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7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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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7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7.07.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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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코나

구상: 현대차 SUV 라인업 중에서 가장 작은 모델인 코나가 공개됐다. 이전까지는 현대 브랜드의 SUV 중에서는 투싼이 가장 작은 모델이었다. 아반떼의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된 투싼은 1세대 모델이 아담하고 귀여운 이미지였지만, 3세대 모델부터는 그다지 귀여워 보이지 않았다. 만약 코나 발매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투싼은 조금 더 어른스러워 보여야 했고, 그 목표를 충실히 이룬 셈이다.

요즘은 정말로 SUV 전성시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국산 SUV 모델도 이제 대형에서 중형, 그리고 소형까지도 여러 차종이 등장해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나는 이미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QM3은 르노의 캡처를 거의 그대로 들여 온 모델이며, 쌍용의 티볼리는 고유모델이긴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 만만찮은 시장에 현대가 독특한 디자인의 코나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그래서 코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아래위로 나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그렇고, 앞뒤 범퍼의 디테일 역시 그런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휠아치 주변의 캐릭터 라인과 가드와 C필러 쪽의 디테일, 테일램프와 뒤 범퍼 디퓨저 등등의 다양한 디테일은 지루함을 느끼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그런 코나의 디자인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차가 2000년엔가 나왔던 GM의 폰티악 -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이다 - 의 아즈텍이 떠오른다. 아즈텍 역시 코나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였는데, 크기뿐 아니라, 느낌도 코나처럼 복잡한 디자인이었다. GM이 야심차게 개발한 차종이었지만, 복잡한 디자인으로 가장 못생긴 차에 선정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는 그런 순위를 매기는 곳은 없기에 다행(?)이지만, 미국에 수출된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코나를 보고는 과거의 아즈텍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류청희: 소형 SUV의 인기가 대단하다. 외국에서부터 유행이 시작된 덕분에 국내 브랜드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에 늦게 뛰어든 편인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현대의 진출이 늦은 것은 아쉽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점이기도 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블루오션이던 소형 SUV 시장은 이제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됐다. 현대가 야심차게 개발한 코나가 맞닥뜨릴 시장 환경이 그런 상황이다. 후발주자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코나가 시장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을 의식해, 현대는 코나를 겉모습에서 실내 꾸밈새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을 따랐다. 꾸밈새와 구성은 젊은 소비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다. 값이 비슷한 동급 국산차와 비교해도 튄다. 또한, 주요 동급 모델의 가격대를 두루 포용하는 값과 구성, 장비 등에서는 내수 시장에 대한 욕심이 엿보인다. 크기도 윗급 모델에 육박할 정도여서 ‘같은 값에 소비자에게 더 많은 것을 줌으로써 더 많이 판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공세보다는 방어에 가까운 전략이다. 시장에서 현대의 입지가 꾸준히 위협받고 있음을 의식한 설정이다.

현대 내부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코나가 대박을 치리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럽 중심의 해외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예상한다. 동급에서 코나만큼 개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소형 SUV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서는 동급 차를 살 사람 수는 정해져 있는데, 일찌감치 나온 경쟁차들이 이미 적잖은 몫을 차지했다. 게다가 같은 가격대 세단이나 윗급 SUV라는 대안도 존재한다. 현대는 전통적으로 새로 시도하는 장르 차들이 큰 성공을 거둔 일이 드물다. 코나가 그런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아 스팅어

구상: 기아의 뒷바퀴굴림 스포티 세단 스팅어(Stinger)가 등장했다. 예상했던 대로 남다른 감각으로 중무장(?) 하고 있다. 스팅어는 이미 2011년에 공개된 ‘GT 콘셉트’의 양산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필자는 ‘GT 콘셉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 자못 파격적 이미지이어서 단지 쇼카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대로 나왔다. 

스팅어의 세부 형태, 즉 휠이나 앞 펜더의 루버, 테일 램프 등등 혁신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들에서 전문적 감각에 의한 치밀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스포티한 차체 디자인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차량의 콘셉트에 맞는 디자인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 그 중에서도 스팅어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GT 콘셉트에서 보여줬던 전위적 조형성향이 그대로 스팅어 특유의 감성과 조형으로 완성된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팅어는 해치백 구조의 패스트백 차체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역동적이지만 다섯 사람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차. 이건 모든 세단 운전자들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다. 가슴 뛰는 디자인의 스포츠카를 원하면서도 가족이 편하게 탈 수도 있는 승용차, 그런 차들이 파나메라, A7, CLS 등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열에 스팅어도 합류한 것이다.

