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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 : 만섭의 브리사, 태술의 포니
2017년 09월 02일 (토) 12:32:25 신지혜 c2@iautocar.co.kr
   
 

만섭은 못마땅하다. 부모가 힘들게 어렵게 일해서 기껏 대학에 보내 놓았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나 하고 있으니. 그 부모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고 나라꼴이 어찌될까 걱정이 된다. 그날도 만섭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시위나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는 한심한 대학생들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고야 만다.


그런 그에게 솔깃한 말이 들려온다. 외국 사람이 광주로 갔다가 통금 전에 서울로 돌아오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돈이면 사글세도 갚고 우리 은정이 기죽지 않게 해 줄 수 있겠다 싶어 얼른 기사식당을 빠져나와 손님이 있다는 극장 앞으로 달려갔다. 


택시 회사에 연락했는데 왜 개인택시가 왔느냐는 질문에 얼렁뚱땅 대답하는 만섭. 서둘러 외국인 손님을 태운다. 그런데 이 양반, 왜 저렇게 얼굴이 굳어있을까. 만섭은 그렇게 그 앞에 펼쳐질 악몽 같은 시간을 알지 못한 채 광주로 택시를 몰게 되었다.

 

   
 

1980년 5월의 광주. 출입할 수 있는 모든 도로와 샛길이 통제되어 들고 날 수 없이 고립된 공간이 되어 버린 그때의 광주. 우연히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이름의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어찌어찌 광주로 들어간 택시운전사 만섭은 1박 2일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겪는다. 그리고 기적처럼 두 사람은 광주를 빠져나와 서울로 돌아오고 피터의 카메라로 찍은 필름은 전 세계에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리게 된다. 


이건 실화다. 우리의 역사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더 영화처럼, 꾸며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분노가 일고 눈물이 난다. 불과 수 십 년 전에 어떻게 저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이가 없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그때 카메라 하나 갖고서 광주로 향했던 기자 피터와 그와 동행했던 택시기사 김사복 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당시를 말한다. 장훈 감독은 그러나 기록영화를 찍지도, 특정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찍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역사의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마뜩치 않은 만섭이나 대학가요제에 나가려고 대학에 간 재식이나 광주에서 택시를 모는 태술이나 그저 자신의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인 것이다. 하루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집세를 내고 어린 딸과 소풍이라도 가야겠다 마음먹는 평범한 아버지들, 아직은 앳되고 순진한 마음에 그저 기타 치는 것이 즐겁기만 한 대학생, 음식과 쉴 곳이 필요한 사람을 데려다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인심 좋은 아저씨 ... 그 시대를 살아가던 지극히 평범한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카메라는 5.18이라는 큰 역사의 단면을 구성하는 개개인에 초점을 두고 큰 그림을 보여준다. 


만섭의 택시는 기아 브리사. 이미 60만km를 뛰어 낡디낡은 이 택시는 만섭에게 있어 생계의 수단이며 어린 딸의 미래이다. 그리고 그날의 광주는 만섭의 브리사를 단순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역사의 현장을 같이 한 동지로 만들어 버린다. 

 

   
 

눈에 뜨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 손님.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손님. 비장한 얼굴로 살며시 카메라를 들고 살풍경한 광경을 담는 손님. 브리사는 그 손님과 만섭을 태우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 했고 광주의 따뜻한 인심을 함께 맛보고 광주의 참혹함을 함께 보았다. 


생판 남남인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과 그의 브리사를 아무 대가없이 푸근하게 맞아주고 도움을 주고 마음을 나누어 준 태술과 동료들의 택시는 현대 포니이다. 그 어떤 경계심이나 대가 없이 만섭을 품어준 태술과 동료들처럼 포니 택시들은 브리사에게 부품을 나누어준다. 그렇게 해 주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들은 모두 택시운전사이며 만섭은 브리사를 몰고 다시 서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위르겐 힌츠페터. 낯선 나라, 낯선 언어, 연고자도 없는 그 곳, 광주에 기자의 사명으로 카메라 하나만 의지한 채 뛰어 들어갔던 그.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그리고 고민이, 생각이 없었을까. 그러나 그는 그곳에 갔고 그곳을 기록했고 그곳을 빠져나와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김사복이라는 이름의 택시운전사가 있었고 그 시절, 그 공간. 그곳에는 바로 그 사람들이 있었다.   


시네마 토커 신지혜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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