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레이, 현대 제네시스 쿠페, 레인지로버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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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레이, 현대 제네시스 쿠페, 레인지로버 이보크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1.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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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기아 레이
레이의 차체 형태는 소위 ‘박스카’라고 불리는 유형의 일본차들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사실 일본차들 중에 상자형 차가 많은 것은 지진이 많은 일본의 목조주택에 의한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생활 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러한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자동차에 도입한 것이 바로 일본에서 박스형 차가 많은 이유이다. 그런 공간 활용성은 차체가 작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소형차, 특히 배기량 660cc급의 경승용차들의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공간 활용성이 높은 박스형태의 차체를 가진 차가 많은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경승용차에서 박스 형태의 차체는 효율성을 높이는 디자인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의 디자인은 단지 겉모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 가치를 구체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이다. 박스 카는 바로 박스 형태의 차체가 가진 공간 활용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한 일본 자동차들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benchmarking)’한 디자인이 바로 다양한 형태의 박스카일 것이다. 일본에서만 하더라도 다이하츠를 비롯해서 혼다, 닛산, 토요타 등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차종과 등급의 박스카들을 만들고 있다. 그들 모두가 서로 서로의 ‘짝퉁’ 들일까? 물론 우리는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기가 찰 정도로 베낀 디자인의 중국산 자동차들을 보게 된다. 과연 ‘벤치마킹’과 ‘짝퉁’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간혹 중국의 ‘짝퉁차’들을 접하게 된다. 그 차들은 시각적으로 본다면 부품들이 국산차에도 그대로 들어맞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뿐이다. 똑같이 베끼는 것에서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형태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짝퉁’의 한계이며, 높은 수준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기능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우리의 미적 감각으로 해석해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차로써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쿠페가 페이스리프트됐다. 2008년 중후반쯤에 나왔던 초기 모델이니 페이스리프트 시기가 된 것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이 이른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조형 철학으로 완전히 적용되는 시기는 아니었고, 또 제네시스 쿠페 역시 차체 디자인은 그 이전에 이미 완료가 돼 있던 상태였기에 아이덴티티의 통일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였던 걸로 보인다. 그렇지만 페이스리프트로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는 최근에 현대자동차가 추구하고 있는 ‘헥사고날 그릴’에 의한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제네시스 쿠페는 의외로 작은 리디에이터 그릴을 가지고 있어서 ‘신중한’ 이미지를 강조해서 오히려 스포티 쿠페다운 이미지가 부족한 듯도 했었다. 그렇지만 새로 바뀐 앞모습은 마치 거대한 메기주둥이를 연상시키는 우악스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말았다. 극과 극의 변화로 소심해보이던 모습에서 성격 있는 이미지로 변화하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렇지만 필자의 솔직한 느낌은 ‘갖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보면 자동차를 산다는 것은 사실 비용을 따져서 지출을 합리적으로 만든다는 식의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편이성을 추구하면서 약간의 과시 욕구를 반영한 차를 사고 싶다는 감성적 판단이 바탕이 돼서 소위 말하는 ‘지름신의 강령’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더 크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에게나 자동차는 자신을 대변해주는, 혹은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미지보다 더 자신을 잘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들어있다. 특히 제네시스 쿠페와 같은 스타일 비중이 높은 차들은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로 전면의 이미지를 통일한다고 해도, 쿠페 모델에서는 좀 더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로 통일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아우디도 A5 쿠페에서는 더 날렵하고 세련된 그릴을 쓴다. 벤츠나 BMW조차도 쿠페 모델에서는 그러하다.

제네시스 쿠페는 젊은 소비자가 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이든 중년도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우악스런 메기주둥이를 가진 차를 사고 싶어 할지는 자못 궁금해진다. 개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레인지로버 이보크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SUV의 쿠페라고 할만하다. 실질적으로 이보크는 3도어와 5도어 두 가지의 차체가 있고, 구조로 본다면 해치백형 2박스 차체이다. 게다가 이보크의 차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기하학적인 직선과 원으로 구성돼 있어서 디지털적인 감성을 풍기는 이미지이다. 특히 헤드램프와 측면 포지셔닝 램프가 앞 펜더의 휠 아치를 거쳐 측면 환기구로 변화되어 앞문까지 연결되는 세부 디자인은 물론 약간 복잡한 듯한 인상도 주기는 하지만, 도회적이면서도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주는 인상이다.

차체 측면에서의 인상은 극단적으로 좁은 측면 유리창이 뒤로 갈수록 더욱 좁아지는 쐐기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지붕의 차체 색이 완전히 분리된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그런 옵션이 도입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붕 전체를 검정색으로 마무리하는 옵션모델도 있어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휠의 크기가 강조돼 있고, 또 휠 아치의 플랜지 부분에 둥글게 만들어진 검은색 플라스틱 가니쉬는 바퀴의 크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플라스틱 가니쉬의 중앙부에는 마치 전자제품 버튼의 디테일을 연상시키는 돌기가 만들어져 있다. 물리적인 기능은 없지만, 차체 디자인에서 전반적으로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감각적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적인 이미지는 실내 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데, 직선과 원을 이용한 간결한 형태로써 디지털적인 감성을 풍기고 있다. 물론 마감 재질의 색상은 온화한 색상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밝은 색의 대비가 강한 색상조합도 있어서 아날로그적인 느낌보다는 도회적이고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레인지로버는 전체적으로 보면 랜드로버 브랜드의 SUV 모델 군에서 상대적으로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전체의 차체 크기는 그다지 작지 않지만, 다른 모델들, 가령 디스커버리 등이 보다 더 하드코어적인 SUV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상대적으로 랜드로버 이보크는 도회적이고 좀 더 승용차에 가까운 감각을 가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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