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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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의 두 얼굴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09.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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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는 쾌속선 또는 요트 같다. 감각적인 그란투리스모, 섹시한 그란카브리오와 함께 동해를 달린 이야기

웃는 남자.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은 아마 낮게 내려앉은 프론트 그릴  양쪽 옆 에어 인테이크의 입꼬리가 너무 올라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건 어쩌면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 2013년의 프랑스 영화를 최근 우연히 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소설이나 영화를 본 사람 또는 배트맨 마니아라면 알겠지만 악당 조커의 ‘웃는 얼굴’ 이미지가 바로 여기에서 차용되었다. 이야기의 서사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광대가 되어야 했던 남자의 비극적인 스토리. 이야기는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데려간다. 

 

▲ 그란투리스모는 관록이 넘친다. 그저 잘 달리는 차가 아니라 감각적이고 느낌이 있는 운전 재미를 준다

마세라티. 익숙하면서도 늘 낯선 언어로 발음되는 이 브랜드는 좋아하면서도 쉽게 거리를 좁힐 수 없는 짝사랑 같은 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 대상이 둘이다. 쿠페 그란투스리스모와 카브리올레 그란카브리오가 그 주인공. 쿠페와 카브리올레라는 타입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지만 마세라티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볼륨 가득한 유려한 라인, 견고함을 유지하는 결이 센 자태는 도도한 기운이 흐른다. 그란투리스모가 감각적이라면 그란카브리오는 섹시하다. 스타일이 강렬한 차는 많지만 이처럼 상대를 노골적으로 압도하는 차는 드물다. 그래서 마세라티다.  

 

동해 바다. 더블 데이트 장소를 고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세라티는 그 엠블럼이 상징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마침 최근 개통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해보기로 한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9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해 요즘 화제가 된 새길이다. 정말이지 우리나라는 도로를 빨리 잘 만든다. 어쩌다 장거리를 가다보면 곳곳에 새로운 길이 열려 있는 것을 본다. 한계령이며 미시령 고갯길을 어렵사리 넘어 동해를 찾아가던 일은 이제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사라진 건 낭만이지만 대신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첫 데이트 상대는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그란투리스모의 전통을 잇는 쿠페의 최신 버전이다.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의 공기역학 요소들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전방 주차센서가 통합된 프론트 범퍼는 기존 그란투리스모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앞 중앙 스플리터에서 그릴 상단으로 이어지는 보디 라인이 더 날렵해진 모습. LED 주간전조등과 밤길 주행 때 시야를 넓혀주는 어댑티브 라이트 시스템, 타이어압력모니터링장치 등 고성능 GT를 위한 장비도 빠짐이 없다. 

 

춘천 가는 고속도로의 흐름은 평상시와 별다르지 않았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기술이 적용된 액셀러레이터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가속을 이끈다.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연비와 배출가스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출력 20마력 그리고 토크 3kg.m을 높였다. 그 결과 V8 4.7L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7000rpm, 최대토크 53.0kg.m/475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를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98km를 낸다. 그란투리스모는 그 힘을 절제하며 쾌적하게 도로를 달렸다. 편안한 시트와 조종성이 좋은 스티어링 휠, 시원한 가속성 등 고성능 GT의 자질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짐짓 여유를 부리지만 차분한 스타일은 아니다. 마세라티는 시각적인 만족감 뒤에 사운드가 기분을 고조시킨다. 저속에서도 으르렁대는 엔진은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든다. 그러다 속도를 올리면 잠잠해진다. 나가서 놀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 같다. 그러니 장거리 여행에 좋은 파트너.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순간은 지루할 틈이 없다.         

 

춘천을 지나갈 무렵 도로의 흐름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이윽고 끝 모를 정체 행렬이 이어진다.  새길에 대한 호기심이라 해도 평일에 이렇게 많은 차들이 모여든다는 게 놀랍다. 차선은 2차선. 좀체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침 중앙선으로 빠지는 춘천분기점이라 단호하게 스티어링 휠의 방향을 틀었다. 텅 빈 도로를 만난 마세라티는 거침없는 가속으로 스트레스를 떨쳐 버린다. 근데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수준이 상당하다. 드라이빙이 목표가 아니라면 중앙선으로 빠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만약 빠진다면 홍천에서 다시 고속도로에 합류하라)   

아무튼 다시 드라이빙에 집중하자. 그란투리스모는 관록이 넘치는 차다. 스포티한 카본과 클래식한 다이얼이 가득한 실내를 보면 오래된 경주차를 모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달리기의 특성은 묵직함이고 묵직함에서 발현되는 빠르기는 그저 경쾌한 재미와 결을 달리 한다. 웬만한 차에도 자동 8단 변속기를 쓰는 시대에 고집하는 자동 6단 변속기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기어변속 시간을 줄이고, 가장 이상적인 기어변속 타이빙을 계기판에 표시함으로서 다이내믹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게 한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속 및 감속하고 강인한 섀시를 느끼며 코너를 감아가는 것. 무언가 제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은 성능만이 우선이 아니라 드라이버가 중요한 역할을 함께 해낸다는 자존감을 준다.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빠르고 잘 달리는 차는 많지만 느낌을 주는 차는 드물다.

