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찾다, 볼보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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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찾다, 볼보 XC60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10.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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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은 보다 매력적인 디자인, 적당한 공간과 알맞은 주행성능으로 균형 잘 잡힌 중형 SUV의 전형을 제시한다

일과 삶에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당연해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첨단으로 가는 세상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도 어렵다고 할까. 올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가 ‘적당한, 알맞은’이라는 뜻의 ‘라곰’(lagom)이라는 것도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당히’ 뭘 하기도 어렵다는 것. 스웨덴어인 ‘라곰’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는 개념인데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의미가 닿는다. 그러고 보면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 그만큼 실행이 어렵다는 얘기. 볼보가 2세대 XC60을 개발하면서 ‘라곰’이라는 개념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어떤 자세로 차를 만들었는지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볼보 차들을 보면 놀랍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쇄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변화는 총체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XC90이 그랬고 뒤이어 나온 S90, 크로스컨트리도 마찬가지. XC60 또한 그런 기대를 안게 되는데, 첫인상은 역시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미 익숙해진 디자인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고 균형이 잘 잡혀 보였다. 크기도 적당해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앞모습에서 특유의 ‘토르의 망치’는 프론트 그릴까지 확장되었는데, 말하자면 앞트임을 한 셈이다. 어쨌든 눈매는 더 강렬해졌다.

 

가속은 순조롭고 조용하게 이루어지며 탄탄한 토크의 힘이 느껴진다

보닛에서 시작되는 벨트 라인은 일필휘지로 이어져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휠 아치는 음각으로 더욱 또렷한 인상을 더한다. 볼보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리어램프는 고유 특성을 유지하면서 좀 더 세련되게 다듬었다. 리어 램프에 LED를 쓴 것은 볼보 최초다. 전체적인 뒷모습 또한 아래쪽이 두툼해 안정감을 준다.   

8년만에 풀 체인지 된 2세대 XC60은 90시리즈에 사용한 SP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이전보다 길이 45mm, 너비 10mm 늘어나고 높이는 55mm 낮아졌다. 실용 공간을 키우면서도 한층 다이내믹함을 추구한 재설계다. 휠베이스는 2865mm로 이전보다 약 90mm 길어졌다. 휠베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차체의 61%를 차지한다. 그만큼 탑승객 공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또한 차체가 낮아진 만큼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 성능에 더 치중했다. 물론 SUV다운 프로포션은 변함이 없다.   

   

D4 2.0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간결한 인테리어 역시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천연 우드 트림과 크롬 스위치 등 수공예품 같은 소재는 모던하면서 온화한 느낌을 준다. 시트는 보기에도 괜찮고 만져보아도 질감이 좋다.(시승차인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나파 가죽이 적용되었다) 단단하게 몸을 지지해주는 타입으로 주행중 흔들림을 줄여줄 것이다. 그런데 쿠션감이 좀 부족하다. 시트 두께가 얇아지는 것은 전반적인 트렌드인데 무게를 줄이고 뒷좌석 레그룸을 키워주는 효과를 낸다.  

세그먼트별로 닮아가는 디자인은 독일 브랜드를 포함해 세계적인 트렌드. 볼보는 확실하게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면서 차급별 포인트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직선과 곡선,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앞, 뒷모습에 이어 실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 디자인 공통점을 은연중 인식시킨다.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구성은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모회사가 중국 기업이지만 메이드 바이 스웨덴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북유럽 혈통의 정체성. 자세히 보면 동반석쪽 송풍구 끄트머리에 스웨덴 국기를 새겨 넣었다. 깨알 같은 디테일. 지프의 모든 모델 윈드실드 프릿에 윌리스 MB의 모습을 새겨 넣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능에 우선한 간결한 인테리어. 터치 스크린 사용은 더 편리해졌다

태블릿 PC같은 9인치 터치스크린은 메뉴의 글꼴과 버튼이 커지고 직관성이 좋아졌다. 빛 반사도 줄어 선명도가 좋아졌고 홈 버튼이 요긴한 기능을 한다. 스마트폰을 다루듯 스크롤과 드래그로 메뉴를 고르고 복잡해지면 홈 버튼으로 돌아오면 된다. 애플 카플레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운전석 머리 위에서 뒷좌석 승객 머리 위까지 드넓게 펼쳐진다. 유리 아래 가림막은 얇고 반투명한 소재로 하늘이 보인다. 기분 좋은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가림막을 연 상태에서도 선팅이 짙어 햇살이 강하게 쳐들어오지는 않는다. 시원한 개방감이 차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유리는 A필러 가운데 위치만큼 열린다. 그러고 보니 A필러가 무척 두툼하다. 듬직하다. 

