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도로의 제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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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도로의 제왕은 누구인가?
  • 댄 프로서(Dan Prosser)
  • 승인 2017.11.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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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우디 RS5는 얼마나 뛰어날까? 또 하나의 네바퀴굴림 수퍼 쿠페인 닛산 GT-R과 맞서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지 진짜 시승을 펼쳐 보았다. 댄 프로서(Dan Prosser)가 스노드니아에서 결투 심판으로 나섰다

이번 비교시승은 아마도 조금 뜻밖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신형 아우디 RS5를 최신 닛산 GT-R과 맞붙이기에 아주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두 차 모두 네바퀴굴림 고성능 쿠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두 차가 각각 V8 트윈터보 엔진과 변속 패들이 있는 변속기를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차의 기본 판매 가격은 2만파운드(약 296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는 해도 – 아우디는 6만1015파운드(약 9040만원)이고 닛산은 8만3875파운드(약 1억2420만원)다 – 준비된 시승차의 값은 실제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아마도 RS5를 GT-R과 비교하려는 가장 좋은 구실은 두 차가 존재의 이유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하나로 수렴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우디는 그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RS5라고 주장하는 한편, 훨씬 더 나아진 실내와 더불어 대대적으로 개선된 GT-R은 역대 가장 실용적이고 장비를 잘 갖췄다는 것이 닛산 측의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RS5와 GT-R을 나란히 비교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뿐이다. 아우디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싶어서였다. 고성능 차가 얼마나 뛰어난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정말 좋은 길에서 경쟁차와 쫓고 쫓기며 달려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우리가 선택한 정말 좋은 도로는 웨일즈주 북부 발라(Bala)와 페스이니옥(Ffestiniog)을 잇는 B4391 도로다. 장엄한 스노도니아(Snawdonia)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그 도로는 내가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가속이 빠른 차를 시험하기에 가장 좋은 포장도로 중 하나다.

 

아우디의 고성능 전문 부서로 알려진 아우디 스포트(Audi Sport)는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물건을 내놓아 왔다. R8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신형 TT RS와 RS3은 모두 이전 모델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아우디 스포트의 최신 모델은 아마도 GT-R에게 두려움을 선사할 것이다.

 

호텔 주차장에 처음으로 나란히 주차된 두 차의 모습에서는 닛산 쪽이 우세해 보인다. 아우디는 전통적 관점으로는 더 멋지고 성숙한 모습이지만, 스포일러와 공기배출구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야수 옆에서는 왠지 특색이 없어 보였다. 비누덩어리 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차체의 부푼 곡선들이 좀 더 강조되었다면 아주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도어를 열어보면 점수는 균형을 찾는다. RS5의 매끈하고 품질 좋은 실내는 GT-R의 실내를  간단하게 압도한다. GT-R은 2017년형 모델로 바뀌면서 소소한 조절장치들에 더 고급스러운 소재를 쓰는 등 대시보드 디자인을 크게 개선했는데도 그렇다.

즉 GT-R은 존재감 면에서, RS5는 실내 면에서 더 뛰어나다. 두 차의 제원표에서는 두 차의 특성이 아주 다르게 드러난다. 닛산은 더 빠르고 강력하지만, 아우디는 마찬가지로 훨씬 더 현대적이다. 아우디의 트윈터보 V6 2.9L 엔진은 GT-R의 요란하고 거칠며 연료를 한껏 들이키는 3.8L 엔진에 비하면 한층 효율적이다. 사실, RS5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없어도 요즘 시대에 아주 잘 어울리는 수퍼 쿠페다. 자동차 업체들은 슬슬 듀얼 클러치 기술에서 손을 떼고 있는 분위기다. 더 부드럽고 가벼우면서 저렴한 토크 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에서 엄청나게 짧은 변속 시간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RS5에 쓰인 변속기가 정확히 그런 종류의 것이다.

 

한편, 닛산은 10년 전, 당시 최신의 듀얼 클러치 기술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업체 중 하나였다. 앞으로 확인하겠지만, 도로로 나서면 두 변속기는 소름끼치도록 비슷한 느낌이 든다.

GT-R의 최고출력은 570마력으로 RS5보다 120마력 우세하다. 아우디는 1655kg에 불과한 전비중량으로 맞받아친다. 이는 닛산보다 100kg 가까이 가벼운 것이다. 통통한 덩치와 관계없이, GT-R이 더 빠른 것은 사실이다. GT-R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8초 만에 가속해, RS5보다 1초 이상 빠르게 도달한다.

심지어 GT-R을 모는 경험은 늘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가슴 설레고 특별하다. B4391 국도처럼 물 흐르듯 시야가 좋은 길을 잠깐 달리고 나서 GT-R에서 내릴 때에는 마치 마약을 맞은 것처럼 완전히 구름 위에 붕 뜬 기분이 드는 듯하다.    

