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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1월 신차 비평
2017년 11월 29일 (수) 09:53:24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c2@iautocar.co.kr

토요타 뉴 캠리

   
 

구상: 토요타의 글로벌 중형 승용차 캠리의 8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본 메이커의 승용차 중 하나로, 1980년대에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35년 이상 베스트셀링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7세대를 이어오는 동안 캠리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중형 승용차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대 쏘나타와 기아 옵티마(K5)가 캠리와 같은 시장에서 겨루고 있지만, 완전히 대등한 경쟁자라는 것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게 솔직한 관점일 것이다. 물론 쏘나타와 옵티마도 디자인 개성이나 초기의 물리적 품질에서는 캠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차 특유의 내구성과 토요타 브랜드가 그 동안 쌓아온 신뢰성 등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중형차 소비자들 대다수가 일본 메이커의 차들을 선택한다.


그런 소비자들의 안목에 맞는 성격으로서의 캠리의 차체 디자인은 사실상 첨단 감각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행을 이끌어 가되, 과격한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반 정도로 매우 조심스러운, 보기에 따라서는 보수적이기까지 한 성향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토요타 브랜드, 그리고 캠리 승용차의 디자인 감각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8세대 미국 시장용 캠리의 차체 디자인은 과격함보다는 새로운 시도로 마무리된 느낌이다. 최근의 토요타를 필두로 하는 일본 메이커의 차체 디자인은 상당히 과격한 느낌이다. 새로운 캠리는 차체 측면에서 3박스의 세단 프로파일을 유지하면서도 극히 짧은 데크로 스포티한 이미지를 준다. C-필러의 근육질 처리로 강하지는 않지만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와 아울러 뒤 범퍼 아래로 ‘찢어져 내려간’ 테일 램프의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대개는 차량의 앞 모습을 강렬하게 디자인하고 뒷모습을 무난하게 하는 게 보통이지만, 신형 캠리의 앞모습은 스포티하면서 그다지 과격하지는 않은 인상을 가진 대신에, 뒷모습을 상대적으로 강렬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뒤 차 운전자들에게 캠리 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들어간 건지도 모른다.

 

류청희: 이번에 국내 판매를 시작한 새 토요타 캠리는 미국 시장 기준으로 8세대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승용차 자리를 놓치지 않은 탓에 한동안 브랜드 파워에 기대어 현실에 안주하는 느낌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치열해지는 경쟁과 더불어 SUV와 크로스오버의 인기에 세단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에도 세단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만큼, 캠리가 토요타 라인업에서 맡은 허리 역할은 흔들리지 않는다. 판매 차종 수가 적은 국내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토요타는 새로 개발한 TNGA 플랫폼으로 크기를 줄이며 거품을 뺀 차체에 새로 개발한 엔진을 중심으로 파워트레인을 바꿨다. 무엇보다도 역대 캠리 중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 성격 변화를 시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다소 보수 성향의 소비자들이 찾는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캠리의 변화가 낯설기도 하다. 그러나 첨단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가 유입되는 것을 반영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화하고 다양한 안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캠리가 속한 시장이라고 다를 바 없다. 스포티한 성격을 강화한 세단이 늘어나는 흐름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 


주력 엔진이 2.5L 휘발유로 국내 동급 모델보다 배기량이 큰데도 연비가 좋고, 효율 좋은 하이브리드 구동계까지 갖추고도 국내 경쟁 모델과 값 차이가 작다. 디젤게이트 이후 시작된 반사이익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내에서 직접 경쟁하는 혼다 어코드의 이미지와 판매가 한풀 꺾인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를 크게 바꾼 캠리로 시선을 돌릴 소비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일본차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구상: 마세라티는 사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었다. 우선 생산량이 적은 차종들로 구성된 이유도 있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데 그처럼 희귀한 브랜드 마세라티의 모델들 중에서도 기블리(Ghbli)는 더더욱 희소 모델이다. 국내에는 2013년을 즈음해서 3세대 모델이 처음 발표됐다.


새로운 기블리는 신형 콰트로포르테 세단의 스포티 버전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쿼트로포르테 세단도 워낙 고성능 차량이기 때문에 그것의 스포티 버전이라는 게 말이 안될 수도 있지만, 콰트로포르테가 상대적으로 우아하다면, 기블리는 성깔(?)을 가진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기블리는 2도어 쿠페 차체의 2인승 GT카, 즉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차량(gran tourismo)으로 개발됐다. 1세대 기블리는 8기통 엔진을 얹고 1966년 토리노 모터쇼에 처음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거장 자동차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rogetto Giugiaro)의 작품으로, 쐐기형 스타일의 차체였다.


이후 1992년에 등장한 2세대 기블리 II는 역시 거장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 디자인으로 나와 1997년까지 생산되었다. 기블리 II 이후 1997년에 쥬지아로 디자인의 마세라티의 3200GT 쿠페가 등장하면서 3세대 모델이 나온 2013년까지 17년 동안 기블리 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등장한 기블리는 쿠페가 아닌 세단 차체로 나왔고, 쿠페는 그란 투리스모라는 모델로 나온다.


