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T-록 프로토타입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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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T-록 프로토타입 시승기
  • 짐 홀더(Jim Holder)
  • 승인 2017.08.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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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가볍게 표현하자면, 폭스바겐 T-록(T-roc)은 폭스바겐 골프 SUV 또는 폭스바겐이 만든 캐시카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람들은 그런 표현들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사의 최신 모델에 더 가지고 놀기 좋은 차라는 고유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최소한 판매 측면을 놓고 보았을 때 이 차급에서 불패의 챔피언인 닛산 캐시카이를 생각해 보자. 우선 생김새나 움직임, 이름 같은 것들이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급증하는 가족용 SUV 판매 흐름에서 판을 깨는 역할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든 회사가 흉내내려는 차로서의 독보적 역할은 계속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그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려 하고, 경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다.

물론 폭스바겐 새 모델은 출시가 늦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차이점을 찾으려는 의지만 더 커졌다. 2014년에 선보인 T-록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T-록이 늦게 나왔다는 점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다만 콘셉트카는 컨버터블 SUV의 모습으로 공개되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콘셉트카의 더 섬세한 디자인 요소 중 많은 부분을 이 시제차에서도 볼 수 있고, 그래서 콘셉트카의 조금 재치있는 특징도 어느 정도 이어받았다. T-록 디자이너들이  마음 놓고 정해진 규칙을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위장한 이 시제차만 보더라도 뻔뻔할 정도로 합리적인 요즘 라인업보다 조금 더 강하게 마음을 끌어당긴다. 폭스바겐의 새 시대를 이끌 차를 디자인하는 데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음은 분명하다. 심지어 투톤 페인트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차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도 재치를 느낄 수 있다. T는 윗급 모델인 티구안, 투아렉과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록(Roc)은 영어 단어 ‘rock’을 변형한 것이다. 폭스바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록은 “한편으로는 차의 오프로드 특성을 상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크로스오버 디자인의 강력하고 전위적인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 모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기에 앞서 닛산 캐시카이, 세아트 아테카, 오펠 모카 X 같은 이름의 유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위장막으로 가린 시제차는 2014년에 첫선을 보인 T-록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T-록은 이제 널리 알려진 폭스바겐 MQB 플랫폼을 쓰고, 주요 핵심구조를 공유하는 아우디 Q2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 그래서 휠베이스가 2590mm로 같은데, 차체는 골프보다 더 크지만 휠베이스는 약간 더 짧다. 그런 부분은 더 자유분방한 차체 디자인 때문에 생기는 단점이어서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앞뒤 좌석 공간은 가족용 차로서 당연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실내를 보면, 우리가 탄 시제차에서도 소재와 구성이 견고하고 논리적이라는 선입견 역시 깨고 넘어서려는 폭스바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차에는 위장 처리가 되어 있지만, 관계자들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차체색 몰딩 같은 것은 양산차에도 구현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폭스바겐이 전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품질과 함께 색상과 재미라는 감각이 더해질 것이다. 양산차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위장막 너머에 감춰져 있지만 우리는 보고 쓸 수 있었던 더 전통적인 스위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더불어 실내 분위기에 더 큰 매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른 150마력 1.5L 휘발유 엔진은 폭스바겐이 보유한 여러 엔진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올 여름 출시할 때에는 익숙한 1.0L 및 2.0L 휘발유과 디젤 엔진이 더해질 듯하다. 엔진 배기량이 더 큰 모델에는 4WD 시스템이 선택사항으로 추가될 것이다. 중간급에 해당하는 이 엔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T-록이 제법 빠르게 가속할 정도의 충분한 힘은 낸다. 그리고 변속이 매끄러운 7단 DSG 변속기와 잘 어우러진다. 디젤 엔진에 대한 반대 운동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판매비율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는 없어도, 이 파워트레인의 성공은 보장되어 있다.

우리는 주로 먼지투성이의 거친 길에서 시승해서, 승차감이나 핸들링에 관해 정확하게 집어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더 ‘감정을 자극하는’ 차로의 변화를 강조하려는 노력을 담은 SUV을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어느 정도 더 스포티하게 조율하려는 실수를 범한 느낌이었다. 그 점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세아트 아테카는 폭스바겐 그룹이 그런 부분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는 방법을 알고 있음을 입증했고, 편안한 승차감과 몰입감은 크지 않아도 든든한 핸들링 사이의 타협에 관해 훌륭한 기준점을 세웠다. 스티어링 감각은 로터스 엔지니어들이 설계부터 다시 잡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바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폭스바겐이 만든 세아트 아테카와 아우디 Q2의 형제차는 150마력 1.5L 휘발유 엔진이 쓰여 스포티하고 활기찬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시제차를 몰아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주 어렵다. 그러나 드러난 증거들을 놓고 보면 T-록이 소비자의 최종 구매대상 목록에 오르리라는 것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폭스바겐 특유의 든든한 품질, 신뢰성이 새롭게 방향을 잡고 강조하기 어려운 개성보다 더 두드러지는 덕분에, 아주 든든한 마음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차다.

이제야 폭스바겐은 감정을 자극하는 측면을 든든하게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장막을 걷어낸 실내외 모습이 큰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브랜드 라인업에서 T-록 하나만으로는 감정을 자극하는 측면이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어린 사촌동생이 머리를 반항적인 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진짜 반항적인 측면보다 자신의 욕구를 더 잘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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