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원짜리 미니 리마스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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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천만원짜리 미니 리마스터드
  • 댄 프로서(Dan Prosser)
  • 승인 2017.10.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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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미니는 값이 쌌으나 스릴은 대단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가 사랑을 담아 손질한 버전은 10만파운드(약 1억4840만원)를 선뜻 내놔야 한다. 댄 프로서(Dan Prosser)가 그 만한 가치가 있는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가 만든 미니 리마스터드(Mini Remastered)의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그리고 운전성능과 비상한 기술 스펙이 어떤지도 나중에 밝히기로 한다. 그에 앞서 아주 특별한 사실을 말해둬야겠다. 이 작은 물건을 사는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 이 자리에 나온 ‘몬테카를로의 영감을 받은’ 개조형은 생산량이 25대인 한정판. 약 10만파운드(약 1억5천만원)를 내놔야 한다.  

 

엄격하게 말해 고성능차는 아니다. 대신 큰 재미를 봐야겠다는 생각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이 차는 확실히 싼 차가 아니다. 게다가 재래식 기준에 따르면 값에 비해 가치가 크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는 온갖 물건 - 시계, 보석, 의상을 비롯해 고가품 - 에 돈을 얼마든지 내놓을 부유층이 적지 않다. 데이비드 브라운 미니를 평가하는 기준을 거기서 찾아야 한다. 

아무튼 영국 운전ㆍ차량 면허국은 미니 리마스터드를 오리지널의 복원형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과 내가 보기에 이 차는 오리지널과는 거리가 너무 먼 완전 신형이다. 원래 미니에서 넘겨받은 부품은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인식번호뿐이었다. 게다가 엔진과 기어박스마저 완전히 새로 조율했다. 게다가 보디패널도 완전히 새롭다. 한편 섀시 부품은 수십년에 걸친 미니 제품 가운데서 일일이 골라뽑았다. 따라서 그들 모두가 오리지널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부품이었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이미 새차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보디 패널만 하더라도 수백 시간동안 정성을 다해 다시 손질했다. 오리지널의 흠결을 제거해 훨씬 깨끗한 모습으로 바꿨다. 전체적으로 차체를 보강하여 보디 강성을 높였다. 오리지널을 완벽하게 다듬은 미니 리마스터드로 바꾸는 데 약 1400시간이 걸렸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영국 남동부의 실버스톤에 멋진 새 본부를 세웠다. 여기서 스타일에 민감한 부유층의 궁극적인 시티카를 설계ㆍ제작하고 있다. “엄격하게 말해 이 차는 고성능차가 아니다.” 창업자 데이비드 브라운의 말. “하지만 반드시 큰 재미를 담아내야 했다.” 따라서 섀시는 핸들링보다는 안락성에 역점을 둬야 했고, 엔진은 고회전대 출력보다는 저회전대 토크를 겨냥했다. 

 

미니 리마스터드의 실내는 오리지널의 구조와 패키지가 같다

이 몬테카를로 버전은 라인업의 정상에 올라앉았다. 한편 7만5000파운드(약 1억1130만원) 엔트리급 클래식이 라인업을 밑받침하고 있다. 최고 스펙카는 현행 최강 엔진을 받아들였다. 배기량 1330cc에 94마력/6100rpm과 12kgㆍm/4000rpm. 숫자만 보면 대수롭지 않으나 미니 리마스터드는 무게가 750kg에 불과하다. 따라서 스피드는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0→100km 가속 10.6초와 최고시속 142km.

미니의 최고급 한정판은 라스카스 레드와 아이스 화이트 페인트로 치장했다. 실내는 가죽을 씌웠고, 주문형 고품질 장비를 갖췄다. 가령 대시보드를 깔죽한 알루미늄 손잡이로 장식했다. 아울러 최신형 파이오니어 인포테인먼트가 들어왔다. 내비게이션,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겸용 기능을 담았다. 앞뒤에 에어컨과 가열 스크린도 기본장비로 갖췄다. 따라서 최고급 미니는 오리지널의 아버지 알렉 이시고니스 경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편의장비를 자랑한다. 

 

부티나는 꼬마 미니는 가만히 서 있을 때 격조높은 품위를 발산하고 있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치와 공간이 시원스런 휠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앙팡진 스탠스를 뽐냈다. 한편 알루미늄 그릴과 총알같은 도어 미러는 주문형의 취향을 짙게 풍겼다(이 양산전 모델의 테일램프는 최종 스펙이 아니다. 실제로 달려나올 램프는 한층 단순한 싱글형이다). 몬테카를로의 영감을 받은 미니 리마스터드는 1960년대에 눈부신 성공을 거둔 랠리 머신의 정신을 깔끔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가격을 생각한다면 한층 단순하고 차분한 클래식이 좀더 정갈해 보였다. 

