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소리, 페라리 GTC4 루쏘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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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소리, 페라리 GTC4 루쏘 T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12.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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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뱃사람을 홀리는 바다의 요정(또는 마녀) 세이렌(Siren) 같다. 한 번만 들으면 열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는 전설 속의 목소리. 트랙에서 페라리를 탈 수 있다는 속삭임은 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외면하기 힘들었다. 멀다면 먼 길을 무언가에 홀린 듯 그렇게, 단숨에 강원도 인제 서킷을 찾아간 이유다.    

 

듀얼 리어램프와 머플러가 앙상블을 이루는 네모난 뒷모습

그리고 핏빛 페라리 GTC4 루쏘 T를 만났다. 전작인 FF와 너무 동떨어진 이름으로 등장한 GTC4 루쏘는 이제 조금은 귀에 익었다. 어쩌면 꼬리에 T를 달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생각이다. GTC는 그란 투리스모 쿠페(Gran Turismo Coupe), 4는 4인승,  루쏘(Lusso)는 럭셔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더해진 T는 터보(Turbo)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네바퀴굴림이 아닌 뒷바퀴굴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의 매칭은 같다. 

 

빠르게 코너를 감아나갈 때 뒷바퀴 조향이 민첩함을 더한다

GTC4 루쏘의 엔진은 FF와 같은 V12 6.2L지만 최고출력이 660마력에서 690마력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GTC4 루쏘 T는 여기서 4기통을 덜어낸 V8 3.8L 엔진이 특징이다. V8 터보 엔진과 4시터의 조합은 페라리 최초. 최고출력은 610마력에 이르고 0→시속 100km 가속 또한 3.5초로 GTC4 루쏘(3.4초)와 0.1초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최고시속은 320km(GTC4 루쏘 335km). 성능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가격 부담을 낮추어 보다 젊은층을 겨냥한다.          

 

헬멧을 쓰고 운전석에 앉는다. 오목하게 몸을 감싸는 시트와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 10.25인치 터치 스크린과 더불어 동반석에도 G-포스(force)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달려 있다. 오른쪽 패들 시프트를 건드려 기어를 넣고 출발이다. 마네티노 스위치는 ‘스포트’에 두었다. ‘트랙’ 모드가 빠져 있는 데서 이 차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ESC 오프’ 모드는 허용되지 않았다. 

 

오른쪽 11개, 왼쪽 8개의 코너와 직선구간 640m, 전체 3908km에 이르는 트랙 한 바퀴는 금세 지나갔다. 두 번째 랩에서 속도를 올린다. 코너에 진입할 때는 차분하고 빠져나올 때는 기민했다. 최대토크 77.5kg·m(3000~5250rpm)를 얻기 위해서는 rpm을 조금 높게 끌어올려야 하지만 1750rpm에서 최대토크의 80%가 발휘된다. 저속에서도 스로틀 반응은 빨랐고 터보랙은 나타나지 않았다. 헬멧을 써서인지 V8 사운드는 심금을 울리지 않았다.        

 

노면을 안정적으로 다루는 댐퍼 덕분에 승차감과 핸들링 밸런스는 상쾌했다. 거친 파고를 넘는 순간에도 차분함은 유지되었다. 마지막인 세 번째 랩에서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정도로 코너를 밀어붙였을 때 뒷바퀴 조향이 바로 자세를 교정하는데 감탄했다. 사이드 슬립앵글 컨트롤(SSC3)이 결합된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이 바로 그것. 트랙 주행에서 중요한 또 하나는 브레이크 성능인데 가속 성능도 물론이지만 페라리의 제동력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다.  

폭풍 속의 고요. 세 바퀴의 트랙 주행은 폭풍처럼 지나갔지만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강력한 파워를 편하고 쉽게 다룰 수 있는 GTC4 루쏘 T의 능력은 짧은 순간이나마 만끽했지만 그 본질은 역시 GT카. 동해와 남해를 잇는 장거리 여행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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