한편으로 이제는 “남들이 타므로 나도…” 라는 식으로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각 차종이 지향하는 가치와 소비자 특성을 어떻게 독창적인 차체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남다른 조형감각의 스팅어가 국산차 디자인 다양화의 시작이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스팅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를 여는 시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류청희: 스팅어는 K9에 이어 현대기아의 신세대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쓴 두 번째 모델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앞서 나온 K9는 뒷좌석 중심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승차감에, 스팅어는 스포티한 주행감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기아차가 현대차 그룹의 일원이 된 뒤 플랫폼을 공유했던 차들을 보면, 기아차는 대부분 현대차보다 주행감각을 약간 더 스포티하게 조율했다. 스팅어가 이전에 기아차에 없었던 성격의 차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전보다 더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렌디한 4도어 쿠페(실제로는 패스트백 세단) 스타일과 뒷바퀴굴림 구동계를 결합한 것은 다분히 같은 장르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을 의식한 구성이다. 본격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쿠페가 아니라 4도어 세단에 그런 특성을 부여한 것은 시장에서의 대중성과 고성능차로서의 상징성을 겸비한 차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제네시스 쿠페나 벨로스터 등 현대가 내놓은 스포티한 차들이 틈새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다른 접근 방식이다. 지금은 국내외 브랜드를 통틀어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순정 4도어 세단은 흔치 않다. 다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기아 브랜드 전체 맥락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브랜드 전체 이미지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기아 변화의 시발점 역할을 할 차라면 환영한다.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화하는 현대와 달리, 스팅어의 맥락을 이어받을 수 있는 다른 모델들이 더 나올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물론 국내에서 비슷한 장르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차를 살 사람들이 굳이 스팅어를 고를 이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이런 개념의 차가 국내 브랜드, 특히 기아에서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쌍용 G4 렉스턴

구상: 최근에 레저와 캠핑 붐으로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특이한(?) 경향과는 다르게, 국산 대형 SUV에 최신형 모델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G4 렉스턴이 등장했다. 국산 최초의 SUV 코란도 패밀리와 그 후속모델 무쏘의 등장 이후로, 렉스턴은 단지 SUV가 아니라, 국산 SUV 중에서 최상위 모델로써의 위치를 유지해 왔다. 

G4 렉스턴의 차체는 국산 SUV 중에서는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크기의 G4 렉스턴 차체 측면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무려 20인치에 이르는 휠이다. 물론 옵션이긴 하지만, 순정 휠로서는 국산차 최대의 크기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그토록 큰 휠을 장착했음에도 차체 측면에서의 건장한 느낌이 휠의 크기만큼의 인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바퀴와 차체와의 관계를 잘 살려서 휠아치를 알맞게 활용하는 디자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휠이 크더라도 휠 주변을 감싸주는 휠아치에 의해 바퀴의 크기를 적절하게 강조해주지 않으면, 건장한 인상이 들기 어렵다.

이외에도 굵은 D필러의 굵기와 너무 왜소한 쿼터 글라스 크기 비례, 그리고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여러 디테일의 크기 비례 조절을 비롯해서 세부를 놓친 부분은 의외로 많이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육중한 자세를 잘 잡아놓고 세부적인 비례에서 여러 부분을 소홀히 한 인상이 들어 안타깝다.

류청희: 티볼리의 성공이 쌍용 회생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낮은 수익성을 고려하면  많은 수를 팔아야하는 부담도 있다. 그래서 쌍용은 다른 라인업을 채우면서 수익성도 높여야 한다. 렉스턴이 그런 역할을 하는 모델 중 하나였는데, 너무 오래 생산되어 소비자들을 자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쌍용이 알짜배기 중형 SUV보다 렉스턴 대체 모델에 개발 우선순위를 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도 중요한 결정이었다.

규모가 작고 어려운 시기를 겨우 벗어난 쌍용이 기함 모델을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대신 기본 구성을 렉스턴의 연장선에 두고 핵심 뼈대와 파워트레인을 개선하거나 부분적으로 새로운 특성을 부여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 덕분에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 높은 모델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최신 흐름을 따르지 못한 부분들이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기에 역부족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첨단 주행안전 기술이나 엔진 및 파워트레인 구성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최신 기술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쌍용 팬들은 오히려 전통적인 구성을 선호하기도 한다. 티볼리를 통해 입증되었듯, 요즘 소비자들 가운데에는 적절한 값에 적절한 수준의 편의장비로 충분히 만족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티볼리와 G4 렉스턴의 소비자층은 뚜렷한 차이가 있고, 쌍용 팬이 아닌 소비자층을 새롭게 끌어오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G4 렉스턴은 시기적으로 서둘러 내놓은 감이 있기에 앞으로의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그러나 새 모델은 처음 나왔을 때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새차다운 신선함을 한껏 자랑할 수 있는 ‘한 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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