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듯, 자동차 제조사들도 새로 개발한 신차에 염원을 담아 차명을 지어준다. 거기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색깔이 반영되어 있고, 차량에 부합하는 이미지도 담겨 있을 것이다. 최근 트렌드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대세지만, 지명 또는 합성어 등으로 차량만의 고유 차명을 붙여주기도 한다. 특별한 이름을 갖고 태어난 차들을 살펴보자.
현대차가 새롭게 출시한 소형 SUV ‘코나’(KONA)는 하와이 빅 아일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코나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코나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예멘의 모카와 더불어 세계 3대 커피로 인정받는 ‘하와이안 코나 커피’의 산지로 유명하며 서핑, 수상스키,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날씨를 갖춰 해양 레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현대차는 코나 커피에서 연상되는 부드러움과 해양스포츠가 주는 역동적인 이미지 등이 새로운 소형 SUV의 제품 콘셉트에 연결시키기 위해 코나라는 지명을 선택했다.
쌍용의 ‘티볼리’(TIVOLI)라는 차명도 지명에서 가져온 것이다. 티볼리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근교에 위치한 도시로 로마 시대부터 빌라데스테(Villa d’Este)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휴양지로 사랑받아 온 곳. 또한,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최초 도심형 테마공원의 이름도 티볼리 공원으로, 티볼리라는 지명은 유럽에서 친숙하다. 쌍용차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차명을 선택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쌍용의 소형 SUV 티볼리는 국내에서도 활약이 대단하지만, 유럽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아 ‘모하비’(MOHAVE)는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유래한 차명이다. 열악한 기후환경에도 견디는 튼튼한 SUV를 의미하며, 현대-기아자동차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내구성과 품질을 담금질했다는 뜻도 담겨있다. 더불어 ‘Majesty Of Hightech Active VEhicle’(최고의 기술을 갖춘 SUV의 최강자)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지명을 따른 차명도 있지만, 여러 단어를 조합해 만든 합성어 이름도 있다. 최근 강력한 가성비로 무장하고 국내 소형 SUV 시장에 등장한 기아의 소형 SUV ‘스토닉’(STONIC)은 재빠르다는 뜻의 ‘스피디’(Speedy)와 으뜸음을 뜻하는 토닉(Tonic)의 합성어다. ‘날렵한 이미지의 소형 SUV 리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자 하는 기아차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의 친환경차 ‘아이오닉’(IONIQ)은 2012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인 '아이-오닉(I-ONIQ)'의 이름을 계승한 것으로, 이온(Ion)과 유니크(Unique)가 결합된 합성어다.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과 아이오닉이 갖는 독창성을 나타낸다.
‘맥스크루즈’(MAXCRUZ) 역시 이와 비슷하다. 최대, 최고를 뜻하는 맥시멈(Maximum)과 유람선을 뜻하는 크루즈(Cruise)를 결합한 단어다. 대형 SUV로서의 여유로움과 유람선을 타고 항해하는 이미지를 이름에 새겨 넣은 것.
현대차 최초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PONY)가 조랑말에서 차명을 따왔듯 동물 이름 역시 자동차 이름 짓기에 좋은 재료다. 현대 ‘아슬란’(ASLAN)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고, 쉐보레 ‘임팔라’(IMPALA)는 남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초식동물 임팔라에서 따온 것이다.
그밖에 자연 등을 소재로 차명에 담아내기도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람'이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기아 브리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브리사의 이름이 라틴어로 '산들바람'이라는 뜻이었다. 차명에 바람 이름을 많이 쓰는 브랜드로 마세라티가 있다. 마세라티 브랜드의 첫 SUV 모델인 '르반떼'(LEVANTE)는 온화한 바람에서 순간 강풍으로 돌변하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뜻을 지녔고, 준대형 세단 ‘기블리’(GHIBLI)는 이탈리아어로 모래폭풍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