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매력,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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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매력,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7.08.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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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710마력 그리고 103.7kg·m. 여러분이 이 신형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를 이해하려면 두 숫자 중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출력은 이 차가 얼마나 빠른 지를 알려주지만, 토크는 어떻게 빠른 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두 숫자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이 차의 진정한 특징은 물론 고성능 차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이런 차를 이미 경험해 보았다. 그것도 두 번 씩이나. 시속 160km에 이를 수 있음을 보장한 첫 벤틀리였던 1925년형 3.0L 벤틀리 슈퍼스포츠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슈퍼스포츠라는 이름은 2009년에 탄소섬유로 된 좌석 두 개를 단 컨티넨탈 GT로 부활했다. 출력과 토크는 살짝 높이면서 무게는 110kg 줄이고, 앞뒤 토크 배분 비율을 40:60으로 맞추고 서스펜션 부시를 강화하면서 뒤 트랙을 넓힌 차였다. 바탕이 된 컨티넨탈 스피드보다 확실히 더 빨랐지만, 그만큼 느낌도 달랐다. 더 긴장감이 있고, 더 균형이 잡혔고, GT라는 느낌은 적은 대신 (슈퍼) 스포츠카에 더 가까웠다.

 

이번에도 이름은 같을지언정, 접근 방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대대적인 다이어트를 하기는커녕, 이 신형 슈퍼스포츠는 4인승 모델만 나올뿐 아니라 토크 배분이나 뒤 트랙, 심지어는 서스펜션 설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스프링, 스태빌라이저, 댐퍼 모두 기본형 컨티넨털 스피드에 쓰인 것과 같고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기본사항인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와 V8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2014년형 GT3-R에서 먼저 선보인 아크라포빅(Akrapovic) 티타늄 머플러 덕분에 40kg 가벼워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 정도 감량은 거의 부수적인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슈퍼스포츠의 핵심은 엔진의 변화에 있다.

 

이름과는 별개로, 이 차는 그랜드 투어러다. 다만 초고성능 차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 차가 벤틀리라는 점을 상기하면, 아마도 그 방법이 가장 알맞을 것이다. 자신이 항상 강력해야한다고 믿는다면, 컨티넨탈의 보닛 아래에 있는 W12 6.0L 엔진이 2003년에 처음 세상 빛을 본 이래로 가장 강력하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벤틀리는 완전한 새 컨티넨탈에 아직까지 벤테이가에서만 볼 수 있을 만큼 새로운 W12 6.0L 직접분사 엔진을 얹었다. 그리고 이에 앞서 한 가지 호의를 더 베풀었다. 크기를 키우고 부스트압을 0.9바에서 1.4바로 높인 미쓰비시제 터보를 적용해 현행 스피드 모델에서 646마력인 최고출력을 멋지게 71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할 숫자는 엄청난 수준인 103.7kg·m의 토크다. 

이 차는 처음 몰았을 때 어리둥절하다. 슈퍼스포츠라는 이름은 탄소섬유 내장재, 보닛 공기배출구, 뒤 스포일러, 알칸타라를 덮은 인테리어가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그러나 새 벤틀리는 또 다른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마치 운전자가 대형 야포에서 발사된 포탄이 된 느낌을 주려는 듯하다.

 

슈퍼스포츠라는 이름과 달리,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은 강하게 남아 있다

0→시속 97km 가속 3.4초라는 수치는 무시해도 좋다. 그것은 구동력은 물론 토크가 빚어내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슈퍼스포츠가 벤틀리의 첫 초고성능 일반 도로용 승용차라는 사실은 0→시속 161km 가속시간이 7.2초라는 데에서 입증된다. 우리가 시승한 신형 혼다 NSX, 메르세데스-AMG GT S, 최신 닛산 GT-R보다도 더 빠른 가속력이다. 이전 세대 모델이 같은 속도에 이르려면 8.9초가 걸렸다. 이 새 모델이 그런 성과를 거두는 과정은 더욱 놀랍다. 그렇게 큰 터보차저는 저회전일 때 지구의 자전속도를 바꿀 만큼 큰 토크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회전한계에 이를 때까지 과격하게 회전수를 올린다. 토크는 출력으로, 출력은 토크로 이어진다.

그러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년 동안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컨티넨탈 GT는 언제나 섀시보다 엔진이 더 강력했다. 

