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9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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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9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7.10.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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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티볼리 아머

구상: 쌍용이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티볼리 아머(TIVOLI ARMOUR)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새로 등장한 티볼리 아머는 문자 그대로 갑옷이나 보호구를 의미하는데, 하키 헬멧의 보호구에서 모티브를 얻어 앞 범퍼 형태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듬었다고 한다. 얼마전 발표된 현대 코나 역시 차체 어딘가를 하키 헬멧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는데, 하키 헬멧이 유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전의 티볼리가 다소 평면적인 범퍼 형태를 가지고 있던 것에서 중앙부에 가로로 된 크롬 몰드를 더하고 좌우 안개등에 LED를 적용하면서 슬림한 형태로 바꾸었다. 뒷모습은 테일램프에 LED와 면 발광 다이오드가 적용되면서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지만, 신형과 구형을 동시에 비교하기 전에는 바뀐 것을 한눈에 알기는 어려울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물론 뒤 범퍼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뒷모습만 보면 본래의 티볼리 모델인지 페이스리프트 된 아머 모델인지를 알기는 거의 어렵다.

티볼리는 처음 나올 때부터 지붕에 다른 색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마련했는데, 아머 모델이 나오면서 투톤 컬러 적용을 더 늘렸다. 그리고 리어뷰미러의 색상도 다르게 조합된다. 이러한 색채 조합은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너무 미니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의 디자인 역시 무난한 느낌인데, 처음 나올 때는 강렬한 원색의 시트 표피재질이나 도어 트림 인서트 등이 적용됐지만, 지금은 차분한 인상이다. 변화는 팔걸이 아래쪽에 간접 조명 역할을 하는 엠비언트 라이트를 적용했다.

지난 2015년에 나온 뒤로 기본적인 형태는 바뀌지 않은 티볼리의 순정 휠은 18인치 크기로 역시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차체에 비해서 왜소해 보인다. G4 렉스턴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이는데, 차체 디자인을 할 때 차체의 면적 비례를 잘 조절했더라면 그런 느낌이 덜했을 것이다. 지금쯤 티볼리의 풀모델 체인지 차량을 기획하고 있을 것이라면, 정말로 도전적으로 큰 휠을 달거나, 아니면 적어도 휠 아치 디자인을 잘한 다른 메이커의 소형 SUV를 철저히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티볼리의 후속 모델은 바퀴가 왜소해 보이지 않기를 바래본다.

 

류청희: 국내 소형 CUV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티볼리가 출시된 뒤 2년 반 정도가 흘렀다. 일반적으로 승용차가 페이스리프트할 시기를 맞은 셈이다. 티볼리 아머로 이름에 변화를 준 것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담겨 있지만, 디자인 요소 일부를 바꾼 것 외에는 페이스리프트라 할 정도의 큰 변화는 없다. 

다만 다양한 선택사항을 조합할 수 있는 기어 에디션을 추가하면서 이전 티볼리는 물론 경쟁 모델과도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눈길을 끈다. 현대기아의 새 모델 출시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가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한 것이다. 생산 라인을 크게 뜯어고치지 않아도 되는 범위로 한정되기는 했지만, 작더라도 공정이 복잡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려는 자세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으로 기어 에디션은 티볼리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개별 선택사항에서 얻는 이익이 작더라도 모두 합치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 쏘울을 비롯해 다른 업체가 몇몇 모델에서 했던 비슷한 시도에 시장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당장 잘 팔리고 있는 만큼 필요성이 절실하지는 않겠지만,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좀 더 섬세하게 조율하고 전반적인 감성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기본기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BMW 뉴 4시리즈

