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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당찬, 지프 레니게이드
지프의 막내 레니게이드가 유격을 마치고 트레일호크라는 배지를 달았다
2017년 09월 22일 (금) 17:46:34 안정환 에디터 c2@iautocar.co.kr
이충희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지프'(JEEP)라는 단어는 언제나 일상을 벗어나 모험을 즐기고 싶게 만든다.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현시대로 돌아온다면 아마 지프를 선택하지 않을까? 그만큼 지프는 ‘모험과 탐험’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다. 그도 그럴 것이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작전용 차량으로 개발됐다. 사막, 정글, 산악지대 등 다양한 지형에서 전투를 벌이며 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이후 네바퀴굴림(4WD)을 바탕으로 76년간 SUV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요즘 SUV 시장이 날로 성장하면서 너도나도 SUV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지프야말로 진정한 SUV 명가라고 할 수 있겠다.

 

   
범퍼 하단을 깍아 진입각을 높였다 

지프의 핵심적 가치는 SUV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덕목인 오프로드 주행성능에 충실하다는 것. 이는 차급을 막론하고 모든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프의 막내 레니게이드도 마찬가지. 레니게이드는 소형 SUV 붐을 타고 등장한 모델로 귀엽고 앙증맞은 매력을 발산한다. 그렇다고 얕잡아 볼 차가 아니다. 레니게이드. 소형 SUV 중 오프로드 최강자다. 거기에 독수리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트레일호크 배지까지 부여받았으니 어떤 험로를 맞닥뜨려도 무서울 것이 없는 차가 된다.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무더위와 장마에 지쳐있을 즈음 지프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 키가 손에 쥐어졌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고성능 오프로드 버전인 만큼 산과 계곡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사진 촬영까지 진행해야 하는 짧은 시승 일정은 장거리 이동에 제한적이다. 심지어 밤새 많은 비가 내린 터라 산길은 미끄럽고 계곡물도 많이 불어나 있을 것이다. 결국 선택한 장소는 경기도 연천군의 임진강변. 서울하고 비교적 가깝고 강 주변으로 수풀이 이어져 나름 오프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는 길도 쭉 뻗은 자유로인 만큼 고속 주행감을 느껴보기에도 좋다. 

 

   
트렁크 하단에 분리된 선루프를 보관할 수 있다 

차에 오르기 전 외관을 찬찬히 살펴봤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7개로 구성된 세로 그릴. 딱 봐도 지프다. 여기에 4255×1805×1695mm의 작은 차체 사이즈는 전체적으로 귀엽고 단단한 이미지를 준다. 여기까지는 기존 레니게이드와 같은 구성. 트레일호크만의 차별화를 찾아야 한다. 외관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앞 범퍼 하단부를 비스듬하게 도려낸 것이다. 가파른 언덕이나 바위를 만나더라도 범퍼가 걸리거나 긁히지 않게 다듬은 것. 이로써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의 진입각은 30도, 이탈각 34도 그리고 여각은 24도의 하부 스펙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최저지상고도 210mm로 최대 480mm 깊이의 수로도 건널 수 있다. 

 

   
숨겨진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또한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차체 곳곳에 블랙 색상을 입혔다. 지프 로고,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후드 데칼, 사이드 미러 등이 모두 무광 블랙이다. 특히 뒤 범퍼에 달린 붉은색 토우 후크는 차량이 구덩이에 빠졌을 때 끌어내기에 유용하지만, 블랙 범퍼에서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A필러 아래쪽에 달린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Go Anywhere, Do Anything) 지프의 혈통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는 이 표식을 얻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루비콘 트레일 등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며 검증받았다.

 

   
박스형 디자인 덕분에 차 크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여유롭다 

실내도 외관의 스타일링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블랙 색상을 사용하면서 곳곳에 레드 컬러로 액센트를 줬다. 직물 시트에는 트레일호크 로고를 빨간색으로 수놓았고, 아래쪽엔 모아브사막 지역 지도를 새겨 넣었다. 전동 시트 따위는 지프에게 사치. 시트를 몸에 맞게 조절하려면 일일이 손을 써야 한다. 그래도 추운 겨울날 엉덩이 시리지 않게 열선은 깔아줬다. 또한, 동반석 시트를 들추면 신발을 수납할 수 있는 비밀의 공간도 마련돼 있어 나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레니게이드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탈부착이 가능한 마이 스카이(MY SKY) 오픈 에어 선루프가 탑재됐다는 것. 탈부착을 위한 전용 키를 이용해 두 개의 지붕을 걷어내면 오픈카까진 아니어도 꽤 시원한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분리된 선루프는 트렁크 하단 케이스에 보관하면 된다. 레니게이드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355L.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303L까지 확장된다. 시트 포지션은 소형 SUV치곤 높다. 그리고 탑승공간 형태도 박스카에 가까워 전방과 측면의 시야가 좋다. 다만 반듯하게 세워진 A필러 때문에 왼쪽 대각선 방향의 시야를 살짝 가려져 좌회전 시 주의해야 한다. 

