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역사의 궤적, 페라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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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의 궤적, 페라리 박물관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09.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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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단장한 페라리 박물관은 영광과 전설의 모델, 그 이면의 엔지니어링 궤적까지 보여준다

마라넬로에 자리한 페라리 박물관은 차츰 증가하는 관람객을 위해 최근 증축을 마치고 새 단장했다. 2016년 페라리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역대 최다로 기록된다. 지난해 총 관람객 수는 47만8000여 명인데 이중 마라넬로의 페라리 박물관을 찾은 인원은 34만4000여명(모데나에 엔초 페라리 박물관이 따로 있다)으로 집계됐다. 페라리 박물관은 이번 증축을 통해 600㎡ 이상의 공간을 추가 확보해 총 4100㎡ 규모로 거듭났다. 새 단장을 마친 신관은 기존 건물과 대형 전면 유리로 된 통로로 연결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페라리 스토어도 새롭게 단장하고 300㎡ 규모의 다목적 공간에는 최대 250명을 수용하며 각종 행사와 교육활동 등으로 활용한다. 

페라리 브랜드 출범 70주년을 기념하는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과 ‘인피니트 레드’(Infinite Red) 특별 전시회는 지난 5월 25일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런던 디자인 박물관(London Design Museum)과 공동으로 기획한 ‘언더 더 스킨’ 전시는 페라리의 스타일 진화 과정을 통해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를 기린다. ‘인피니트 레드’는 여태껏 선보인 전설적인 모델들을 통해 페라리의 유구한 역사를 되돌아본다. 

1961년의 156 F1 경주차를 위한 목재 마스터 모델 그리고 페라리 최초의 리어 엔진 스포츠카 250 LM

2층으로 올라가 전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먼저 1961년의 F1 경주차, 전설의 156 포뮬러 원 카를 만난다. 실물은 아니고 알루미늄 보디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나무 틀이다. ‘상어코’(Sharknose)라는 닉네임을 갖게 한 에어 인테이크 모양이 선명하다. 미국인 드라이버 필 힐(Phil Hill)이 이 차로 그해 챔피언십을 차지했고 페라리 팀에게 최초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타이틀을 안겨준 차. 아쉽게도 오리지널 모델은 남아 있지 않다. 그 옆에는 1963년 르망에서 우승한 250 P 프로타입을 베이스로 만든 페라리 최초의 리어 엔진 스포츠카 250 LM이 전시되어 있다. V12 3.3L 320마력 엔진을 얹었다. 이 두 모델은 과거 레이스 무대에서 영광의 시절을 기념한다.   

1947년 페라리 최초의 모델 125 S와 그를 위한 엔진

‘언더 더 스킨’은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스타일링 속의 이면을 보여주는 전시다. 1947년 페라리 최초의 모델 125 S와 그를 위한 엔진, 750 몬자를 위한 보디쉘, 250 GTO의 와이어 프레임 모델과 250 LM의 보디쉘 등 전설적인 모델에서부터 최근의 458 타랄리아 섀시와 488 GTB 엔진 등에 이르기까지 독창성 그리고 엔지니어링의 발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초기 도안부터 주요 부품인 엔진 구성품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를 관통하는 설계와 자동차 디자인의 발달 과정을 차분히 보여준다. 외적 아름다움 속에 숨겨져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레이아웃이 인상적이다.

박물관에는 가족 또는 친구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의 괘적을 더듬고 있었다. 어린 두 친구가 나란히 서서 한 모델의 설명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1950년 페라리 166 베를리네타 투어링 르망이다. 페라리 V12 승리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모델. 소년들의 이러한 관심이 페라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  아이들의 관심은 1957년 페라리 250 캘리포니아로 옮겨갔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1964년 275 GTB가 반가웠다.    

페라리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머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디자인 모델 및 윈드 갤러리’(Design Models and Wind Gallery)에서는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어떻게 선구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 실험에 앞장서 왔는지 되짚어보는 구성. 시대별로 다른 스타일링과 기술의 진화 과정도 함께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페라리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던 열정, 작업 결과, 그리고 주요 전기 과정을 소개한다. 이 전시회는 11월부터 런던 디자인 박물관으로 이동해 개최될 예정이다. 

‘인피니트 레드’는 페라리 브랜드의 출범 7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또 하나의 특별 전시회로 마라넬로에서 탄생하여 트랙과 도로를 위해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페라리 명차들을 되돌아볼 자리로 기획됐다.

