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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8월 신차 비평
2017년 08월 31일 (목) 14:58:41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c2@iautocar.co.kr

렉서스 LC500

   
 

구상: 렉서스에서 LC500이라는 쿠페를 내놨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쿠페는 해치백보다도 더 인기가 없는 차종이다 보니, 새로 등장했어도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서양에서는, 아니 가까운 일본만 해도 쿠페는 각 브랜드에서 중요한 차종이고, 그 브랜드나 메이커의 이미지를 이끌어 가는 차종이기도 하다. 성능 혹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하는 모델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렉서스에서 내놓은 LC는 차체 크기나 가격을 떠나 렉서스 브랜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모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렉서스 LC는 매우 과격한, 아니 전위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최근의 토요타 - 사실 일본의 모든 메이커들이 - 가 매우 과격하고 적응이 필요한 차체 디자인을 보여 주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게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봐온 차들의 모습은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 이 한계를 깨뜨리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콘셉트카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양산차들은 평범하다. 


종종 콘셉트카와 양산차의 벽을 깨는 차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예가 바로 BMW의 i8 이다. 사실 i8도 콘셉트와 양산 모델은 적잖이 차이가 나지만, ‘현존하는 미래’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전위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오늘 살펴보는 렉서스 LC 역시 그런 인상이다. 인테리어와 헤드램프, 유리창의 디테일이 어떻고 등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렉서스 LC의 첫 인상은 마치 콘셉트카를 그냥 몰고 나온 느낌이다.


새로운 동력과 디지털 기술로 인해 미래의 자동차는 하드웨어적으로 차별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오늘 만나는 렉서스 LC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미래의 자동차’를 보여 주고 있으며, 그게 ‘현재의 렉서스’가 지향하는 ‘고급’의 가치인지도 모른다. 

 

류청희: 2012년에 선보인 LF-LC 콘셉트카의 멋진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LC에서 주목할 다른 부분은 단종된 SC와 수퍼카 LF-A의 흐름을 이을 렉서스의 최상위 스포츠 모델이 부활했다는 점, 그리고 그 차를 달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구동계라는 점이다.


LC500h는 자동차 애호가들을 조금 어리둥절하게 할, 스포츠카로는 생소한 기술 요소들을 담고 있다. V6 3.5L 엔진은 효율 중심의 앳킨슨 사이클 방식이고, 주 변속기는 전자제어 CVT다. 그리고 전기모터 뒤에는 일반적인 구조의 4단 자동변속기를 더해, 이른바 ‘다단계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만들어냈다. 없는 기술을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기술을 개선하고 변형하고 조합해 스포츠카 성격에 맞는 뒷바퀴굴림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드리프트를 할 수 있을 만큼 운전 재미를 추구했다는 것이 렉서스의 이야기다.


교과서적인 앞 엔진 뒷바퀴굴림 2도어 스포츠 쿠페로 이 차급에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차는 LC500h뿐이다. 물론 지금은 초고성능 스포츠카가 넘쳐나고, 속속 등장하는 전기차들이 아무렇지 않게 0→시속 100km 가속을 3초 이내에 끊는 시대다. 그런 가운데 양산차 브랜드에서 범용 플랫폼에 복합 소재를 골고루 쓰고 하이브리드 구동계까지 꼼꼼하게 꾸며 넣은 스포츠카가 0→시속 100km 가속이 5초 남짓한 성능을 내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스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렉서스에게는 분명 중요하고 의미 있는 투자다. 하이브리드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LC500h가 시장에서 환영받는다면, 하이브리드를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렉서스의 이미지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기술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LC500h의 역할은 렉서스가 기술을 통해 의도한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운전 재미를 이런 식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기아 스토닉

   
 

구상: 코나에 이어 스토닉의 등장으로 소형 SUV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스토닉을 비롯해서 코나, 티볼리, QM3, 트랙스 등의 소형 SUV는 성능으로서의 SUV보다는, 조금은 다른 차체 비례와 이미지의 디자인을 가진 소형 승용차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하드웨어적인 성능보다는 얼마나 더 승용차와 차별화 된 소프트웨어적인 감각적 차이를 보여 주느냐가 매우 중요한 차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등장한 스토닉은 어떤 ‘소프트웨어’로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 그런데 새로 등장한 스토닉이 보여주는 감각은 오히려 전형적인 SUV의 모습에 더 가깝다.(물론 크기는 작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의 호랑이 코 디자인과 그 테마를 이어받은 앞 유리창 상단부의 커팅 라인 등등은 기아의 스포티지, 쏘렌토 등과 연결되는 아이덴티티다. 게다가 측면에서 크게 강조된 휠 아치 디자인은 SUV의 건장한 이미지를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자동차의 코나가 건장함보다는 도심지에 나타난 별종 같은 감각으로 승부하려는 반면, 스토닉은 작지만 건장한 이미지의 SUV라는 공식을 가지면서 차별화하고 있다. 소형 SUV라는 성격으로 볼 때는 사실 코나 같은 독특한 감각의 차량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장에는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코나가 상대적으로 여성스럽고 감각적 성향을 추구하고 있다면, 스토닉은 청년스럽고 당찬 느낌으로 대비돼 보인다. 이제 국내의 소형 SUV 시장은 전운이 감도는-물론 메이커들의 관점에서- 곳이 됐다. 소비자들에게는 차려진 밥상에서 고를 수 있는 반찬 가짓수가 많아진 셈이다.