 

   
피아트 500X와 공유하는 2.0L 멀티제트2 엔진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진동이 실내로 밀려들어 온다. 최근에 나오는 디젤 승용차들은 방진고무와 흡차음재 등으로 소음 억제에 신경 쓰는 편인데 레니게이드의 엔진 소음은 국산 1톤 트럭에 가까울 정도다. 때문에 정차 시 시동을 잠시 꺼주는 오토스탑 기능이 반갑게 느껴진다. 보통 오토스탑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타면 시동이 꺼졌다 켜졌다 반복하는 느낌이 거슬려 기능을 해제하는데, 레니게이드를 타는 동안에는 항상 활성화 상태로 유지했다. 그래도 처음 시동이 걸릴 때와 달리 속도를 붙여 달리다 보면 엔진의 질감은 점점 매끄러워진다.


가속은 스펙에 비해 더디다.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하지만 주행에서 느껴지는 힘은 이에 못 미치는 느낌. 또한,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 반복할 때 울컥거림도 심하다.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는 오프로드 주행과 효율에 맞게 세팅된 듯하다. 초반 가속이 굼뜨긴 하지만 탄력을 받으면 쭉쭉 기운을 낸다. 최고속까지 올리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X자 테일램프는 군용 지프의 후미에 달린 보조 연료통의 문양에서 따온 것이다 

승차감은 어떨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 방지턱을 넘어봤다. 의외로 차분하면서 부드럽다. 고르지 못한 노면을 만나도 마찬가지.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서스펜션 세팅은 온로드에서도 매끈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 탓에 좌우 롤링이 많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탈착식 지붕 

자유로를 지나 드디어 임진강변에 도착했다. 강물은 많이 불어나 있는 상황이고, 강가 주변의 흙길은 진창길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두려울 것 없다. 레니게이트 트레일호크는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 훈련을 받은 강인한 SUV이자 전통 오프로더 혈통을 이어받은 ‘지프’다. 완전히 개방된 선루프를 통해 상쾌한 공기를 한 모금 마시고 오프로드로 접어든다. 이때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한 셀렉-터레인을 머드(Mud)로 설정한다. 진흙탕과 물웅덩이에서 바퀴가 헛돌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불규칙한 노면과 곳곳에 널린 돌덩이들로 실내에 큰 충격이 전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의연하게 대처한다. 고속에서 불안감을 줬던 여유로운 서스펜션이 오프로드에서 오히려 안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꽤 깊어 보이는 물웅덩이에도 바퀴를 담가보지만 미끄러짐 없이 시종일관 힘차게 달린다. 높은 차고도 오프로드 주행에 한몫 거든다. 강가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온통 울퉁불퉁한 자갈밭이다, 레니게이트 트레일호크에게 이 정도는 온로드 수준. 지형설정을 오토(AUTO)에 맞춰놓고 달려도 무리 없다. 

 

   
지프는 흙먼지로 뒤덮여야 더욱 멋을 발한다

이번엔 꽤 가파른 언덕이다. 심지어 며칠 내린 비로 언덕 곳곳에 물길이 만들어져 계곡을 연상케 했다. 움푹 팬 물길에 바퀴가 빠져 차체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만, 오프로드를 벗어나기 위해선 이 길을 통과해야 한다. 숨을 한번 고르고 가속페달에 발을 가볍게 얹자 묵직한 토크를 네 바퀴로 전하며 서서히 언덕을 오른다. 최적의 토크를 분배하는 지능형 4×4 시스템인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로’ 기능은 가혹한 험로를 만날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오토/스노우/샌드/머드/락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막내이고 차급도 소형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떳떳하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다. 더불어 뒤에 달린 트레일호크 배지는 이 차를 더욱 늠름하게 만들었다. 마치 부대의 막내 이등병이 유격훈련을 마치고 가슴에 휘장을 달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어떤 험로에서든 지프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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