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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살인자의 기억법:태주의 YF 쏘나타
진실을 품고 있는 차. 사실을 알고 있는 차
2017년 11월 29일 (수) 09:52:57 신지혜 c2@iautocar.co.kr
   
 

딸 은희와 둘이 살고 있는 남자 병수. 그는 수의사이다. 한적한 마을에서 그리 빡빡하지도 그리 넉넉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 그에게 큰 걱정거리는 없어 보인다. 단 한 가지, 자신의 기억을 점차 잃어간다는 것 외에는.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 병수. 17년 전 자동차 사고 이후 발병해 조금씩 그를 갉아먹고 있는 알츠하이머는 병수를 위협하며 다가든다. 병수는 초조해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연쇄살인범이었다. 17년 전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은 이후 그는 손을 씻었다. 그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것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는 스스로 할 일을 한 것 뿐이라 되뇌인다. 다른 사람들을 해하고 폭력으로 누군가를 짓밟는 악한 사람들이 있었고 병수 자신은 단지 그들을 청소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그래서 폭력과 해악 아래 놓였던 누군가를 구해주고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억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런 과거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 그런데 알츠하이머가 심해지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것과 함께 누구인지 알 듯 말 듯한 여자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뒤죽박죽 되어가는 기억들은 아무도 알아서는 안되는 사실들을 쑤셔댄다.


병수는 그래서 기록을 시작한다. 매일 매일 간단한 일기를 쓴다. 그렇게 쌓인 파일을 토대로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은희의 남자친구라는 그는 태주라는 이름을 가졌고 경찰이라고 한다. 그러나 병수는 곧 잊어버릴 남자의 얼굴, 이름, 직책과는 상관없이 그의 눈빛에 흔들려버린다. 자기자신과 닮은 눈빛, 그것은 살인자의 눈빛이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소재와 플롯의 전개가 독특할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다 작가의 좋은 필력으로 끝까지 한숨에 몰아치는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그래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연기 잘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우 설경구가 병수 역을 맡는데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 김남길이 태주 역을 맡았으니 더욱 기대가 모아졌다.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원전이 있는 경우 영화로 만들기는 오히려 더 어렵다. 그래서 각색 또는 장르에 맞는 재구성이 참으로 절실한데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의 뉘앙스를 영화적으로 잘 해석해낸 케이스다.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오브제는 자동차이겠다. 은희가 데려온 남자 태주는 처음부터 빙글거리는 얼굴로 병수를 시험하는 듯한데 병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실은 이미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기억 때문에 정신을 차려보면 엉뚱한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하는 병수는 그 때문에 두렵다. 그 두려움을 안고 차를 몰다가 그만 앞에 있는 하얀색 YF 쏘나타를 들이받게 되는데 병수는 쏘나타의 트렁크 밖으로 새어나온 핏줄기를 보고야 말았다. 그의 직업상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본 병수는 직감적으로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고 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하지만 기억이 온전치 못한 그의 말은 꿈이나 공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고 아무런 증거도 아무런 정황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수 자신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오직 태주의 흰색 쏘나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트렁크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새어나간 핏줄기가 누구의 것인지, 자신을 모는 태주, 외피는 경찰이지만 내면은 다른 사람인 그가 어떤 인격체인지 오직 태주의 쏘나타는 알고 있었다. 병수도 경찰들도 관객들도 병수의 기록물까지도 흔들리고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을 때 오직 진실과 사실을 아는 것은 태주 자신과 쏘나타뿐이었던 것이다. 


시네마 토커 신지혜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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