 

▲ 아름다운 4인승, 그란카브리오는 한층 단단한 강성으로 자유의 바람을 즐긴다

ZF 자동 6단 변속기는 두 개의 69mm 스틸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동일한 토크를 전달한다. MC 오토 시프트의 변속 모드는 모두 5개로 오토 노멀, 매뉴얼 노멀, 오토 스포츠, 매뉴얼 스포츠, 아이스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어느 모드에서나 패들 시프트로 요리하는 재미가 크다. MC 오토 시프트는 변속 시간을 최대 50%까지 줄여준다. 오토 스포츠 모드에서는 MC 스타트 스트레티지가 적용되어 0→시속 100km 가속을 5.0초에서 4.8초로 0.2초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패들 시프트는 마치 삼지창의 그것을 떼어다 연마해놓은 작은 창 같다. 미녀와의 데이트에서 긴장감 또는 설렘을 유지하는 장치로 유용하다. 또는 V8 사운드를 연주하는 지휘봉 같다. 손끝으로 툭 건드려 음표를 바꾸면 강력한 화음으로 응답한다. 그렇다고 튀는 사운드를 변속충격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먼 길을 돌아 강릉 심곡항에 다다랐다. 정동진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단구는 ‘바다부채길’이라는 탐방로로 개방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심곡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깊은 골짜기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번잡한 느낌이 들 정도로 번화한 항구가 되었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심곡항에서 금진항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따라 촬영을 진행하기 위함인데, 양쪽 길가에 드문드문 주차된 차들이며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노면 등으로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바다와 조우한 마세라티는 활기를 띠며 거친 노면을 제압한다. 동해 고속도로와 7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북쪽으로, 양양을 지나 속초로 향한다. 

 

그 사이 파트너를 바꾸어 그란카브리오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다. 소프트톱을 열었는데, 그란투리스모보다 더 묵직한 느낌이다. 사실 카브리올레는 만약의 전복사고 위험에 대비해 쿠페보다 더 강성을 높게 만든다. 아무 브랜드나 카브리올레를 만들 수 없는 이유다. V8 4.7L 460마력 엔진은 그대로. 마세라티의 ‘마찰감소 프로그램’을 적용한 엔진은 내부의 마찰 효율을 개선해 연비효율을 18% 향상시켰다고.    

 

쿠페보다 섹시한 스타일도 그렇지만 붉은 가죽 시트의 선연함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태껏 본 인테리어 컬러 중 가장 강렬한 유혹의 컬러다. 컬러로 마음을 빼앗는 재주는 역시 이탈리아답다는 생각을 한다. 저력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가 다듬은 디자인은 공기역학뿐 아니라 공간활용 측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인 4인승 카브리올레로 손꼽힌다. 그란카브리오 스포츠는 탄소섬유를 사용한 ‘MC 스포츠라인 패키지’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프론트 스플리터는 탄소섬유로, 사이드 스커트는 블랙 색상으로, 20인치 휠도 더 강한 그레이 컬러로 바꾸고, 실내 웨이스트 라인을 크롬 라인으로 두를 수 있다.  

스포츠 셋업 기능을 추가한 스카이훅 서스펜션은 가속 센서로 휠과 섀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도로 상태와 주행 스타일을 분석한다. 쿠페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낀 부분이지만 어느 노면에서나 운전자에게 불쾌한 진동을 전하지 않고 뛰어난 승차감을 유지했다. 그란카브리오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0초로 쿠페보다 0.2초 뒤지는데 가속감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드라이빙의 질감이 다른 것이다. 

 

루프를 씌운 상태에서도 그렇지만 톱을 열면 사운드는 한층 가까워진다. 특히 오픈 에어링 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면서 사운드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다. ‘마세라티 안정 주행 프로그램’(MSP)를 기반으로 하는 핸들링은 정확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강화된 브레이크 시스템이 주행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브레이크는 민감한 편이 아니어서 조금 힘을 더 실는다는 느낌으로 밟아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길은 이어지고 풍경은 바뀐다. 외딴길에 들어섰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자유를 느꼈다. 뜨거운 햇살을 기꺼이 감내할 자유의 바람. 카브리올레를 타는 즐거움은 어쩌면 이 짧은 순간에 있는지 모른다. 맹렬하게 달리던 순간이나 조용하게 관조하며 달리는 순간이나 모두 같은 하나의 차, 그리고 하나의 나. GT와 함께 하는 장거리 여행은 생각을 동반한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바다를 항해한 기분은 여름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란투리스모가 쾌속선이라면 그란카브리오는 요트 같다. 같은 듯 다른 매력의 둘은 어쩌면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에서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Maserati GranTurismo Sport
가격 2억177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935×1915×1345mm
휠베이스 2890mm
엔진 V8 4691cc
최고출력 460마력/7000rpm
최대토크 53.0kg·m/4700rpm
변속기 자동 6단
연비(복합) 6.7km/L
서스펜션(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앞/뒤) 모두  V 디스크 
타이어 (앞) 245/35 ZR20 (뒤) 285/35 ZR20  
 
Maserati GranCabrio Sport
가격 2억400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880×1915×1380mm
휠베이스 2945mm
엔진 V8 4691cc
최고출력 460마력/7000rpm
최대토크 53.0kg·m/4750rpm
변속기 자동 6단
연비(복합) 6.6km/L
서스펜션(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앞/뒤) 모두  V 디스크 
타이어 (앞) 245/35 ZR20 (뒤) 285/35 Z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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