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운전실력 반영한 랜드로버 터레인 리스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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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운전실력 반영한 랜드로버 터레인 리스폰스
  •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 승인 2017.07.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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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는 시간을 다투는 레이스 트랙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일반 도로를 포함한 많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가족을 태운 차라면 부드럽고 편안한 운전이 최고가 될 것이고, 특히나 다양한 노면의 오프로드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온로드 레이서와 달리 오프로드를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따로 있다.
 

오프로드 주행이라면 영국의 랜드로버를 빼놓을 수 없다. 1948년 처음 세상에 나온 랜드로버는 70년에 가까운 역사 동안 수많은 오지 탐험에 함께 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글로벌 오프로드 이벤트인 카멜 트로피와 G4 챌린지에 협찬사로 참가하거나 혹은 직접 주최해 전 세계의 다양한 오프로드를 달리며 쌓은 노하우는 독보적이다.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sponse) 시스템은 이런 노하우의 집약체나 다름없다. 
 

처음 이 시스템을 선보인 것은 2005년 디스커버리 3 모델부터다. 주행 모드는 모두 다섯 가지로 일반, 잔디, 자갈, 눈, 진흙, 모래 및 암석이다. 2013년부터는 이런 모드 선택도 차가 알아서 해주는 오토 모드를 더한 터레인리스폰스 2로 발전했다. 각각의 모드는 상황에 맞춰 차의 여러 기능을 제어한다. 여기에는 브레이크의 작동 방법,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반응, 에어 서스펜션의 높낮이, 트랙션 컨트롤의 민감도, 센터 및 리어 디퍼렌셜과 내리막 주행 장치 등 10여 가지를 포함한다.
 

모든 장비 활용해 전문가의 기술을 발휘 
우선 오프로드 중에서도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잔디, 자갈, 눈 모드다. 우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이 좀 더 부드럽게 반응해 갑작스럽게 힘이 바퀴로 전달되어 헛도는 것을 막는다. 출발할 때 2단 기어를 사용해(로 레인지에서는 3단) 역시 휠 스핀을 줄여 준다. 앞뒤로 동력을 나누는 센터 디퍼렌셜에는 살짝 부하를 주는데 이 역시 어디라도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잠가 토크를 보내기 위함이다. 
 

트랙션 컨트롤도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빠르고 민감하게 작동한다. ABS를 활용하는 내리막 주행 장치(HDC)는 로 레인지에서 자동으로 켜져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즉 다져진 눈이나 얼음, 물에 젖은 잔디 같이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에 맞춰 최대한 접지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차의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흙이다. 엔진 반응은 앞과 같이 부드러워 휠 스핀을 막아주지만, 진흙에 빠진 바퀴는 더 큰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천천히 출발할 때 1단 기어를 사용한다. 물론 액셀 페달을 더 깊게 밟으면 빠르게 기어를 올린다. 센터 디퍼렌셜도 잔디, 자갈, 눈 모드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잠기지만, 트랙션 컨트롤은 약간 무뎌져 여러 바퀴들이 헛도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는 진흙을 파헤치며 방향을 잡아야 차가 앞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HDC는 하이와 로 레인지 모두에서 자동으로 켜진다.
 

여기에 더해 차가 방법을 제시한다. 가령 로 레인지를 선택하라거나 만약 하이 레인지라면 에어 서스펜션을 오프로드 높이로 올리도록 제안한다. 즉 지상고를 높여 바닥이 닿는 것을 피하고 로 레인지를 넣어 충분한 힘으로 깊은 진흙에서 탈출하라는 얘기다. 모래 모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모래 위에서 출발할 때는 액셀 페달을 매우 부드럽게 밟아야 하지만 일단 차가 움직이면 속도가 떨어지거나 모래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초기 반응은 부드럽지만 일단 움직이면 빠르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램을 바꾼다. 이를 위해 트랜스미션은 더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기어를 올리고 늦게 내려 엔진 회전수가 파워 밴드 안에 머무르도록 돕는다. 갑작스런 출력 부족으로 차가 멈추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HDC나 디퍼렌셜 잠금 기능은 모래 모드에서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트랙션 컨트롤도 적당한 수준만 개입해 부드럽게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암석 모드는, 가장 험한 길인만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모든 장비들이 개입한다.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 레인지에서만 작동하며, 낮은 속도에서 정확한 조절을 위해 액셀 페달 반응이 매우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바뀐다. 1단 기어에서 출발하고 가능한 이를 길게 이어간다. HDC는 자동으로 켜지는데 주행 속도 제어를 위해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작동한다. 이는 트랙션 컨트롤도 마찬가지로 항상 일정한 수준의 압력을 브레이크 캘리퍼에 보내 가능한 빨리 헛도는 바퀴를 멈추고 브레이크 작동 시간도 줄여 준다.
 

만약 이러한 일을 사람이 한다면 어떨까? 경험 많은 오프로드 전문가들은 노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동차에 달려 있는 장치를 어떻게 조작해 차를 앞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결국 이들의 지식을 차의 주행성능에 반영해 일반인이라도 오프로드를 쉽게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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