 

1952년 알베르토 아스카리(Alberto Ascari)와 함께 페라리 최초 우승의 영광을 누린 500 F2에서부터, 페라리 사상 최다 그랑프리 우승 기록인 15회 우승을 달성하며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의 월드 타이틀 연승 진기록을 함께한 F2004, 월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World Constructors’ Championship)에서 우승한 F2008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승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페라리 F1(Formula One) 머신들이 전시되어 있다. 

발걸음을 옮기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1950년대 후반 레이싱계를 석권한 250 GT 베를리네타(Berlinetta) Tdf와 그 영광을 이어받은 250 GT 베를리네타 SWB, 그리고 자동차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250 GTO에 이르기까지 영광의 250 패밀리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다. 전시된 1962년 250 GTO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보라색 컬러로 더욱 인상적. 뱅크각 60도의 V12 3.0L 300마력 엔진을 얹었다. 단 36대만 생산되어 희소가치가 높은데 5000만달러(약 572억 5000만원) 이상에 낙찰된 기록이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로 손꼽힌다.     

 

소년들이 집중하고 있는 1950년 페라리 166 베를리네타 투어링 르망

250 옆에는 500 슈퍼패스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1964년 모델로 812 슈퍼패스트라는 이름의 원조가 되는 모델이다. V12 5.0L 400마력 엔진을 얹고 5단 기어로 최고시속 280km를 달렸다. 그리고 1984년 GTO부터 1987년 F40, 1995년 F50, 2002년 엔초 페라리, 2013년 라페라리에 이르기까지 슈퍼카의 계보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트랙 전용 모델 FXX K도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박물관 문을 나선다. 당대의 전설 그리고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던 드림카의 집합소에는 그러한 세대를 잇는 꿈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언더 더 스킨’ 전시회는 올해 11월까지, 그리고 ‘인피니트 레드’ 전시회는 올해 말까지 계속 된다. 

812 슈퍼패스트 이름의 원조격인 1964년 500 슈퍼패스트

 

꿈의 공장, 페라리 생산공장

마라넬로 시에는 페라리 본사를 비롯해 페라리 생산단지, 페라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페라리 갤러리, 페라리 전용 서킷인 ‘피오라노 트랙(Fiorano Track)’, F1 기술력을 테스트하고 발전시키는 ‘윈드 터널’(Wind Tunnel), 전문 기술자 양성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 등 페라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페라리 본사 생산단지의 연 면적은 238,322㎡이고, 대지면적은 131만 1461㎡이다. 생산관련 건물은 경합금 가공공장, 기계설비 공장, 도색 공장, 엔진 조립공장, 차체 조립공장, 테스트 작업장 등으로 이루어진다. 

페라리는 GT와 F1 디자인 및 생산단지(섀시와 차체를 담당하는 카로체리아 스카질레티(Carozzeria Scaglietti)는 모데나에 위치)에서 4개의 모델 군으로 나뉘어서 생산되고 있다. 4개 모델군 중 2군인 캘리포니아, 458 이탈리아는 8기통이고, 599 GTB 피오라노는 12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새롭게 리모델링된 생산공장에는 모든 건물과 설비가 직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야 된다는 직원 중심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은 포르물라 우오모(Formula Uomo)라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시설은 세심하게 배려된 조명시스템, 녹지, 레스토랑, 온도 및 습도 제어시스템, 소음억제 시설, 그리고 최신 기술을 이용한 환경 영향 측정기 등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뿐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공장은 건축 구조적으로도 일과 성과의 시너지 관계를 보강해 줄 수 있도록 특별히 디자인되었다.

 

INTERVIEW

"페라리 역사에서 엔초만큼 중요한 인물은 없다"

페라리 박물관에서 스테파노 라이(Stefano Lai)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선임 부사장을 만나

페라리의 역사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페라리 생산량과 세그먼트는 어떻게 되나?
페라리는 한정생산이다. 1대부터 3000대 생산에 그칠 때도 있었지만 시장이 커짐에 따라 생산량도 따라서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익스클루시브한 차량임에는 변함이 없다. 페라리는 스포츠카를 생산한다. 모든 페라리는 스포츠카이지만 내부적으로 스포츠 세그먼트와 GT 세그먼트로 나눈다. 좀 더 익스트림한 스포츠카를 원하는, 트랙 주행을 즐겨 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812 슈퍼패스트나 488 시리즈 같은 스포츠 세그먼트의 차량이, 트랙을 자주 가지 않거나 전혀 가지 않는 대신, 장거리 여행 등에 페라리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GT 세그먼트 모델들(GTC4루쏘 T, 캘리포니아 T)이 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세그먼트는 기획 단계부터 다르게 시작된다. 

