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혼다 뉴 CR-V
상태바
새로운 도전, 혼다 뉴 CR-V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7.08.08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19세기 말을 서부개척시대라 일컫는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서부로 떠나면서 시작됐다. 지금이야 개발이 완전히 끝났고 교통이 편리해 쉽게 갈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말할 수 없이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때 서부로 떠난 이를 선구자로 치켜세우기도 하는데 일념을 갖고 미개척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으니 용기만큼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자동차업계의 서부개척시대 또한 지나갔을 것 같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SUV 시장이 그렇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SUV의 인기에 편승해 하나 둘 SUV 시장에 뛰어드는 자동차회사를 보면 금광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모습이 떠오른다. SUV와 전혀 무관할 것 같던 브랜드가 새로 SUV 모델을 선보이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실내는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하게 다듬었다.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해 실용적이다

국내에서도 SUV 인기는 여전하다. 각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보다 SUV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하며 한 발 앞서가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수입 SUV 시장은 유럽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혼다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혼다는 국내에서 수입 SUV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다. 대표 주자가 바로 CR-V였다. 지난 200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4년 연속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탑3에 들었으며 2007년에는 수입 SUV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뒷좌석 레그룸이 넉넉해 키 큰 성인이 앉아도 여유롭다

절치부심한 혼다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5세대 올 뉴 CR-V 터보를 출시했다. 인상적인 것은 파워트레인이다. 디젤 엔진 대신 터보차저 휘발유 엔진을 얹었다. 휘발유 엔진은 중저가 수입 SUV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고급 수입 SUV 시장에서도 주력 모델이 아니다. 혼다가 다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트렁크 바닥 높낮이를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SUV를 타면 어디론가 훌쩍 터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길이든 헤쳐나갈 것 같은 믿음,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형 CR-V을 보자 안정적이고 단단한 이미지 때문인지 유독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실제 차체 크기는 싼타페와 투싼 중간 정도인데, 더 크게 보인다.  아기자기하게 기교를 부리는 대신 깔끔하게 풀어낸 디자인의 힘이다. 앞모습은 육각형 그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크롬 바가 포인트다. 풀 LED 헤드램프는 끝자락이 펜더까지 뻗어 있다. 펜더를 한껏 부풀린 탓에 차가 넓어 보인다. 범퍼 아래는 플라스틱 소재로 처리하고 안개등 주변에 크롬으로 꾸몄다. 옆모습은 보닛이 층을 이루며 올라가 있고 뒤 펜더가 도드라져 있다. 윈도 라인은 역동적이고 크롬 도어 가니시를 달았다. 뒷모습은 CR-V 상징 같은 수직 테일램프에 수평 테일램프를 더해 변화를 줬다. 뒤 윈도 아래 역시 크롬 바를 넣었다. 또한 범퍼와 테일램프 사이의 면적을 넓혀 차가 붕 떠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i-VTEC Turbo 엔진은 비슷한 성능의 디젤 엔진과 연비가 비슷하다

외관의 안정감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처음 봤을 때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차분하고 깔끔하다. 소재 질감은 부드럽고 마감품질도 수준급이다. 기본기가 튼튼한 혼다의 감성이다. 대시보드는 나무 무늬 알루미늄 패널과 가운데 얇은 유광 블랙 패널을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센터페시아에는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달고 아래 공조기능 버튼을 배열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는 터치 인식이 느리고 UI가 직관적이지 않아 조금 불편하다. CR-V는 기어 레버가 운전석 옆이 아닌 센터페시아 쪽으로 올라가 있어 조작이 더 편하다. 또한 빈자리를 컵홀더와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실용적이다. 이외에도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특히, 센터콘솔은 용량도 크지만 슬라이드 되는 트레이가 있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트레이를 뒤로 밀면 아웃렛과 전류가 다른 2개의 USB 포트, HDMI 단자가 나온다. 또한 뒷공간에도 2개의 USB 단자를 마련해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췄다. 컬러 디지털 계기판은 일반적인 주행 정보 외에 AWD 구동 상태, 졸음 방지 모니터 등 기능을 추가했다. 계기판 위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rpm과 시속만 나와 활용성이 떨어진다.  

실내 공간은 휠베이스와 너비가 각각 40mm, 5mm가 늘어나 앞뒤 모두 여유롭다. 시트는 이전 세대보다 폭을 31mm 넓히고 쿠션이 충분해 편안하다. 앞 시트는 2열 탑승객 전방시야와 레그룸 확보를 위해 새로 설계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110L 2열 시트 폴딩시 최대 2146L까지 늘어난다. 이전 세대에서 2열 시트를 접으면 층이 생기는 것과 달리 트렁크 바닥과 일치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시승차는 ‘투어링’ 트림으로 파워 테일 게이트가 있다.    

 

직렬4기통 1.5L 직접 분사식 DOHC i-VTEC Turbo 엔진은 최고출력 193마력/5600rpm, 최대토크 24.8kg·m/2000~5000rp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무단변속기를 조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실주행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저회전대인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세팅했지만 실제로 운전하면 초반 반응은 다소 굼뜨다. 확실히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에는 못 미친다. 속도를 올리면 중간에 터보랙이 생기며 흐름이 끊긴다. 이후 꾸준히 힘을 내지만 한 번에 쏟아지는 것이 아닌 느긋하게 속도를 올리는 타입이다. 무단변속기는 일반적인 주행에서 만족스럽지만 고속에서 급가속시 엔진 소음을 유발한다. 

올 뉴 CR-V 터보의 공인 복합연비는 12.2km/L. 비슷한 성능의 디젤 엔진 SUV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혼다는 터보차저 휘발유 엔진의 약점인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엔진의 배기 에너지를 재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액티브 셔터 그릴을 적용하고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높여 이전 세대보다 공기저항계수를 2% 향상시켰다. 실제로 1박2일 동안 주행한 결과 트립 컴퓨터 기록은 공인 연비보다 높았다. 고속도로 연비는 더 놀라운데 공인 연비 13.6km/L보다 훨씬 높은 15.8km/L를 기록했다. 

 

SUV보다 세단을 선호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승차감과 사고 시 전복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CR-V는 SUV의 약점을 최소화 했다. 새로 개발한 섀시는 무게중심을 낮춰 편안함과 안정성을 더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식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고속에서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할 때 약간의 롤이 생기지만 SUV 치곤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급격한 코너를 만나도 쏠림 현상이 덜해 자신 있게 치고 나간다. 스티어링은 노면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무게감은 적절하다. 감각이 정교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차 성격에 맞춰 여유를 둔 것으로 보인다. 

CR-V 터보는 전자 제어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적용했다. 평소에는 앞바퀴를 굴리다가 노면 상태나 주행 환경에 맞춰 힘을 분배한다. 계기판을 설정하면 구동분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심에서 주행할 때는 앞바퀴에 힘이 집중되는데 급가속을 하면 아주 잠시 뒷바퀴에 힘이 전달된다. 촬영을 위해 잠시 비포장도로를 들어갔다. 본격적인 테스트는 아니었지만 CR-V는 괜찮은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줬다. 경사가 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바퀴 한쪽이 접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잘 빠져나왔다. 그 동안 CR-V는 도심형 SUV 이미지가 강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CR-V 터보는 많은 부분에서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휘발유 엔진의 정숙성과 비슷한 성능의 디젤 엔진에 버금가는 연비가 인상적이다. 다만 첫 눈에 확 잡아끄는 매력이 부족해 아쉽다. 혼다는 지난 2004년 CR-V가 수입차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것처럼 이번에는 올 뉴 CR-V 터보가 수입 SUV 시장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