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타고 무한도전
쉐보레 볼트 타고 무한도전
  • 전상현
  • 승인 2017.07.1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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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평창으로 정한 것에 큰 의미는 없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잡지 한 권을 만든 다음 평창에 있는 부모님 댁에 방문해 2~3일 정도 머리를 식히는 개인적인 월례 행사일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볼트 EV 키가 손에 있어 굳이 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볼트 EV를 타고 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수도권에서 평창까지 거리는 왕복 약 400km. 전기차를 타고 가는 일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년 2월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떠올리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모한 도전도 아니었다.


지금 평창은 동계올림픽 준비로 분주하다. 경기장과 숙박 시설 외에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오는 12월 개통하는 원주~강릉 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오는데 7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제2 영동고속도로를 개통하고 기존 영동고속도로와 평창을 관통하는 국도 및 지방도 정비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계획은 들려오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차를 이용해 동계올림픽을 보러 갔다 오는 것을 가정하고 어떤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따라서 이번 시승은 자동차로서 볼트 EV와 전기차로서 볼트 EV를 평가하는데 두루 초점을 맞추었다. 

 

보통 자동차를 살 때는 가격부터 디자인, 성능, 실용성까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살 때는 배터리가 1회 충전으로 얼마나 먼 거리를 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아직 전기차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데다 가다가 멈출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소비자 심리에 반영된 이유도 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외출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스마트폰 배터리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기차의 한계 때문에 아직 장거리 이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따라서 볼트 EV를 타고 평창을 다녀오는데 경로부터 충전소의 위치까지 사전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다. 계획한 대략적인 경로는 총 거리가 약 413km이다. 첫 날 하남에서 출발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문막휴게소에서 1차 충전을 한다. 그 다음 둔내 IC에서 빠져 6번 국도를 타고 태기산을 지나 31번 국도와 424번 지방도를 따라 평창군 대화면으로 이동한다. 다음 날은 평창을 떠나 31번 국도와 42번 국도를 이용해 새말 IC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 덕평 휴게소까지 이동한 다음 2차 충전을 하고 서울역에 차를 반납하는 일정을 짰다.  

 

사실 장거리 이동에 사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의 큰 약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볼트 EV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국내에서 가장 긴 383km라는 사실. 국내에 출시된 다른 전기차보다 2배 정도 더 멀리 갈 수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사실 볼트 EV와는 구면이다. 처음 만난 것은 '2017 서울모터쇼' 기간 중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왕복 40km 정도 되는 짧은 거리를 운전한 것이 전부여서 성능이나 주행감각을 파악하는데 그쳤을 뿐 전기차로서 볼트 EV를 평가할 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볼트 EV의 외관은 전기차보다 평범한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얼핏 소형 SUV 같은 인상을 주지만 차체가 도로에 바짝 붙어있는 자세다. 앞모습은 듀얼 포트 그릴과 헤드램프 등에서 쉐보레 패밀리룩이 보인다. 옆모습은 윈드 스크린과 A필러를 보닛과 거의 하나 된 라인으로 완만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휠 또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전용 휠 대신 일반차와 비슷하다. 뒷모습도 물결치는 듯한 LED 램프가 독특하지만 전기차를 표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볼트 EV의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165×1765×1619mm, 휠 베이스 2600mm. 그러나 2열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하고 2열 폴딩 시트 등 실내 패키징을 효율적으로 구현해 보는 것보다 거주성 및 실용성이 높다. 다만 쿠션이 약하고 등받이 좁은 앞 시트는 개선이 필요하다. 실내는 다른 쉐보레 모델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대시보드와 계기판에서 전기차 느낌이 제법 난다. 마감 품질과 소재도 괜찮다. 8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가운데 속도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되고 오른쪽에는 에너지가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대시보드 가운데 10.2인치 터치스크린에도 에너지 흐름과 충전 상태 등 전기차에 관련된 정보를 나타낸다. 앞뒤에 총 4개의 USB 포트가 있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요즘 사람들을 배려했다. 전기차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상황이 재미있다.

    

전자 기기를 켜는 듯 '파워'라고 써진 푸른색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니 아무런 미동도 없다. 평창으로 출발하려는데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가 아니라서 계기판에 주행가능거리가 255km로 뜬다. 1차 충전을 위해 목적지를 문막 휴게소로 잡았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가는 경로로 평탄한 도로가 이어진다. 볼트 EV는 영구자석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 성능을 낸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순식간에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도달한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은 7.0초. 계기판에서 변하는 속도계 숫자를 보면 이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엔진 소리가 없어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면 체감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볼트EV의 주행감각이 안정적이라할 수 있겠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전기차 전용 보디와 배터리가 결합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 중심을 낮춘 결과다. 그러나 계속해서 속도를 높이면 그만큼 배터리가 빨리 달아 주행가능거리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것에 따라 계기판에 최대 20km가 차이 났다. 물론 문막휴게소까지 가기에 충분하지만 에어컨을 끄고 정속 주행 및 타력 주행을 하며 관리에 들어갔다.