 

상당한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GT-R이 둔하고 다루기 힘든 느낌이리라 예상하겠지만, 운전석에 앉아 수 백 m만 몰아봐도 실제로는 움직임이 얼마나 날카롭고 민첩한지 확인하게 된다. 직선 도로에서는 난폭하리만치 빠른 느낌이다. 오른발을 깊숙이 밀면 미는 내내, 기어 단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새로운 힘이 솟아나 끌어당기는 듯하다. 엔진은 낮은 회전 때 반응이 가장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간 회전영역에서는 아주 강력하고 마지막 2000rpm 구간에서는 미친 듯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공식 발표한 최고출력 570마력보다 훨씬 더 힘찬 느낌이다.

 

코너에서도 GT-R은 실제보다 훨씬 더 가벼운 느낌이다. 빠르고 놀랄 만큼 정교한 스티어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덕분이다. 그리고 GT-R의 던롭 타이어는 마른 노면에서 움켜쥐듯 강력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한편 자연스러운 섀시 균형은 실제로는 중립적이어서, 어처구니없이 빠른 속도로 코너를 달릴 수 있다. 섀시에서 실제로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주 세밀하게 다룰 수 있어, 움직임의 흐름과 차의 균형을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노골적으로 말해, GT-R은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RS5보다 더 빠르다. 더 높은 출력과 기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접지력만 해도 뛰어나다. 그러나 두 차를 몰고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달리는 시간을 재면 차이는 크지 않다. 일반 도로에는 속도제한이 있고 자살하듯 뛰어드는 양이 있는가 하면 다른 차나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세계에서는 아우디가 닛산보다 훨씬 더 느리지는 않다. 그러나 운전하기에 가슴 설레는 차라는 점에서는 비교 상대가 되지 않는다.

 

RS5에서 내릴 때에도 깊은 인상을 얻을 수는 있다. 아마도 기분 좋은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은 다시 차에 올라 연료 탱크가 바닥날 때까지 신나게 달리고 돌아오고 싶을 만큼 마음을 들뜨게 하지는 않는다. 아주 빠르고 무척 만족스러운 차와 정말 뛰어난 차 사이의 차이라고나 할까.

 

RS5에게서 최상의 경험을 이끌어내려면, 여러 가지 변수를 정확하게 설정해야만 한다. 중요한 부분은 스티어링이다. 스티어링을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하면 완전히 엉망이 된다. 지나치게 무게가 실려 둔해지고, 일관성이 너무 심하게 흐트러지며, 앞 차축과 실제로 연결된 느낌이 전혀 없어진다. 컴포트 모드에 놓으면 최소한 날카롭고 직접적이며 무게감이 적당하기는 하다. 구동계와 스포트 디퍼렌셜은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해야 하지만 서스펜션은 컴포트 모드로 두어야 한다. 섀시는 단단한 쪽으로 설정할수록 딱딱하기가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고, 약간 뒤뚱거리는 느낌이 좀 더 재미있어질 뿐이다. 

 

물론 RS5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재미있고 운전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차체 앞쪽 접지력이 대단한 덕분에 섀시에서는 언더스티어가 아주 미미하고, 심지어 차체 뒤쪽 움직임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RS5는 정말 몰기 재미있고 몰입할 만하다.

 

토크 컨버터 방식 변속기는 모든 면에서 GT-R의 오래된 듀얼 클러치 변속기만큼 재빠르다. 패들을 잡아당긴 뒤에 아주 짧은 지체가 있기는 하지만, 변속 자체는 항상 아주 빠르다. 그리고 엔진은 반응이 뛰어나고 강력하며 높은 회전수에서도 힘이 넘친다.

현대적 직접 연료분사 방식 터보 엔진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내지도, 개성이 넘치지도 않음을 입증하는 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 가운데 최신 모델이 RS5다. RS5의 엔진은 GT-R의 무시무시한 구식 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다만 시승구간에서 연비는 아우디가 8.5km/L를 기록한 반면 닛산은 6.7km/L에 머물렀다).

 

이번 RS5는 이전과 큰 격차를 보이며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진 모델이고 아우디 스포트가 담당하고 있는 강력한 모델 전략을 이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GT-R이 주는 중독될 듯한 달리기 느낌과는 전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비슷하게, 닛산은 세련미와 점잖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우디에게 완전히 민낯을 드러낸다. 두 차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차이가 좁혀졌을 수는 있지만, 슈퍼 쿠페로서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그래서 닛산 GT-R은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Nissan GT-R 
가격 8만3875파운드 (약 1억2530만원)
엔진 V6 3799cc 트윈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570마력/6,800rpm
최대토크 65.0kg·m/3600-5800rpm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무게 1752kg
0→시속 100km 가속 2.8초
최고시속 315km
연비 8.5km/L
CO₂배출량 275g/km
 
 
Audi RS5
가격 6만1015파운드 (약 9110만원)
엔진 V6 2894cc 트윈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450마력/5700-6000rpm
최대토크 61.2kg‧m·1900-5000rp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1655kg
0→시속 100km 가속 3.9초
최고시속 280km
연비 11.5km/L
CO₂배출량 197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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