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전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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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위한 전위예술
  • 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
  • 승인 2017.11.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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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가 혁신적이고 장비가 뛰어난 2대를 시승했다. 그 차는 바로 현재 헐값에 구할 수 있는 시트로앵 GS 팔라스와 반덴 플라스 1.7이다

첫눈에 시트로엥 GS 팔라스와 반덴 플라스 1.7은 그럴 수 없이 서로 달라보였다. 비유하자면 크루너의 정상 1977년의 빙 크로스비와 절정의 로커 데이비드 보위가 이중창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둘의 공통점은 뚜렷했다. 각자는 나름대로 야심찬 앞바퀴굴림 세단이었고, 다같이 1970년대에 등장했다. 1973년 오스틴 알레그로가 첫선을 보였고, 당시 주요 라이벌 중 하나가 GS였다. 따라서 두 메이커의 플래그십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시승 무대는 영국 남부 해안의 중앙에 있는 로마시대의 도시 윈체스터에 자리잡은 귀족풍 라인스턴 하우스 호텔이었다. 

 

로베르 오프롱의 GS 스타일은 BMC1100 아에로디나미카를 암시한다

GS는 1970년 10월 세상에 나왔고, 시트로엥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중형 모델이었다. 아미 8과 엔트리급 D 스페셜(혹은 ID)의 틈새를 메웠다. 양산 앞바퀴굴림 세단으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과 3단 승차고 조절 시스템에 앞뒤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아 당시로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게다가 명장 로베르 오프롱의 화끈한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캄 테일과 공력적 라인은 CX의 출현을 알려줬다. 당대 디자인을 알려주는 특징의 하나가 스타팅핸들 슬롯이었다.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에 웨버 카뷰레터가 공기를 들여보낸다

시트로엥 GS는 그해 <카 오브 더 이어>의 정상에 올랐다. 3위에 SM이 뒤따랐고, 놀랍게도 폭스바겐 K70이 2위였다. 1971년 영국시장에 GS가 등장했고, 이듬해 1015cc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을 강화할 1222cc 엔진 옵션이 나왔다. 70년대 중반에 이르자 GS 클럽은 영국에서 곧잘 눈에 띄었다. 그러나 1975년 도입된 팔라스는 언제나 그보다 작은 차량을 눌렀다. 

 

2CV처럼 스타팅 핸들로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런 인상을 그레이엄과 린다 윌슨의 1978년 버전이 더욱 굳혔다. GS 팔라스는 조용히 그 광채를 빛냈다. 메탈페인트 끝마무리부터 틴티드 글라스, 아주 매력적인 허브캡과 저지 나일론 좌석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새로운 차원의 럭셔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나아가 기본인 플라스틱 루프가 팔라스의 이미지를 드높였다. 우리는 포츠머스에 가까운 베르니 스테이크 하우스로 달려갔다. 

 

팔라스는 럭셔리 모델이었다

프랑스에서 시트로엥의 주요 라이벌은 푸조 304, 르노 12TS와 심카 1100 스페셜. 이들 모두 앞바퀴굴림이었다. 그러나 영국에는 당대의 라이벌이 오직 알레그로 반덴 플라스 1500뿐이었다. 런던 근교 킹즈버리에 있던 이 코치빌더는 1946년 이후 오스틴의 소유였고, 1960년 이후에는 별개 브랜드로 독립했다. 8년 뒤 프린세스 4.0L R이 단종되고, 반덴 플라스 보디의 다임러 DS420이 회사의 이미지를 바꿨다. 당시 이 메이커의 장래는 독자 브랜드 제품보다는 재규어를 개조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반덴 플라스가 개조한 ADO16 1100/1300은 시장에서 잘 나갔다. 한데 일찍이 1971년부터 알레그로 바탕의 후계차 계획이 서 있었다. 1974년 9월 17일 기자들이 킹즈버리에서 열린 반덴 플라스 1500 발표회에 모였다. 그 차는 알레그로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다. 좌석은 최고급 코널리 가죽으로 덮었고, 대시보드는 호두나무로 마감했으며 윌튼 카펫이 바닥을 장식했다. 아울러 악명높은 쿼트릭 스티어링은 사라졌고, 앞쪽에는 안개등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릴에 박혔다. “럭셔리하면서도 으스대지 않았고, 강력하면서도 경제적인 반덴 플라스 1500은 진정 수준 높은 드라이버즈카였다.” BL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생동감있는 저지 나일론 트림

반덴 플라스(=VdP) 개조작업은 2일에 끝났고, 알레그로는 웨스트 미드랜즈에서 런던으로 달려왔다. 1500은 2000파운드(약 287만원) 넘게 들었고, 기본형 알레그로에 비해 값은 거의 2배였다. 하지만 겨냥했던 고객층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1970년대의 어느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VdP가 “고위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을 위한” 차라고 했다. 게다가 뒤쪽의 피크닉 테이블은 세상이 무너진다는 드라이버들에게 한층 매력적이라고 했다. 


