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에 반하는 E400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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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 반하는 E400 쿠페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10.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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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는 온 힘을 쏟아내고, 또 적극적으로 아낄 줄 아는 E400 쿠페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차를 시승하다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차도 있고, 생각보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차가 있다. 그중 벤츠에서 아직 실망감을 안겨준 차는 없는 듯하다. 가격을 떠나 차의 품질만 놓고 본다면 대부분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 벤츠를 경험하기 전, “차는 역시 벤츠!”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새 나도 거기에 동조하는 부류가 되어가고 있다. 

마침, 내 손에 쥐어진 키에 아름다운 삼각별이 그려져 있다. 비록 내차가 아닌 시승차지만 삼각별 키를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다. 이 키의 파트너는 ‘E400 쿠페 4매틱’. E 뒤에 적힌 숫자가 400인 것도 반가운데, 심지어 쿠페라니!(AMG면 더 좋았겠지만) 얼른 달려가 첫인사를 나누고 싶어진다. 마치 소개팅에 나갈 때처럼 설렘은 커져간다. 

 

기존 E클래스 세단 인테리어 그대로지만 에어컨 송풍구가 터빈 블레이드 형상으로 바뀌었다

주차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저쪽 끝에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그녀… 아니, E클래스 쿠페가 보인다. 블랙 컬러에 크롬 장식으로 멋을 낸 E클래스 쿠페는 깔끔한 검정 원피스를 입고 반짝반짝 빛나는 실버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이다. 그리고 고운 손잡이를 잡으면 ‘삑’ 소리와 함께 눈인사도 건넬 줄 아는 상냥함을 지녔다. 첫 만남부터 참 매력적이다.

탑승하기 전, 뒷모습을 살짝 보니 볼륨감이 넘치면서도 매끈한 라인, ‘섹시’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외관에 대한 인상은 인테리어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유려한 곡선이 실내 전반을 휘감고, 그 라인에는 정교한 스티치까지 더해져 고급감을 높인다. 각종 버튼류를 비롯한 도어트림, 시트 등 어디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없다. 더불어 두 개의 12.3인치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호화로운 분위기에 세련미를 더한다. 멋지기만 할까? 뛰어난 화질 덕분에 시인성도 매우 좋다. 특히 앞뒤를 비롯한 차체 주변을 비춰주는 카메라의 해상도도 높아 왜곡 없이 깨끗하게 볼 수 있다. 계기판 디자인 구성도 세 가지로 바꿀 수 있어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거의 TV 모니터 수준

세단의 실내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쿠페 모델만의 차별점도 있다. 기존 가로형 에어컨 송풍구를 터빈 블레이드 형상으로 바꿔 실내 분위기를 한층 스포티하게 꾸민 것. 또한, E클래스 쿠페 모든 라인업에 기본으로 적용된 AMG 라인은 다이내믹한 느낌을 더욱 부각시킨다. 스티어링 휠 하단을 잘라내 D컷 형상으로 만든 것도 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도 충분하다

문짝 두 개 달린 쿠페치고 성인 4명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차는 드물다. 대부분 뒷좌석은 짐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태우게 된다면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게 보통. 하지만 신형 E클래스 쿠페는 성인 4명이 타기에도 충분하다. 물론 뒷문이 없기 때문에 탑승하는데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무릎공간도 여유 있고 머리공간도 적당해 꽤 안락하게 앉을 수 있다. 또한, 2열에 갖춰진 컵홀더와 에어컨 송풍구는 뒷좌석에도 충분히 신경 썼음을 보여준다.  다만 윈도 스위치를 앞쪽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동을 걸면 빛의 향연이다. LED 헤드램프에서 뻗어져 나온 4개의 빛줄기는 양옆으로 벌어졌다가 서로 교차하기도 하며 멋진 세리모니를 보이고, 실내 곳곳에선 엠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하게 빛을 밝혀 온화한 분위기를 만든다. 또, 테일램프 안에는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반사판이 있어 브레이크 등을 밝히면 찬란한 은하수를 연상시킨다. 