 

류청희: 기아가 스토닉을 내놓으며 모든 국내 브랜드가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 코나와 더불어 뒤늦게 나온 모델인 만큼, 상품성과 경쟁전략 모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성격이 다르다고는 해도 스토닉을 코나와 함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코나는 갖출 것 다 갖추고 화려한 상품성으로 다양한 소비자층을 끌어당긴다면, 스토닉은 단순함과 간결함으로 젊은 소비자층이나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둘만 하다.


사실 현대 브랜드 안에서 코나와 달리, 기아 브랜드 안에서 스토닉은 그리 신선한 차가 아니다. 키가 조금 크고 공간이 좀 더 넉넉하다는 점을 빼면 전반적인 상품 구성이 비슷한 차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소형 CUV로는 쏘울과 니로가 있고, 실내 디자인과 장비 구성은 경차인 모닝과 비슷하다. 아직 국내 판매가 되지 않는 신형 프라이드를 바탕으로 만든 차이기 때문이다. 출시와 함께 내놓은 엔진이 1.6L 디젤 하나뿐인 점은 경쟁차를 의식한 포석이겠지만, 나중에 더해질 휘발유 엔진 모델이 실질적인 차급을 결정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모닝이나 프라이드와의 차별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이렇다 할 스토닉만의 매력 포인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 빈틈이 있으니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싸고 잘 만든 기본적 탈 것이 소형차에 어울리는 역할이라면 스토닉이 그런 차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프라이드를 대체할 차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쏘울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 외에 CUV의 개성을 살린 포인트가 없어서였다. 자칫 스토닉도 쏘울과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혼다 시빅

   
 

구상: 10세대 혼다 시빅이 등장했다. 시빅이 국제 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이다. 물론 그때는 3도어 소형 해치백 모델로 미국에 처음 수출됐는데, 때마침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오일 쇼크와 아울러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자동차 시장이 흔들릴 때였다. 아무런 추가장치 없이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킨 일본의 소형차 시빅은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그 이후로 일본차, 특히 혼다의 승용차는 경제성과 실용성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고,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미국에서 절대 강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 대표적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시빅이다.


시빅은 45년동안 10세대로 발전하면서 2000만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시빅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확대된 4세대와 5세대 모델이 전성기였던 것 같다. 다른 메이커들의 차량과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빅만의 영역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10세대가 됐고, 차체 크기도 거의 중형 승용차에 육박할 만큼 커지기도 했다. 해치백과 세단이 있지만, 국내에는 세단이 수입된다. 아무래도 ‘해치백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리는 국내 시장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마치 해치백처럼 보일 정도로 독특한 뒷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차체가 매우 넓어 보인다. 이것은 전폭 규제가 있는 일본 시장용 모델이 아니라 미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모델이 국내로 수입된 때문이다.


전체적인 차체 형태는 세단의 이미지보다는 마치 물풍선 같이 둥근 이미지이고, 여기에 모서리를 날카롭게 세우면서 독특한 인상의 전후면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특히 LED로 이루어진 헤드램프와 육각형을 모티브로 한 테일램프와 트렁크 리드는 마치 일본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독특한 인상의 최근의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은 사실 2009년에 등장한 YF 쏘나타 이후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에 충격을 받은 영향이라는 이야기가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일본차들의 디자인은 과격함 일색이긴 하다. 실용적인 성격의 소형 승용차라는 콘셉트의 시빅의 과격한 변신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지켜 볼 일이다.

 

류청희: 시빅은 오랫동안 북미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소형 세단 중 하나였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맥을 못췄다. 국산차의 풍부한 편의장비와 유럽차의 뚜렷한 개성 사이에서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이 마땅치 않았고, 미국 시장에 특화된 대중 브랜드 차들의 공통된 특징이었던 투박한 꾸밈새의 영향이 컸다.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도 경쟁 브랜드 차들의 공세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신형 시빅은 혼다의 상황 인식과 대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차다. 이전보다 투박함을 줄이고, 적어도 보는 사람들에게 새차라는 느낌을 뚜렷하게 주기 때문이다.


2.0L 160마력 휘발유 엔진과 무단변속기(CVT)를 조합해 앞바퀴를 굴리는 파워트레인은 평범한 대중차 브랜드 중소형 세단으로서 딱히 새로울 것 없는 구성이다. 이전 세대는 물론 그 전 세대와도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부분이다. 시빅 전통의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핸들링은 한층 더 발전했겠지만, 국내에서 시빅이 속한 차급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중요시하는 가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전 모델들보다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점은 국산차 대비 부족한 장비의 폭이 크게 줄고 꾸밈새도 촌스러움을 많이 덜어냈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세련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균형과 조화에는 충실하다. 그 역시 보수적 심미안을 가진 소비자에게는 이전 세대보다 나아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새 모델에서 비슷한 변화가 제법 소비자에게 먹혀든 어코드를 생각해 보면 시빅에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새 시빅도 국내 시장에서는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3000만 원이 넘는 기본 값은 여전히 웬만한 국내 브랜드 중형차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어코드를 그랜저와 나란히 비교하는 사람은 있어도 시빅의 상대가 쏘나타가 되기에는 인식의 벽이 너무 높다. 상품 구성이나 성능에서 차 자체의 매력이 돋보이거나 브랜드의 카리스마가 강력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가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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