반덴 플라스는 1975 알레그로 시리즈 2의 개선된 하이드라가스 서스펜션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1979년 제3세대 오스틴 모델이 ‘멋진’(사실은 끔찍한) 플라스틱 트림을 달고 나왔다. 다행히 그때 VdP는 그같은 과잉처리를 피할 수 있었다. 반덴 플라스는 당초에 1.5L 맥시형 E-시리즈 엔진을 선호했다. 평균적인 VdP 고객은 신호등에서 번개출발 경쟁을 벌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가 끝날 즈음 개선된 앞좌석과 함께 단일 카뷰레터 1748cc 엔진을 고를 수 있었다. 1970년 11월 킹즈버리 코치빌더가 문을 닫아 이름을 바꾼 반덴 플라스 1.5와 1.7은 단명으로 끝났다. 그리고 애빙던 공장에서 작업을 이어갔으나 이듬해 10월 그 공장마저 문을 닫았다. 

 

영국시장 진출 모델은 재거 계기를 달았다

우리가 시승한 차는 그 계열의 마지막 제품의 하나였다. 실은 1986년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있었다. “참신한 차이가 있었다”는 말이 가장 정중한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에 걸쳐 오스틴 알레그로에 관한 기사가 수없이 나왔다. 해리스 만의 치밀한 콘셉트가 경영진에 의해 어떻게 변질됐고, 되돌아볼 때 쿼트릭 스티어링은 잘못됐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에 걸쳐 반덴 플라스 모델은 자주 비난의 표적이 됐다. 1989년 고인이 된 러셀 불긴은 비꼬는 투로 이렇게 썼다. “반덴 플라스는 고전적인 우아함을 고품질로 빚어냈고, 시대를 초월한 매력의 영국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최후의 반덴 플라스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BL이 프린세스 1100/1300을 갈아치우는 작업은 언제나 힘겨웠다. 알레그로를 바탕으로 한 모델이 나옴에 따라 현대와 ‘전통’의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킹즈버리의 외부 스타일 처리는 신중했다. 따라서 1750 이키프와 화려한 스타일과는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우리가 시승한 1.7의 투톤 페인트는 그레이트 웨스턴 레일웨이 열차의 색상을 반영했다. 한데 사각형 그릴은 알레그로 노즈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VdP는 영국의 전통을 따라 호두나무, 스미스 다이얼과 고급 코널리 가죽좌석을 갖췄다

실내는 두 모델 다같이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로 꼽혔다. 자연히 팔라스의 실내는 1934년경의 그것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영국시장에는 ‘외눈박이’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실내는 <201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출발 라운지 분위기를 풍겼다. 운전석에 몸을 내려놓으면 얼마나 편안한지 그날의 근심걱정을 잊어버릴 만했다. 계기, 경고등과 스위치가 장식한 대시보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 특성은 시트로엥의 경우 불가피했다. 아울러 대시보드 한복판에 핸드브레이크가 솟아났고, 옵션인 라디오는 GS방식으로 앞좌석 사이에 들어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반덴 플라스의 실내는 1970년대와 80년대 초 차급의 성격을 재미있게 보여줬다. 동급의 다른 어느 세단 - 또는 그보다 큰 대다수 모델 - 도 코널리 가죽 시트나 부드러운 플라스틱 헤드라이닝을 갖추지 못했다. 장식면에서 제일 가까운 포드 에스코트 기아 Mk2는 시장에서의 판매량 경쟁에 주력했다. 그와는 달리 BL은 1500이 “콘셉트가 전적으로 국제적이어서 로마나 파리 또는 빈 등 어디서나 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훌륭한 혈통의 뚜렷한 분위기는 확실히 영국적이었다.” 사실 VdP는 오스트리아 빈의 중심가 카른트너 슈트라세보다는 영국의 웨이브리지 어느 곳에 있는 네오그레고리식 빌라의 드라이브웨이에 더 울렸다. 

 

그보다 비싼 오스틴은 이미 장비를 잘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킹즈버리 버전은 고객들에게 뛰어난 품질감각을 선사했다. 언론은 걸핏하면 브리티시 레이랜드 제품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경영진은 공장훈련용 영화를 제작의뢰하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영화에는 잘못 만든 알레그로가 명배우들을 깔아뭉개는 장면이 들어있었다. 그럴 때 반덴 플라스는 고급 취향과 제작기술의 오아시스였다. VdP는 6년의 생산기간에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킹즈베리의 수준이 오스틴의 수준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었다. 


시트로엥과 반덴 플라스 사이에는 핵심적인 차이가 있었다. 시트로엥은 드라이버가 탁월한 기술을 즐기도록 뒷받침했다. 반대로 반덴 플라스는 당당한 분위기에 들뜨게 만들었다. 팔라스는 1.2L 엔진뿐이어서 VdP보다 상당히 작았다. 하지만 전혀 힘겨운 느낌이 들지 않았고, 꽤 괜찮은 출력이었다. 파워 브레이크는 지극히 민감해 페달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GS는 우뚝 섰다. 게다가 윌슨의 차는 옵션인 C-매틱 반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3단 변속기의 기어비는 잘 선택되어 팔라스의 초보 드라이버도 코너를 자신있게 돌파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고한 LJK 세트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양산차에 들어간 가장 뛰어난 스티어링 지오메트리였다.” 게다가 안정된 승차고를 뒷받침하는 서스펜션이 있었다. 일단 팔라스가 속도를 올리면 노면이 험한 도로를 거침없이 미끄러져 나갔다.