 

한정판 몬테카를로 모델은 독특한 ‘벨루가’ 가죽으로 실내를 완전히 덮었다. 그와 함께 헤드라이닝에는 천공형 ‘포피’ 가죽을 썼다

스펙이야 어떻든 마감품질은 아주 뛰어났다. 패널의 틈이 균일했고, 페인트는 현란한 윤기를 발산했으며, 크롬 디테일은 더할 수 없이 정교하게 처리됐다. 절정에 도달한 소량생산 코치빌딩의 귀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10만파운드(약 1억5천만원)짜리 미니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대상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허트퍼드셔의 킹스 랭글리를 거쳐 실버스톤으로 달려갔다. 고성능차 전문업체 시모 포프에서 재래식에 훨씬 가까운 오리지널 미니를 받기 위해서였다. 1994년식 1.3 쿠퍼(공교롭게도 이 또한 몬테카를로 테마의 특별판)였다. 최근 미니 가치가 상당히 올라가 판매가는 1만2940파운드(약 1920만원). 또는 데이비드 브라운 모델의 13%였다. 

 

마감과 섬세한 디테일은 전문제작 특별판 10만파운드(약 1억4840만원)짜리에 한층 더 어울렸다

주행거리 6만4000km로 상태가 아주 좋았고, 운전성능은 전통적 미니 그대로였다. 예리하고 민첩하고 재미있었다. 재래적 의미의 운전감각보다는 자동차의 레저활동에 가까운 느낌을 줬다. 이 오리지널 미니는 지중해의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조세피난처 모나코의 수도 몬테카를로에서 유래했다. 이 부자들의 천국에서 8만6000파운드(약 1억2762만원)를 이보다 더 잘 쓸 방법이 있을까? 

 

데이비드 브라운이 훨씬 편안한 것은 분명했다. 좌석은 쿠션이 더 뛰어났고, 몸받침이 한결 좋았다. 한편 스티어링이 더 작아 손아귀에 쏙 들어왔다. 운전위치는 여전히 약간 어색했다. 좌석을 뒤로 물려 편안히 다리를 뻗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좌석을 앞으로 당겨 다리를 세우면 운전대가 바싹 다가왔다. 나는 좌석을 뒤로 미는 쪽을 택했다. 고성능 스테레오, 파워 윈도와 고효율 에어컨이 미니 리마스터드를 더욱 빛냈다. 

 

보닛 스트랩은 당대의 정통적인 멋부리기였다

엔진은 공회전때 약간 거칠었다(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형 ECU를 준비중이다). 이 차는 단순히 첨단부품을 잔뜩 담은 오리지널 미니의 껍데기가 아니었다. 오리지널 디자인에 충실했다. 따라서 데이비드 브라운의 근본적인 드라이빙 역학이 1994년 오리지널 미니와 같았다. 

 

시비 스포트라이트, 가죽 보닛 스트랩과 도어 스퀘어는 랠리카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1960년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빛났던 바로 그 랠리카였다

둘다 직진구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주 직접적이고 탄탄한 비파워 스티어링을 갖췄다. 스티어링을 건드리기만 해도 흥분한 탐지견처럼 앞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코너에서 두 모델은 뚜렷한 롤링을 일으켰다. 그래서 자신있게 커브를 공략하다가 옆으로 구를 듯 아찔했다. 물론 어느 쪽도 그렇게 구르지 않았다. 일단 그런 기질을 알고나자 꼬부랑 B급 도로에선 둘다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었다. 

 

1994 쿠퍼(오른쪽)는 운전재미가 뛰어났으나 세련미가 떨어졌다

일단 코너에 들어가면 둘다 엉덩이를 흔들었다. 섬뜩한 오버스티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침착하고 민첩했다. 이들 둘이 아슬아슬하게 열성적이라는 게 너무나 흐뭇했다. 둘다 시골길을 날았다. 그러면서 줄곧 킬킬댔다. 제한속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차나 직선코스에서는 빠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둘다 B급 도로를 날카롭게 잘랐고, 시가지의 차량대열을 거침없이 뚫고 나갔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뚜렷한 유사성이 있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니 리마스터드가 한층 세련됐다. 둘다 변함없이 노면이 고무로 덮인 듯 통통 튀며 달려갔다. 짧은 서스펜션 행정과 그처럼 작은 휠베이스가 뒷받침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브라운은 훨씬 안정감이 들었다. 아울러 4단 변속기가 훨씬 탄탄하고 변속이 예리했다. 