 

환경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페라리의 대책은 무엇인지. 
우리 엔지니어들은 지난 70년간 기술 개발을 통해 출력을 증가시키면서도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답변할 수는 없지만, 엔진 효율성을 향상시켜 출력을 높이면서도 배출량을 점점 감소시키는 솔루션을 찾았다. 


  
1964년 500 슈퍼패스트 이어 슈퍼패스트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한 이유는. 
1964년에 제작된 500 슈퍼패스트가 여기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페라리에게 이름을 정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차량의 특색에 맞는 적당한 숫자를 매기고 거기에 적당한 문자를 부여한다. 대부분 리미티드 에디션 차량이 아닌 경우 엘레강스,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등을 고려해 과거의 모델 이름을 매칭시켜 부여한다. 적절한 이름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해 주길 바란다. 항상 기자들로부터 이름에 대한 불만을 듣는다.(웃음)


 
812 슈퍼패스트는 앞으로 몇 대나 생산할 예정인가?
리미티드 시리즈가 아니라서 시장 수요에 따라서 생산할 예정이다. 따라서 생산수량은 예상할 수 없다.  

 

페라리 7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과 차를 꼽는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을 꼽는 것은 매우 쉽다. 바로 엔초 페라리이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 모두는 여기 없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 역시 같은 맥락에서 페라리가 제작한 최초의 차량 125 S이다. 70년 전인 1947년, 페라리 팩토리를 지었을 때 그는 49살이었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나이에 시작해서 매우 헌신하고 전념했다. 창립자는 그 브랜드의 열쇠이다. 그 동안 많은 직원들이 페라리를 위해 일해 왔고 중요한 업적을 쌓아왔지만 엔초 페라리만큼 중요한 사람은 없었다. 


페라리는 럭셔리 하이 퍼포먼스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임에도, 여기 박물관에서도 그렇고 대중적인 브랜드 머천다이징 제품을 판매한다. 

페라리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구입할 수 있는 차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차다. 따라서 브랜드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페라리의 방패 로고를 부착한 스쿠데리아 페라리 팬들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페라리 트레이드 마크 로고의 하이 포지셔닝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발표한 포트로나 프라우의 의자가 고품격 페라리 브랜드 제품의 예이다. 

 

팬들은 페라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레이싱을 하는 이유인가? 

레이싱카 없는 페라리를 상상할 수 없고, 또한 GT카(양산형 차량) 없는 페라리 역시 상상할 수 없다. 레이싱은 페라리에게 매우 중요한 DNA이지만 우리 고객들이 세바스찬 베텔 때문에 차를 사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이어온 신뢰를 통해 고객들은 페라리의 가치를 느낀다. 레이싱과 판매용 차 두 가지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 레이싱을 통한 기술을 일반 양산차 기술개발에 사용한다. 


 
박물관 이용객 수는 얼마나 되나? 
지난 한 해 동안, 마라넬로 페라리 뮤지엄에는 40만명이 방문했고, 모데나의 엔초 페라리 뮤지엄에는 16만명이 방문했다. 페라리 팩토리의 방문자 수는 1만4천에서 1만5천여 명인데, 페라리 팩토리는 아무나 방문할 수는 없다. 주로 스폰서, 고객, 기자, 교육을 위한 용도 등으로만 공개된다. 단지 티켓을 사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마라넬로에 방문한다는 것은 특별하다. 로마나 플로란스에 들르는 것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마라넬로는 페라리를 위해서만 방문한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차들은 모두 페라리의 소유인가? 차들의 가치를 환산한다면?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차들의 가치를 환산하면 2억유로(약 2천585억원)에 달한다. 전시된 차량의 60%는 고객 소유의 차량이고 그들은 페라리와 신뢰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차를 기꺼이 무료 전시에 내놓는다. 특히 모데나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차는 거의 전체가 고객 소유의 차다. 현재 유명인들의 차를 전시하고 있는 중이다. 

 

리미티드 차량에 대하여 페라리는 고객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라페라리 아페르타와 같은 스페셜 리미티드 시리즈의 경우에는 더욱 로열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선정 로직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리미티드 차량의 배정에는 항상 컴플레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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