시동을 켜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잘잘잘…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통념적으로 알고 있던 디젤 소리가 아니다. 어쨌든 소리는 들리지만, 소리의 공명은 시트를 누르고 있는 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하지는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디젤의 위기를 말하는 요즈음 디젤은 정말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오늘 만나는 볼보 XC60의 D4 디젤 엔진은 그중 최고라 해도 손색없다. 만약 디젤 게이트가 없었다면 디젤은 지금보다 더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시트 가죽은 질감이 좋고 뒷좌석은 여유가 있다

아무튼 이 4기통 2.0L 디젤 엔진은 무척 매끈하게 잘 나간다. 진동이 거의 없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하면 소음이 거의 없다. 단지 엔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섀시와 조립 품질  수준 자체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 진정한 프리미엄급에 다가섰다고 할까. 동급의 독일산 경쟁 모델이 긴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D4 2.0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출력이 알맞은 수준이라면 토크는 디젤답게 좀 더 세다. 저속에서부터 가볍게 치고 나가는 데 탄탄한 토크의 힘이 느껴진다. 가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터보랙은 있는 듯 없는 듯 순조로운 상승이 이어진다.  가속 순간의 롤링이나 코너링에서의 좌우 흔들림도 상당히 억제되었다. 고속안정감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이 억제되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편안하지만 변속 반응은 살짝 느리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응답성이 한층 빨라지며 단단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가장 달리기 재미있는 것은 역시 다이내믹 모드인데, 섀시 설정이 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적당한’ 컴포트 모드에서도 별 불만은 없다. 자동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는 효율적이고 수동 기능을 적극 사용하는 것도 그 효율성을 더 높이는 방법이다.  

 

지상고를 낮춘 효과는 확실히 코너링에서 차체가 출렁이는 것을 줄여준다. 물론 세단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예리한 코너링 성능이다. 스티어링 반응도 빠르고 중형 SUV로는 기대 이상의 핸들링을 보여준다.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럴 링크 에어 서스펜션은 유연한 반응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승차감은 어느 속도에서나 부드러움을 유지하는데 속도와 상관없이 조용하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인스크립션 트림에 제공되는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사운드는 정말 좋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도 음질이 무척 좋은데다 오랫동안 계속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귀에 참 편안하게 들린다. 케블라(kevlar) 소재의 스피커는 시각적인 만족감도 준다. 이게 빠진 모델이라면 꽤 서운할 것이다. 인스크립션 트림이 기본형 모멘텀과 차이나는 또 다른 장비는 360° 카메라. 그리고 모멘텀이 18인치 휠인데 반해 인스크립션은 19인치를 신는다. 

 

자동 8단 기어 아래 드라이브 모드. 각 모드별 성격은 분명하다

한편 한글 내비게이션은 교통상황을 파악해 밀리지 않는 길을 안내한다. 비교적 정확하지만 음성 안내는 한 템포 느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국내 내비게이션처럼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것은 좋은데 좀 과묵한 감이 있다. 계기판 가운데 나타나는 내비게이션 안내가 더 입체적이어서 보기 쉽다. 아무튼 집중력이 필요하다. 

 

트렁크 용량은 505L.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32L까지 늘어난다

S90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볼보의 준자율주행 모드인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사용이 무척 편리하고 정확하다는 데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된다) 이 기능을 몇 번 사용하다보면 중독성이 생긴다. 차가 조금만 막힌다싶으면 어느새 스위치에 손가락이 가닿는다. 이전보다 향상된 부분은 스티어링 휠에 좀 더 강한 토크를 가함으로써 곡선도로에서의 조향 지원이 강화된 것. 단지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경고해주는 것이 아니라 차선 중앙으로 달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직선이나 곡선 모두에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자율주행 중간단계이므로 어느 순간에서나 차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세를 놓지 말아야 한다. 

 

잠시 뒷좌석에 앉아본다. 뒷좌석은 무릎공간에 약간 여유가 있을 뿐이지만 전체적인 개방감이 커 실제보다 넓어보인다. 앉았을 때 불편함이 없고 답답하지 않은 수준이다. 센터콘솔 뒷면은 에어컨 조절 송풍구 등이 있는데, 그 아래 덮개를 내리면 230V 소켓이 하나 나타난다.  - 앞 센터콘솔 안에는 2개의 USB 포트가 있다.- 전반적으로 수납공간을 다루는 솜씨는 역시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답다. 

 

스웨덴 국기를 새겨 정체성을 표현했다

센터 암레스트는 기능적이면서 무척 실용적이다. 2개의 컵홀더를 내장하고 있으면서 테이블로 쓰기에도 좋다. 옆으로 앉아 발을 뻗고 노트북을 올려놓으면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에 용이하다. 이때 230V 소켓이 역할을 할 것이다. 길어진 휠베이스 탓에 트렁크 공간은 작아졌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차체가 낮아진 만큼 높이가 낮아진 정도. 505L 트렁크 용량은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432L까지 늘어난다. 중형 SUV에 어울리는 적당한 수준. XC60은 그야말로 적당함에 초점을 맞춘 중형 SUV로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 SUV임을 증명한다.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모두 균형이 잘 잡힌 XC60은 라이프스타일의 균형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한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다가온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단지 간결하고 기능적인 디자인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디자인의 힘이다. 여기에 더한 ‘라곰’의 개념은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의미를 더해준다. 그러고 보니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옛말이 있다. 이 “더도 덜도 말고”라는 말은 바로 ‘라곰’의 의미와 일치한다. 세상 이치라는 게 그만큼 시공간을 초월한다. 한 나라에서 생산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 팔리는 자동차가 추구하는 것 또한 그런 보편성일 것이다. 볼보 XC60은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균형이라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차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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