 

미니 리마스터드는 트랙션 컨트롤, ABS와 에어백을 달지 않았다. 그리고 도로에서는 요란하게 바지런을 떨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차가 별로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부유하고 스타일에 민감한 마니아들이 런던 중심가를 휘젓고 다닐 완벽한 탈것이었다. 

 

몬테카를로 버전은 1330cc 94마력 엔진에 무게는 750kg.

사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카마니아들에게만 매력적인게 아니었다. 알고보면 관심층의 폭이 상당히 넓었다. 지난 4월 미니를 출시한 뒤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서 젊은 고객부터 나이 지긋한 카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예약금을 날려보냈다. 오리지널 미니 못지않게 사랑받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콘셉트였다. 게다가 별로 불편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미학적으로 한층 예리했다. 따라서 인기는 대단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가 제때 만들어낼 수 없을 만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미니에 대한 우리의 추억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내가 가졌던 유일한 미니는 1960년대 중반의 기본형 850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법적으로 가장 좁은 타이어를 신겼다. 그리고 비가 오는 교외 커브에서는 완벽하게 네바퀴 슬라이드를 즐길 수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섬뜩했을 테지만, 솔직히 안전했다.

제임스 러퍼트(James Ruppert)
1978년 신디케이터스는 트랜짓이 없었으나 나를 기타리스트로 받아들였다. 나는 50파운드(약 7만4200원)짜리 서프 블루 850의 뒷좌석을 들어내고 캐비닛 스피커와 기타를 갈아넣었다. 앰프 헤드 유닛은 트렁크에 들어갔다. 나는 루프를 멋진 무광택 블랙으로 칠했다.

 

러퍼트의 850은 관광버스 역할을 했다

맷 프라이어(Matt Prior)
RON 431M은 블레이즈 오렌지의 1975 미니 1000이었고, 내 형이 사랑을 담아 복원했다. 그리고 6년 뒤 내가 멍청하게도 그 차(내 앞니와 함께)를 날려버렸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 지 2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그뒤 곧 형과 나는 또 다른 차를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줄리언 렌들(Julian Rendell)
나는 10대 후반에 600파운드(약 89만원)짜리 1966 미니를 자랑했다. 견습기술자로 일해서 벌어모은 돈이었다. 1340cc 대형보어 엔진과 1.5인치 SU 카뷰레터를 달았고, 마치 악마처럼 설쳐댔다. 코스믹 합금휠을 갖췄고, 휠아치가 더 넓었다. 코르보 버킷시트와 작은 핸들이 돋보였다. 랠리를 비롯한 모터스포츠를 보기 위해 뻔질나게 몰고 다녔다. 나는 밖으로 몰고다니며 운전을 익혔고, 20년 묵은 클래식을 정성껏 살려나갔다. 

 

19년이 지나도 복원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마이크 더프(Mike Duff)
내것이 아니라 친구 벤의 차였다. 병든 고양이의 누런 색상을 입은 1979 미니 1000. 도로 랠리와 오토테스트에서 풍성한 기록을 자랑했다. 브레이크가 없다시피 해서인지 놀랍게 빨랐다. 차량검사에서 완전실격했을 때 나는 벤을 도와 수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도 슬라우의 차고에 해체된 미니 1000이 그대로 남아있다.

댄 프로서(Dan Prosser)
어느 학교 친구와 내가 돈을 모아 너절한 미니 제트 블랙 에디션 한 대를 샀다. 우리가 운전면허를 따기도 전이었다. 일단 복원한 다음 개조하기로 했다. 미니라이트 휠 한 세트를 사고나자 돈이 떨어지고 말았다. 

브렘너의 녹슨 오리지널이 4만파운드(약 5936만원)에 팔렸다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내 차는 제8세대 버밍엄 미니였다. 1959년 8월 데뷔 이전에 나온 수제품. 나는 달리지도 못하는 이 보물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바닥은 녹이 슬어 푸석했으나 대체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두 친구와 나는 얼떨결에 1만파운드를 주고 산 뒤 우리 자신도 놀랐다. 게다가 경매에 부쳐 4만파운드 이상으로 팔리자 모두 놀랐다. 

 


David Brown Automotive Mini Remastered
가격 9만9천파운드(약 1억4851만원)
엔진 4기통 1330cc 휘발유
최고출력 95마력/6100rpm
최대토크 12.0kg·m/4000rpm
변속기 자동 4단 
무게 750kg
0→시속 100km 가속 10.6초
최고시속 142km
연비(복합) 17.4km/L
CO₂배출량 18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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