시 실천하기로 했다. 이건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강력한 공약이고 오늘부터 우리 실적을 가늠할 잣대다.”

 

   
뮐러는 포르쉐 CEO로 마칸 개발작업을 감독했다

나는 이번 만남이 정식 인터뷰라 생각했다. 독일 최고경영자는 으레 격식을 갖추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가 다뤄야 할 어젠다는 심각한 문제였고, 최고경영자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VW 그룹 모터쇼 행사본부 깊숙한 밀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뮐러는 복도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는 우람했다. 머리는 희었으나 안경을 끼지 않은 얼굴은 젊어보였다. 최근 몇 주 사이 자주 필드에 나간듯 살갗은 보기좋게 그을렸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내 손을 힘껏 잡았다. 내 성을 빼고 이름을 불렀고, 스스럼없이 나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우리 사진기자가 청하는 대로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했고, 정중하게 나와 마주앉았다.  

 

   
주류언론은 폭스바겐을 인정사정없이 걷어찼다

바로 어제 저녁 그는 로드맵 E를 장중한 어조로 발표했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룹의 거대 전략을 시시콜콜 따지기보다는 일단 뜸을 들이기로 했다. 먼저 폭스바겐 전략상 일대전환이 ‘디젤게이트’ 또는 ‘디젤 스캔들’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를 떠봤다. 뮐러는 두 가지 표현을 일부러 강조하거나 당혹스러워 하지 않고 담담히 섞어 썼다. “새 로드맵의 동력은 디젤 때문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디젤게이트가 그 동력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에둘러 시인했다. 


“2015년초 마르틴 빈터콘(Martin Winterkorn)이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미래를 향한 노선’이라는 이름의 대토론을 벌였다. 처음에는 꾸준히 전진해야 한다는 결의 이상의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가을 디젤게이트가 터졌고, 내게 경영권이 쥐어졌다. 그때 디젤 스캔들이 우리 신전략의 모태가 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 일에 전력을 기울였다. 미래의 제품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논의했고, 무엇보다 엔진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재래식 엔진, 전기, 플러그인, 수소 등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말쯤 로드맵 E를 거의 매듭지었다. 그뒤 로드맵을 실시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앞으로 10~15년의 우리 공약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나는 폭스바겐의 철저한 전기화 전략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내 심경을 전했다. 한데 뮐러는 폭스바겐이 걸어온 먼 길을 자랑하는 기색이 없었다. 동시에 그처럼 엄청난 부담을 안긴 환경에 불만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전기화에 올인하려는 폭스바겐에 나는 솔직히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당분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전기차가 쌓게 될 적자가 난제다. 그처럼 많은 전기차를 만들어 팔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어느 부문에서 적자를 메울 작정인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뮐러의 대답에 나는 멈칫했다. 자동차 게임에서 쉬운 일이란 찾기 어렵고, 특히 비용과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확신에 찬 뮐러의 말은 이어졌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배터리와 그밖의 핵심 부품 값은 극적으로 떨어진다. 그와는 달리 재래식 차량부품은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 전기차가 당장 재래식 엔진차만큼 이익을 낼 수 없을지 모른다. 그 때문에 재래식 엔진차와 전기차의 호혜적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5~7년 사이에 둘의 이익은 역전되어 수입의 균형을 잡아주리라 내다본다.”


그러나 뮐러는 이처럼 고통없이 흘러가는 과정을 고객들이 정확히 이해해줄지 한 가닥 의문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재래식 엔진이 다리를 놔줘야 한다. 완전전기차로 옮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다. 자동차계 어느 누구도 정확히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그 문제는 고객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충전 인프라가 지금처럼 빈약한 상황에서 그 시점이 빨리 다가올 수는 없다. 어느 나라 정부나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디젤을 둘러싼 대소동에도 폭스바겐은 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지키고 있다. 말을 바꿔, 고객들은 변함없이 폭스바겐을 사랑하고 있다. 그 까닭을 뮐러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매스컴의 십자포화 속에서 폭스바겐이 시련을 겪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CEO 뮐러는 껄껄대며 웃었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매력적인 제품 라인업,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꾸준한 믿음과 우리 사원의 능력을 들 수 있다. 그런 현상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세계최대 메이커 폭스바겐 그룹의 장래는? 2025년에도 최대라는 타이틀이 중요할까? 이미 최대의 왕관을 썼던 GM과 토요타는 양보다는 현재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최대는 중요하고, 2025년에도 중요하다.” 뮐러가 말했다.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 그러나 핵심과제는 어디서 선두를 잡을지에 있다. 판매량? 모델수? 성능? 우리는 이 셋을 모두 추구한다.” 전방위적 신형 모델 이외에도 뮐러는 그 배후의 중요한 전략을 소개했다. 그룹내의 다양한 브랜드가 각기 독립성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방금 발표한 로드맵 E 계획은 폭스바겐의 전기화 사업을 이끌어간다