구상: 지난 2013년에 등장했던 BMW 4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나왔다. BMW는 홀수 모델이 세단이고 짝수 모델이 쿠페이다. 4시리즈는 3시리즈 세단의 쿠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면부 디자인이 3시리즈 세단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3시리즈 세단의 특징이었던 이른바 옆트임 그릴, 즉 키드니 그릴의 크롬 몰드 양측면 부분이 헤드램프 렌즈와 연결된 디자인으로 나왔고, 4시리즈 역시 동일하게 옆트임 그릴을 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품을 공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된 키드니 그릴이 슬림화 되면서 앞뒤 범퍼 디자인이 M시리즈를 닮은 형태로 바뀌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고성능 차량의 느낌이 드는 이미지다. 헤드램프는 최근 BMW의 상징인 코로나 링의 주간주행등이 적용돼 있지만, 헤드램프 주변으로 둘러쳐진 형태가 원이 아닌 육각형을 닮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쯤 되면 ‘코로나 링’ 이 아니라 ‘코로나 헥사곤’ 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뒷모습도 조금 손봤는데, 테일램프와 범퍼가 변경됐다. 범퍼는 역시 앞 범퍼와 마찬가지로 M모델의 이미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테일램프는 외곽 형상은 이전과 동일하게 ‘L’ 형태인 것은 바꾸지 않았지만, 내부의 레이아웃을 바꾸었다. 그래서 후진등이 제일 아래쪽으로 내려갔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치 후진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테일램프에도 면 발광 방식의 LED를 썼고, 트렁크 리드와 나누어진 부분과의 연결감을 주는 디자인이다. 면 발광 LED의 폭이 차체 중심부쪽으로 가면서 미세하게 가늘어지면서 역동적인 인상을 주는데, 이런 디테일이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의 차이일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는 리프레쉬(refresh)의 목적이 크지만, 세부적인 형태를 다듬어서 전반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독일의 기능주의적 디자인에서 자동차 모델의 페이스리프트는 점진적 개선에 의한 품질 향상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류청희: BMW가 페이스리프트를 달리 표현하는 말인 LCI(Lifecycle Impulse)를 거쳐 나온 것이 새 4시리즈다. 주류 모델인 3시리즈 세단을 바탕으로 스포티함과 개성을 강조해 가지치기한 모델이 4시리즈인 만큼, 틈새 모델로서의 강점을 한층 더 강화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4시리즈 LCI의 목적이다. 물론 3시리즈에 비해 절대적 판매량이 적은 만큼, 대대적 변화보다는 아쉽게 느껴졌던 작은 부분들을 보완하는 데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실내에서는 전체적으로 내장재를 업그레이드하고 장식을 추가했지만 분위기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최신 인터페이스로 업그레이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모바일 기기 사용을 염두에 두고 실내 편의장비를 보강한 것은 반갑다. 섀시 조율에 신경을 써서 주행감각이 질적으로 좋아진 것도 좋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4시리즈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란 쿠페의 경우 안정감과 편안함에 민첩한 반응이 어우러져 조금은 과거 BMW에서 느낄 수 있었던 스포티함이 되살아난 듯하다. 그러나 민첩한 초기 반응에 치중하면서 어느 정도 이상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반응의 일관성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부 모델과 장비를 조정해 상품성을 높이는 한편, 고성능 모델인 M4를 한층 더 성능 높인 컴페티션 모델로 통일한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 폭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 취향을 영리하게 분석해 대응함으로써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대신 틈새 모델의 중요한 존재 의미인 다양성은 다소 힘을 잃은 듯하다.  

 

르노삼성 뉴 QM3

구상: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지난 2013년에 출시됐던 르노삼성의 QM3가 4년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나왔다. 그 당시에 국내에 르노의 캡쳐(Captur)를 거의 완성차 상태로 수입해 배지만 바꾸어 판매하는 모델로 등장했는데, 벌써 4년이 지난 것이다. 새로운 QM3은 물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어서 눈에 크게 들어오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의 디테일이 변경되었고, 휠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중앙에 르노의 다이아몬드 심벌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바뀌었는데, 국내에는 물론 르노삼성의 태풍의 회오리 심벌로 바뀌어 나오면서 조금은 변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이 심벌을 르노의 것으로 바꾸고 사명도 ‘르노’로 바꿀 것이라는 루머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영업소의 간판도 ‘르노’의 컴퍼니 컬러인 노란색으로 바뀌었으니, 거기에서 태풍만 떼어내고 다이아몬드만 붙이면 될 일이긴 하다. 간판만 본다면…. 물론 현실적으로는 심벌 하나 바꾸는 데에도 연관된 복잡한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GM이 쉐보레로 바꾼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새로운 QM3은 앞 범퍼 아래쪽에 마치 오프로드 차량의 것처럼 보이는 프로텍터 형상의 몰드를 더했다. 물론 이건 오프로드 기능보다는 강한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보행자 보호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변경이다. 법규에 의하면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 시에-물론 그런 사고가 안 나는 게 최선이지만-보행자가 도로 쪽으로 쓰러져 2차 사고에 의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후드 쪽으로 쓰러지도록 하기 위해 범퍼 하단부를 돌출시키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의 차량들은 앞 범퍼의 하단부가 돌출된 형태로 디자인 된다.

이 밖의 변화로는 고정형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는 일사량이적은 북유럽에서는 환영받겠지만, 국내에서는 열리지 않는 유리 지붕은 여름에 오히려 불리한 옵션일지도 모른다. 쉐이드로 가린다고 해도 말이다. 

 

류청희: 국내 소형 CUV 시장 초기에 유행을 이끌고 독특한 캐릭터를 잡아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모델이 QM3이다.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생산도 유럽에서 이루어져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인 만큼 여느 국산차와는 꾸밈새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이 QM3에게는 양날의 칼이었다. 사실 국내 브랜드의 수입차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는 측면도 커서,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이루어진 변화 역시 유럽 시장 수준에 걸맞은 정도로만 이루어졌다. 간단히 말해 변화의 폭은 넓지만 깊이는 얕다.

물론 앞좌석 사이 팔걸이를 비롯해 그동안 아쉬웠던 점들이 여러 가지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전반적인 소형차의 고급화 흐름과는 여전히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쓰기에 불편하지 않은 것은 굳이 고치지 않는다는 프랑스 차의 특징도 일반적 국내 소비자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절대적인 경제성은 여전히 경쟁 모델보다 우위에 있지만, 파워트레인이 성능 면에서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이 치열해졌음에도 애매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도 수입차로서 QM3이 짊어지고 있는 굴레다. 그런 약점을 희석하려는 것이 유럽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목적이기도 하다.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차를 신선해 보이도록 포장하는 마케팅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중은 영리하다.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은 제품 자체의 매력과 값 대비 가치다. 르노삼성은 QM3이 지닌 프랑스 차 특유의 발랄한 주행감각이나 의외로 풍부한 선택사항 같은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 값에 걸맞은 가치가 있는 차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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