 

탄소섬유 장식은 슈퍼스포츠의 당당한 모습을 강조한다

그리고 섀시는 거의 그대로 내버려둔 채 - GT3-R에서 첫선을 보였고 지금은 구동력 및 안정성 제어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된 토크벡터링 시스템을 갖췄다 - 엔진만 그처럼 화려한 손질을 더해 풍요롭게 만든 것은 둘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몇몇 차에서는 출력과 토크가 높아지면서 섀시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포르쉐 카이맨처럼 이미 출력에 비해 접지력이 지나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차체 앞쪽이 무거운 2.3톤짜리 벤틀리는 절대로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운전자는 차에 알맞게 운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내가 몰았던 모든 차에서 억울하게 여기지 않았던,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점이다. 거대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제동할 때에는 보수적이어야 하고 코너에 들어서기 전에는 차를 거의 멈추다시피 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를 어느 정도 밟은 상태로 유지하며 그렇게 하면 토크벡터링 기능이 안쪽 뒷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의 움직임을 정점으로 유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진입속도가 빠르다면 여전히 커브를 넓게 돌게 될 것이다. 오로지 벤틀리에 어울리는 방법 - 천천히 진입하고 빠르게 탈출하는 - 대로 해야만 모든 것을 납득하게 된다. 토크벡터링은 커브에서 빠져나올 때 훨씬 더 잘 작동한다. 그 시점에서 운전자는 언더스티어가 막 시작되고 그런 특성을 억제하기 위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어도 시스템은 주행경로를 무척 편안하고 정확하게 조절한다. 사실, 이 정도 무거운 차에서는 무척 인상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실제로 고속 코너에서는 아주 잘 달린다. 그저 커브의 정점을 앞당겨 잡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서 힘을 뺀 상태로 차를 집어 던진 다음, 최대한 빨리 재가속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름과는 별개로, 이 차는 진정한 슈퍼스포츠카는커녕 진정한 스포츠카도 아니다. 지난 86년 동안 나온 다른 모든 벤틀리와 마찬가지로, 이 차는 그랜드 투어러다. 다만 초고성능 차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사실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 장점들이 대대적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할지언정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거대한 21인치 단조 알로이 휠을 끼우고 있으면서도 승차감은 무척 정교하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놀랄 만큼 조용하며, 넉넉한 좌석에 앉아 밤낮으로 달리면서도 불편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대담하게 표현하기는 실내도 마찬가지여서, 알칸타라 내장재가 넘쳐난다

특히 벤틀리는 차의 최고출력을 상징하는 710대만 한정 생산할 계획이어서, 기술적 완결성이 주는 놀라운 감각과 벤틀리 특유의 견고한 감각을 더한 전체적 구성이 21만2500파운드(약 3억180만원)라는 높은 값으로도 부유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 이전에 마지막으로 나온 슈퍼스포츠 모델은 실제 값은 3만파운드(약 4260만원) 낮았지만, 벤틀리가 가능한 최대로 만들었던 약 1800대는 모두 팔렸다.

어떤 차들은 달리기 시작한 지 몇 km만에 본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벤틀리와 같은 식으로는 아니었다. 어쨌든, 이 차에 슈퍼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벤틀리는 차의 성격을 더 흐려지게 만들었다. 내 관점으로는 슈퍼스포츠카라고 하면 다른 모든 것을 거의 배제하다시피 하면서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 차여야 하는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그 대신 전통적인 벤틀리를 극한까지 성능을 높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벤틀리 차들에서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아쉽고, 잘 했던 부분은 훨씬 더 뛰어나다.

최상의 성능을 내려면 ‘천천히 진입하고 빠르게 탈출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어느 것보다도, 나는 컨티넨탈이 14년 동안 매력과 경쟁력을 지닌 차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생전에 벤틀리의 진정한 첫 스포츠카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어지고 있다. 2019년이면 벤틀리는 100주년을 맞는다. 그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컨티넨탈 GT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발표 이후 지난해 벤테이가가 출시되기까지 14년 동안, 컨티넨탈 GT와 파생차종들은 거의 혼자 힘으로 출시 당시 연간 1000대를 팔기 위해 고전하던 벤틀리를 이제는 만 대 단위로 파는 게 당연한 회사로 바꿔 놓았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몇몇 사람들이 파티복을 입은 폭스바겐 페이톤 정도로 치부하며 혹평했던 차로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다. 세월이 흐르면서 출력은 높아지고 무게는 줄었으며 도어를 더해 플라잉 스퍼 세단이 되기도 하고 지붕을 걷어내어 GTC 컨버터블이 되기도 했다. 또한, 별나면서도 성공적이었던 GT3 경주용 차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 중 우리는 기본형 V8 S 쿠페가 가장 좋았다. 
신형 컨티넨탈은 오는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하고, 포르쉐의 신형 파나메라와 하체를 공유한다. 더 가볍고, 더 빠르고, 공간이 더 넓으면서 첨단 기술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해온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하면 브랜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절반 남짓한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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