 

하남에서 문막휴게소까지 내비게이션에 나타난 거리는 약 85km. 그러나 도착 후 계기판을 확인하니 주행가능거리가 90km로 줄어들었다. 출발할 때 255km와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엔진이든 전기모터든 가속 페달을 계속 밟거나 급가속 및 급감속을 반복하면 효율성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소는 쉽게 찾을 수 없고 충전하는데 오랜 시간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연비를 생각하며 운전해야 한다. 


문막휴게소에는 환경부에서 설치한 고속충전기 단 1대 있었다. 요금 지불 카드를 충전기에 대고 볼트 EV에 맞는 충전기를 연결하니 80% 충전하는데 걸리는 예상시간이 뜨며 충전이 시작된다. 쉐보레는 급속충전기(150A) 기준으로 1시간 충전하면 80% 충전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휴게소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여러 사람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번에 최대 40분 사용 가능하며 이때 충전되는 배터리양은 약 20kWh 전후이다. 전기차 급속 충전 요금은 지난 1월 12일 약 44% 인하해 현재 kWh당 173.8원이다. 40분 충전하니 3444원의 요금이 나왔다. 충전을 마치고 다시 시동을 거니. 주행가능거리가 약 120km 늘어난 210km가 됐다. 

 

주행가능거리는 태기산을 거쳐 평창까지 가는데 충분했지만 다음 날 이동할 것을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문막휴게소를 나와 횡성 휴게소에 들어가 또 한번 충전을 했다.  전기차를 타면서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압박감도 크지만 충전을 위해 40분을 소비해야 하는 점이 더욱 불편했다. 결국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얼마나 충전 횟수를 줄일 수 있는가의 문제지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주는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기차 보급에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오래 걸리는 충전시간에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가 1회 충전에 약 1000km를 갈 수 있다 해도 충전하는데 40분씩(참고로 주유소에서 약 500km 이동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넣는데 보통 5~10분이 걸린다) 걸린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횡성휴게소에서 다시 한 번 충전(21.99kWh, 3804원)을 하니 주행가능거리가 310km로 늘어났다.


굳이 태기산을 지나가는 경로를 선택한 것은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2가지 이유가 있다. 태기산에는 풍력발전소가 있는데 친환경 성격이 강한 전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완전 무공해 이동수단의 의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유는 코너가 많은 고갯 길에서 볼트 EV가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오르막길에서 힘에 부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볼트는 이를 비웃듯 거침없이 올라갔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강력한 토크가 나오니 코너를 벗어난 후에도 쉽게 가속하며 치고 올라간다. 

 


내리막길에서는 볼트 EV의 효율성을 높이는 2가지 기능 덕을 봤다. 먼저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는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회생 제동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원 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은 전자식 기어를 통해 'L' 모드에 두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완전히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때 회생 제동이 발생하며 배터리를 충전한다. 전자식 기어를 뒤로 당기면 'L' 모드가 되고 다시 한 번 당기면 'D' 모드가 되기 때문에 운전할 때는 전자식 기어를 사용해 조절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고갯길에서 두 가지 기능을 사용해 얻은 회생제동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배터리를 소비를 최소화 시키는 것을 넘어 오히려 충전이 될 정도 였다. 태기산 고갯길을 올라가기 전보다 내려온 다음에 주행가능거리가 더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부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계기판에 앞으로 240km를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됐다. 


집에서 완속충전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일기예보상 밤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포기했다. 개인 주택에 차고를 마련하고 충전 시설을 갖추지 않는 한 가정용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아파트 혹은 공동 주택의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500가구 이상 주택 단지에 주차장 전체 주차 면수의 2%이상에 해당하는 개수의 콘센트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을 생각하면 전기차 보급에 또 하나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평창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대신 새말 IC까지 국도를 이용하는 길을 택했다. 여러 환경에서 볼트 EV를 평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거리상으로도 이 경로가 더 빨랐다. 서울까지 가려면 다시 한 번 충전이 필요해 어제처럼 문막휴게소로 향했다. 그러나 하행선과 달리 상행선 문막휴게소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없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있는 곳은 약 45km 떨어진 덕평휴게소였다. 주행가능거리에 여유는 있었지만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중간에 멈추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가는 것을 택해 또 다시 40분의 시간을 들여 충전했다. 덕평휴게소에서 약속 장소인 서울역까지는 약 62km. 충전후 주행가능거리는 210km로 늘어나 걱정없이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1박2일에 걸쳐 평창까지 왕복 413km에 이르는 여정을 마무리했다. 사실 자동차로서 볼트 EV는 나무랄 데 없었다. 도심, 고갯길, 고속도로까지 그 어느 환경에서도 민첩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그러나 전기차로서 볼트 EV는 생각만큼 힘든 여정을 보냈다. 중간에 총 3번의 충전을 해야 했고 이로 인해 2시간을 휴게소에서 보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전기차로 수도권 밖을 벗어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둬야 한다. 이번에는 시승을 위해 시간을 충분히 할애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4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또한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총 2시간을 보낸 것이지 만약 다른 사용자가 급속충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휴게소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결국 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되려면 주행가능거리는 더 늘리는 것과 함께 배터리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 시간으로 낮춰야 하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물론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정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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