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특집③ 작지만 위대한 혈통, 누오바 친퀘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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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 특집③ 작지만 위대한 혈통, 누오바 친퀘첸토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7.11.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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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사랑하는 누오바 친퀘첸토를 몰고 나갔다. 60살에 들어선 이 꼬마가 세월의 시련을 딛고 건재한가를 밝히기 위해…

미니를 1950년대말 시티카 혁명을 일으킨 주역으로 본다. 괜히 트집을 잡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도무지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피아트 500이 그보다 먼저 뛰어들었다. 뿐만아니라 일을 더 잘 해냈다. 둘을 시가지에 들여놨을 때 피아트가 미니보다 회전과 주차에서 앞선다. 게다가 미니가 들여다보기도 어려운 틈을 500은 비집고 들어간다. 일부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거리에서 미니가 한번 눈길을 끈다면, 500은 자그마치 100번은 끌 수 있다. 

 

지아코사와 람프레디의 창작품은 디자인의 승리였다

여기서 되돌아보자. 랜드로버는 최초의 SUV가 아니었고, 르노 에스파스도 최초의 MPV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피아트 500은 진정한 최초의 시티카가 아니었다. 1957년 500이 처음 시장에 나오기 오래 전에 버블카 산업은 성업중이었다. 실제로 그 실마리가 풀네임에 들어있었다. 누오바 친퀘첸토(Nuova Cinquencento). '새로운‘ 500이라는 이탈리아어다. 그보다 20여년 전 세상에 나온 피아트 500 토폴리노의 존재를 인정한 이름짓기였다. 

 

하지만 이 차급을 뜻매김하게 된 다른 차들처럼 500은 제대로 그 의도를 살린 차였다. 무엇보다 먼저 피아트는 그 일을 해낼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었다. 디자이너 단테 지아코사는 그의 작품 토폴리노를 통해 믿음직한 비전을 보여줬다. 그는 길이가 2540mm를 밑돌면서 4명을 실을 수 있는 차를 그렸다. 그래서 모노코크 구조, 독립 뒤 서스펜션과 뒤쪽 알루미늄 공랭식 엔진의 설계를 아우렐리오 람프레디에게 맡겼다. 후자는 괴물 V12 페라리 엔진 설계로 더 이름을 떨쳤다. 페라리는 그 엔진을 앞세워 팩토리팀으로 르망 24시간 첫승을 거뒀을 뿐아니라 불패의 알파로메오 F1팀을 짓밟았다. 500은 작지만 어디서나 그 위대한 혈통이 배어났다. 

 

솔직히 나는 1950년대의 2CV를 찾아헤맸지만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500을 샀다. 내게 피아트는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은 차상위일 뿐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완벽한 2CV가 나타났을 때 내가 500을 얼마나 오해했던가를 깨달았다. 지금 나는 공랭식 2기통 꼬마 2대를 갖고 있다. 어쩌면 지나치다고 할지 모른다.

 

자동차에 무관심한 사람도 사족을 못 쓰게 만드는 차

한데 나는 어느 500도 팔 생각이 없다. 먼저 500D를 살펴보자. 수어사이드 도어가 달린 오리지널 보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점차 희귀 모델의 반열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내 품안에 들어온 정말 보기드문 차다. 사실 차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마저 이 차를 보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아우성치는 운전재미 탓에 이 차를 지켜왔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오늘날 어느 누가 실로 기발한 차를 디자인한다고 하자. 휠베이스가 지극히 짧고 뒤 엔진 공랭식 모델이고 무게는 500kg을 밑돈다. 그러면 출력이 얼마든 우리 모두가 한번 몰아보려고 줄을 설 터이다. 내게 주된 관심사는 운전대였다. 뒤에 들어앉은 엔진의 무게나 노면 그립에 흔들리지 않았다. 빠르고 직접적인 핸들은 아무리 허술한 타이어를 신어도 핀볼처럼 방향을 바꿨다. 한계에서도 차분한 그립에는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엔진 사운드는 피아트가 21세기에 되살리고 싶을만큼 매혹적이었다. 한편 초고속 4단 변속기에는 싱크로가 없어 더블 디클러칭은 어울리지 않았다.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브레이크뿐이었다. 느낌보다 약간 좋은데 그쳤고, 그 느낌이란 정말 끔찍했다. 

 

이제 ‘신형’ 피아트 500을 캐고 들어갈 때가 됐다. 복고적 스타일은 창의력 파탄의 냄새가 짙고, 혁신적 기술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트윈에어 엔진마저 람프레디의 오리지널이 없었다면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  

 

잽싼 스티어링과 개성넘치는 뒤 엔진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설 자리가 있다. 대단한 운전 머신이 아니고, 노골적인 가지치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 무한히 값진 능력을 지녔다. 이들은 두 번 다시 페라리나 벤틀리를 거들떠보지 않게 만든다. 그 재능만으로도 피아트 500의 비범한 성공을 설명해주고도 남는다. 피아트는 그 어깨 위에 브랜드를 재건했다. 절대로 잊지 말라. 오리지널 500 없이 그 어느 것도 불가능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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