새로운 기블리는 전장 4970mm, 폭 1945mm, 전고 1455mm, 축거 3000mm의 대형급 세단이지만, 여전히 강한 개성과 역동성을 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마세라티의 모든 모델들이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지만, 기블리는 특히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류청희: 2013년 등장한 이후 마세라티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기블리가 데뷔 4년째를 맞아 페이스리프트했다. 소소한 업데이트는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에 기술적 변화는 크지 않다. 대신 먼저 페이스리프트한 콰트로포르테와 마찬가지로 실내외 디자인을 손질하는 한편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그란루소와 스포티함을 강조한 그란스포트로 모델 구성을 구분했다. 앞서 페이스리프트한 콰트로포르테와 같은 맥락이고, 개선된 여러 부분도 공유한다.


기블리는 브랜드 인지도나 차의 특성을 고려하면 직접 경쟁하는 모델을 찾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고성능 세단 라인업을 상대한다. 그러나 경쟁 모델들은 점점 더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첨단 ADAS 기능도 기블리보다 알차게 갖췄다. 개선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불편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약점 중 하나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SUV인 르반떼는 좀 더 넉넉한 실내와 적재공간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가고 있다. 


마세라티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유의 강렬함이 돋보이는 개성을 매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세련미와 실용성 면에서 보면 경쟁차에 비해 취약한 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아직 국내 판매 모델을 시승하지 못했지만, 콰트로포르테를 전례로 미루어 보면 그와 같은 개성과 한계는 새 모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듯하다. 입지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말 변화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매력을 더 키우는 것이 변화에 포함되었어야 할 가장 큰 요소가 아니었을까.

 

롤스로이스 뉴 팬텀

   
 

구상: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지향하는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8세대 팬텀 디자인은 첨단보다는 전통과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인상이다. 이전의 7세대 팬텀과 비교하면 사실상 달라지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롤스로이스의 전통적 차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차체 측면을 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크게 기울어진 뒤 유리창이다. 이로 인해 데크가 짧아지고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인상을 주지만, 매우 굵게 설정된 C-필러와 긴 뒤 문, 그리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측면 캐릭터 라인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우아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커다란 크기의 바퀴로 인해 역동적이면서 차량의 존재감을 강조해준다. 게다가 극히 짧은 앞 오버행으로 인해 매우 적극적인 이미지도 공존하고 있다.


전면의 이미지에서는 특유의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 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앞 범퍼 아래쪽까지 내려와 양쪽 리브에 연결되어 그 크기를 강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게다가 A-필러에서 시작된 크롬 몰드가 후드의 캐릭터 라인을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연결돼 매우 클래식한 인상을 준다.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도 이전 모델이 직선적인 수직 형태였던 것에서 뒤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면서 완만한 곡선으로 만들어졌다. 곡선에 의해 오히려 수직적 엄숙함이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양측의 헤드램프에는 차가운 인상의 주간주행등과 LED 헤드램프의 적용으로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만든다. 이는 고대의 투구처럼 만들어진 앞 범퍼 양측의 형상과 결합되어 흡사 표정이 보이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최고급 승용차답게 실내 역시 금속과 목재, 가죽과 조명이 어우러진 고품질의 이미지로 중무장하고 있다. 여기에 별빛을 이미지화 한 천정 조명과 수직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 트림 패널의 디자인은 모던 건축의 실내와 같이 간결하고 안락한 인상을 준다. C-필러보다 더 뒤쪽으로 설정된 뒷좌석의 위치는 시트 양측면 공간이 뒷문 도어 트림 패널로 연결되는 코너 공간의 처리를 통해 극도의 안락감을 보여준다. 이는 일반적인 양산형 승용차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류청희: BMW가 인수한 뒤 롤스로이스의 기함으로 선보여 13년 동안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온 팬텀이 드디어 새로운 세대로 탈바꿈했다. 앞으로 나올 모든 롤스로이스의 뼈대가 될 새 아키텍처로 만들어진 첫 모델 생산을 위해 BMW는 롤스로이스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사실 롤스로이스 중에서도 팬텀은 다른 세상의 차다. 조용함, 부드러움, 고급스러움에서 다른 차들과 격이 다르다. 값도 마찬가지여서, 평범한 사람들은 사기는커녕 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장이라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전적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외관이나 최고급 소재로 치장한 실내처럼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은 과거에도 그랬듯 호화롭고 고급스러우며 특별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속에 담긴 기술에 아무리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모두 차에 탄 사람을 더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도 여전하다. 새차에서 발전한 기술이 갖는 의미가 돋보이지 않는 차는 드문데, 새 팬텀이 그런 차다.


롤스로이스의 백미는 주문하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해 구석구석까지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별한 차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 팬텀에서 예술 개념을 도입한 ‘더 갤러리’ 대시보드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주문 후 차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는 가졌을지언정 여유는 얻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롤스로이스를 롤스로이스답게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새 팬텀의 가치도 더 빛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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