 

V6 3.0L 바이터보 휘발유 엔진은 어떤 영역에서든 충분한 힘을 낸다

빛을 즐겼으면, 이제 발끝의 감각과 청각을 즐겁게 할 차례.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얹자 조용하면서도 매끄럽게 차체를 이끈다. 이때 주행모드는 ‘컴포트’. 안락한 럭셔리 세단 느낌이다. E클래스 쿠페에는 에어 서스펜션 방식의 ‘에어 보디 컨트롤’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속도를 높여나가도 안정적인 자세는 변함이 없고 소음과 진동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부메스터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사운드는 청각을 사로잡는다.

주행모드 다이얼을 굴려 ‘스포츠’로 바꾸자 차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엔진의 활력이 살아나면서 액셀러레이터의 반응도 더 예민해지고, 엔진음도 훨씬 우렁차다. 드디어 쿠페다운 역동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가속은 거침없다. V6 3.0L 바이터보 휘발유 엔진이 자동 9단 변속기(9G-TRONIC)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8.9kg·m의 힘을 네 바퀴로 모조리 쏟아낸다. 이를 통해 얻은 0→시속 100km 가속은 5.3초. 엔진의 반응만 바뀌는 게 아니다. 서스펜션과 핸들링 감각까지 스포츠 주행특성에 맞추어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나타낸다.  

 

살이 얇은 20인치 휠이 들어간다

2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탄탄하게 떠받치며, 앞 245/35 R20, 뒤 275/30 R20 사이즈의 타이어가 노면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탄탄한 하체 세팅 덕분에 핸들링 감각은 날카롭고 명료하다. 빠른 속도로 급코너를 공략하더라도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이 적기 때문에 안정적인 라인을 그리며 재빠르게 빠져나오게 된다. 그런데 스포츠 모드에선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노면의 요철이나 이음매 등을 통과하면 서스펜션이 큰 충격은 잘 흡수하지만, 나머지 진동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는 차체 가운데를 지지해주는 B필러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스포츠 모드도 부족하다 싶으면, 좀 더 하드코어한 ‘스포츠 플러스’로 변경할 수 있다. rpm을 300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엔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가속페달에 약간만 힘을 얹어도 rpm 게이지 바늘은 순식간에 레드존을 때리고, 재빠른 변속과 함께 속도를 높인다. 강력한 엔진은 초고속 영역에서도 지칠 줄도 모른다. 언제나 풍요로운 힘을 뿜어내며 맹렬히 질주할 뿐. 하지만, 계속해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달리다 보면 연료 게이지는 금세 바닥을 찍고 있을 것이다. E400 쿠페의 공인연비 9.3km/L(복합기준)를 얻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실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급가속을 반복한 결과 평균연비는 4.0km/L까지 떨어졌다.

 

쿠페치고 넉넉한 짐 공간을 갖췄다

남은 연료를 조금이나마 아껴보고자 주행모드를 ‘에코’로 바꿨다. 그러자 9단 변속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rpm 게이지 바늘을 뚝 떨어뜨린다. 특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타력주행 시, 계기판에 ‘글라이딩 모드’라는 문구를 띄우며 rpm을 1000 이하로까지 낮추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얻은 평균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높은 11km/L. 달릴 때는 온 힘을 쏟아내지만, 아낄 때는 적극적으로 아낄 줄 아는 E400 쿠페 모습에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AMG라인이 기본으로 적용돼 보다 강인한 인상을 준다

E클래스 쿠페와 함께한 24시간은 짧지만 강렬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에 스포티한 주행성능은 부족함을 찾기 어려웠다. 팔색조의 매력에 빠져드는 E400 쿠페 4매틱. 취향을 정확하게 조준하며 벤츠에 대한 애정을 좀 더 굳건하게 만든다. 

E클래스 쿠페의 에어서스펜션에는 안락함과 스포티함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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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BENZ E400 4MATIC COUPE
가격 941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840×1860×1440mm
휠베이스 2875mm
엔진 V6 2996cc 바이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333마력/5250-6000rpm
최대토크 48.9kg·m/1600-4000rpm
변속기 자동 9단
무게 1940kg
연비(복합) 9.3km/L
CO₂배출량 189g/km
서스펜션 (앞/뒤) 멀티링크(에어)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
타이어 (앞) 245/35 R20 (뒤) 275/3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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