“폭스바겐 그룹의 구조는 대단히 복잡하다.” 뮐러가 말을 이었다. “우리 그룹은 62만명의 인력과 12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그룹 활동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경영능력,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밖에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데 지금 당장은 해답이 없지만, 그 길을 찾으러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으레 그렇듯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나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뮐러가 폭스바겐 그룹 CEO 자리를 받아들였을 때부터 그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왜 그 자리를 받아들였나? 어째서 의도적으로 전임자들의 실책을 떠맡고 나섰나? 당시 뮐러는 60대초였고, 포르쉐 CEO로 잘 나가고 있었다. 그룹내에서 전혀 문제가 없던 다른 고위인사처럼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지 않았나? 뮐러는 다시 슬쩍 얼굴을 찌푸리며 껄껄댔다.

 

   
 

“나는 오너를 돕고 싶었다.” 독일 분단시대에 동독에서 태어난 뮐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잉골슈타트에서 학교에 다녔고, 아우디 견습공으로 들어왔다. 그뒤 대학으로 돌아가 경영학을 전공했다. “내가 폭스바겐에 들어온 지 44년이 됐고, 그동안 큰 혜택을 받았다. 난국을 맞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했을 때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그룹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다. 기업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그게 먹혀들지 단정할 수는 없으나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뮐러의 보좌진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뮐러에 호감이 갔다.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솔직했고, 겸손했다. 지난번 우리는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만났다. 그가 대성공이 보장된 포르쉐 마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헤어지기 전에 뮐러에게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대답이 놀라웠다. “처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디젤, 사업전환, 디지털화, 연결기능, 자율운행, 카셰어링 등이 난제로 다가왔다. 확실히 대단한 도전이다. 하지만 재미도 있다.”

 

그리고 뮐러는 말했다

   
 

디젤의 장래는? “디젤은 계속해서 팔리라 믿고 있다. 첫째, 디젤은 깨끗하다. 둘째 CO₂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셋째, 수많은 고객에게 적합하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디젤을 만들어 팔 것이다. 최소형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2019년 또는 2020년 신세대 디젤에 투자할 것이다.”

 

자율운행차에 관하여. “첫 단계에서 여러분과 나의 자가용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먼저 도시를 달릴 택시와 소포 배달차가 될 공산이 크다. 속도는 느리고, 운전기사의 임금이 가장 비싼 곳이기 때문이다. 그뒤 상당히 세월이 흘러 자율차가 한층 발달하고, 속도가 더 빨라진다. 그러면 양판 시장에 나올 것이다.”

 

폭스바겐의 중기 전망은? “지금까지 우리는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도 해법은 마찬가지다. 아주 매력적인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 콘셉트가 앞으로 5년간 달려갈 길을 보여준다. 우리가 숙제를 잘 풀어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폭스바겐이 내야 할 벌금이 재정에 주는 충격은? “미국의 200억달러(약 22조원) 벌금이 충격을 주지 않느냐? 물론 타격을 준다. 지금 당장 내 주머니에 그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대단히 탄탄한 기업이고, 모든 프로젝트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

 

다시 ‘착한 기업’ 그룹에 들어갈 가능성은? “사정은 달라지고 있지만 변화속도가 미흡하다.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될 법적 문제가 있다. 해결되려면 몇 년이 걸리고, 길게는 10년을 끌지도 모른다.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잘라 말할 수 없다.”

   
 

브렉시트에 대해서. “이 문제에는 어떻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한데 나는 단연 유럽인이다. 영국은 그들 나름대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은퇴는? “5년동안 그룹을 이끈 뒤 3년안에 물러날 작정이다. 그때쯤 우리는 고객과 관계당국의 신뢰를 되찾고, 다음 10년을 잘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후계자는? “내 후계자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할 필요가 없도록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내리고 있는 결정을 그대로 추진하면 그룹의 장래가 보장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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