 

E-시리즈 엔진은 상당한 성능을 뒷받침했다

한편 VdP 오너는 일부 질소를 채운 연결형 디스플레이서로 이뤄진 서스펜션을 자랑했다. 기체 쿠션을 깔고 있는 럭셔리카는 VdP의 이미지보다 현대세계에 훨씬 잘 적응했다. 알레그로는 야심작 하드라가스 세팅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한데 초기 모델은 열악한 댐핑에 시달렸고, 승객은 실내에서 이리저리 휘둘렸다. BL은 그 장비를 바로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1.7은 시트로엥만큼 매끈해지지 않았으나 초기 오스틴의 피칭은 거의 사라졌다. 


5단 변속기는 당대의 영국차로서는 이례적 장비였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자동변속기를 골랐을 것이다. 한편 좌석은 보기드물게 사치스러웠고, 아주 편안했다. E-시리즈 엔진 노트는 축소형 실버 섀도를 몰고 있다는 착각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그러나 반덴 플라스의 기술수준은 다임러 더블-식스처럼 알레그로 바탕의 차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좌석에는 피크닉 트레이를 달았다

BL은 끊임없이 위기에 휘말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반덴 플라스에 무거운 운전대와 싸울 파워 스티어링을 마련했을 것이다. 특히 저속에서 부담이 컸고, 멋진 도시 교통수단의 매력을 끌어내렸다. 


1979년 GS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해치백 GSA로 탈바꿈했고, 그뒤 7년동안 생산은 이어졌다. 남아있는 모델도 거의 녹슬어 성한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반덴 플라스 1.7도 그에 못지않게 희귀하다. 요즘 둘다 비슷하게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트로엥은 아미보다  안락성과 성능이 훨씬 뛰어난 차를 찾는 고객에게 이상적이다. 당대의 가장 뛰어난 양산차로 꼽혔고, 패밀리 세단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차였다. 1970년대 말 영국의 일부 지방에서는 컬러 텔레비전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때문에 첨단기술의 승용차가 구석진 마을에 들이닥치자 마을 사람들은 놀라 자빠졌다. 

 

반덴 플라스 그릴은 알레그로 보디에 잘 어울리지 않았다. 한데 명문 킹즈버리가 뛰어난 솜씨로 마감했다

시트로엥 GS가 열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봤다면, VdP는 의도적으로 거의 신화적인 과거를 되돌아봤다. 1.7은 반덴 플라스 브랜드 배지를 단 마지막 차였다. 뒤이은 메트로, 마에스트로와 몬테고는 그 이름을 트림수준으로 썼을 뿐이었고, 정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매달리지 않는 지혜를 보여줬다. 


수많은 비판자들은 알레그로 콘셉트가 상당히 유망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만약 BL이 제대로 잠재력을 살렸다면 반덴 플라스는 좀더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한데 지금 그대로의 “빼어난 모습만으로도” 여유있는 드라이브를 즐기는 오너에게는 완벽하다. 

 

시트로엥 GS 팔라스

판매기간/판매량 1970~79년/ 187만4754대(합계)
구조 강철 모노코크
엔진 완전 합금, 뱅크당 sohc 1222cc, 수평대향 4기통, 트윈초크 웨버 카뷰레터
최고출력 60마력/6500rpm
최대토크 8.8kgㆍm/3250rpm
트랜스미션 4단 수동 또는 옵션인 3단 C-매틱 반자동, FWD
서스펜션 앞뒤 독립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뒤 트레일링 암; 앞뒤 연결형 유기압구
스티어링 랙&피니언
브레이크 파워 디스크
길이×너비×높이 4115x1613x1327mm
휠베이스 2553mm
무게 874kg
0→시속 100km 가속 14.8초
최고시속 153km
가격 신형 1953파운드(약 281만원)(1975년) 현재 3500~5000파운드(약 503만원~719만원)

 

반덴 플라스 1.7

판매기간/판매량 1974~80년/ 1만1842대
구조 강철 모노코크
엔진 완전 철제, sohc 1748cc, 수평대향 4기통, SU 카뷰레터
최고출력 76마력/5000rpm
최대토크 13.4kgㆍm/2300rpm
트랜스미션 5단 수동 또는 옵션인 3단 자동, FWD
서스펜션 앞뒤 독립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뒤 트레일링 암; 앞뒤 연결형 하이드라가스 디스플레이서
스티어링 랙&피니언
브레이크 앞 디스크, 뒤 드럼, 앞뒤 모드 파워형
길이×너비×높이 3861x1613x1410mm
휠베이스 2438mm
무게 907kg
0→시속 100km 가속 12.0초
최고시속 158km
가격  신형 1950파운드(약 280만원)(1974년) 현재 3000~5000파운드+(약 431만원~71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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