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두 얼굴, 벤츠 GLC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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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두 얼굴, 벤츠 GLC 쿠페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07.2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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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판매 그래프는 하강 곡선을 그릴 줄 모른다. 지난해 국내 SUV 판매 비중은 전체 33.7%로 판매된 승용차 3대 중 1대꼴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카 메이커들이 SUV 라인업 확대를 노리지만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다. 소형부터 대형, 도심형에서부터 오프로드형까지의 모든 종류의 SUV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강력한 심장을 이식한 AMG 버전도 모델별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막강한 라인업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스포츠 쿠페와 SUV 사이에서 결정 장애에 맞닥뜨린 이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인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짬짜면처럼 쿠페형 SUV를 만든 것. SUV 컨버터블까지 생겨나는 요즘, 쿠페형 SUV는 꽤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쿠페형 SUV 시장을 개척한 것은 BMW이지만 순서를 따지자면 쌍용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성공 여부일 것. 아무튼 이 분야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후발주자인 셈. 중형 SUV GLE를 먼저 쿠페 스타일로 다듬었고, 이번엔 벤츠 SUV 풀 라인업을 완성하는 GLC 쿠페를 내놨다. 

 

GLC 쿠페의 옆과 뒤를 보지 않고는 이 차가 쿠페의 라인을 가졌는지, 일반적인 SUV 라인을 가졌는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앞모습은 기존 GLC와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AMG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크롬 패기지가 더해져 더욱 역동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뽐내고 있다. GLC 쿠페에는 전 라인업에 AMG 외관 패키지가 적용된다. 옆에서 보니 뒤쪽으로 매끄럽게 흐르는 지붕라인이 돋보인다. GLE 쿠페에서 봤던 그 라인이다. GLE 쿠페는 다소 육중해 보였는데. 동생격인 GLC 쿠페로 오니 한층 산뜻하고 날렵해 보인다. GLE 쿠페의 덩치가 부담되는 이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겠다. 

 

GLC 지붕을 낮게 깔면서 오버행은 76mm 늘이고, 높이는 38mm 낮췄다. 단순히 지붕을 깎아 억지로 쿠페형 SUV를 만든 것이 아니고, 쿠페의 조형미와 비율을 고려해 세심하게 세공을 한 것이다. 이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공력성능에도 도움이 된다. GLC 쿠페의 공기저항 계수는 0.31Cd로 세단에 버금가는 수치다. 

뒤쪽 번호판은 범퍼 쪽에 달린다. 기존 SUV 모델은 테일램프 중간에 달렸지만, 쿠페의 볼륨감 있는 힙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번호판을 아래로 내렸다. 대신 기존 번호판 자리에는 벤츠 삼각별 사이즈를 더 키워 달았다. 이 삼각별은 후진 시 아래에서 위로 열리며, 안에 숨겨진 후방 카메라가 뒤를 비춘다. 범퍼 하단부에서 크롬 빛을 내는 트윈 머플러는 사실 장식용이다. 스포티한 멋을 내기 위해 머플러 형상으로 디자인한 것이며, 실제 머플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량 아래쪽에 달렸다.

 

실내에 들어오니 C클래스에서 봤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는다. 사실 지난번 GLE 쿠페를 시승하면서 다소 올드한 인테리어 때문에 실망한 적이 있다. 만듦새는 나쁘지 않았지만 투박한 디자인이 미간을 찌푸리게 했는데, GLC 쿠페의 인테리어는 그런 기분을 깨끗이 날려버렸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에는 개인적으로 최신 인테리어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단지 멋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인체공학 설계로 기능의 사용 편리성도 뛰어나다. 

 

시트 포지션은 살짝 높다. 스포츠 쿠페처럼 낮은 포지션이 아닌 일반적인 소형 SUV 시트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야는 살짝 답답하다. A필러가 꽤 누웠고 상당히 두껍다. 차체 강성을 위한 설계겠지만, 좁은 골목에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사각지대를 잘 살펴야 하겠다. 룸미러를 통해 뒤로 보이는 시야 역시 매우 좁다. 지붕라인이 아래로 떨어지다 보니 뒤쪽 시야까지 손해를 봤다. 후진 시 후방카메라를 잘 살펴야한다. 쿠페 스타일은 스포티한 멋을 살려주긴 하나, 실내에선 불편함도 적지 않다. 가장 크게 피해보는 부분은 2열 머리공간과 트렁크. 뒷좌석의 무릎공간은 부족하지 않지만, 키 180cm의 성인이 허리를 반듯하게 세워 앉으면 머리가 닿는다. 또한 등받이 각도는 꽤 가파르게 서 있다. GLC 쿠페의 트렁크 용량은 1400L. 기존 GLC에 비해 200L가 작다. 트렁크 문도 낮게 깔려 높이가 있는 짐은 눕혀서 넣거나 2열 시트를 접어 실어야 할 것이다. 

시승차의 풀 네임은 GLC 220d 4매틱 쿠페.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얹고 네바퀴로 힘을 전달한다. 시동을 걸었는데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꽤 차분하다. 소음도 마찬가지. 디젤 엔진을 품고 있으나 실내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휘발유 엔진에 가깝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자 그제야 강인한 토크감을 전달하며 디젤 엔진임을 알려준다. 낮은 1400rpm에서부터 발휘되는 40.8kg·m의 최대토크는 2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3000rpm까지 높이면 170마력의 최고출력이 뿜어져 나온다. 0→시속 100km 가속은 8.3초로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경쾌하고 부드럽게 달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 변속기와도 궁합이 좋다. 영민하게 기어를 바꿔 물며, 효율적으로 엔진의 동력을 전달한다. 이로써 얻은 복합연비는 12.9km/L.

 

승차감은 어떨까? 지난번 GLE 쿠페를 시승하면서 승차감에 감동 받았는데, GLC 쿠페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아무래도 에어 서스펜션과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동급 SUV 수준의 무난한 승차감. 고속안정감은 꽤 좋다. 고속으로 내달려도 허둥댐이 없고 안정적으로 잘 달린다. 제동 성능도 준수하다. 고속에서 급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속도를 줄인다. 무거운 차체로 인해 밀릴 법도 한데 가뿐하게 제동한다. 다만, 코너링에서는 육중한 차체가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낮은 속도에서는 문제없지만, 고속 선회를 하면 보디 롤이 많이 발생한다. GLE 쿠페의 에어 서스펜션이 그리워지는 부분이다. 

 

GLC 쿠페는 BMW X4와 직접적인 경쟁상대다. X4보다는 세상에 늦게 등장했지만, 벤츠만의 감성과 기본기로 중무장하고 나왔다. 달리기 성능에서는 살짝 부족할 수 있어도, 실내 인테리어와 외관의 고급스러움은 X4를 누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도전과 응전은 두 라이벌의 숙명일텐데 SUV 쿠페 부문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동급에서 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몇 배 낫다. 표면적으로 그 이익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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