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르의 시간은 누구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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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의 시간은 누구의 것일까?
  • 마이크 더프(Mike Duff)
  • 승인 2017.07.1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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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람보르기니는 우라칸 퍼포만테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양산차 랩타임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길이 20.8km 노르트슐라이페 랩타임 6분52초는 세계자동차계를 발칵 뒤집었다. 

여론은 쫙 갈라졌다. 한쪽에서는 새 시대를 축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로용 슈퍼카가 슈테판 벨로프의 예선용 포르쉐 956이 세운 사상최고기록을 41초차로 추격했기 때문. 다른 한편에는 회의론자들이 줄지었다. 640마력 람보르기니가 886마력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종전기록을 5초나 단축했다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회의론자들이 기록을 뒷받침한다는 차내 비디오를 비판했다. 

좋든 싫든 노르트슐라이페 기록은 중요하다. 더구나 그 주장을 하려고 위험부담을 마다하지 않는 메이커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다. 뉘르부르크링 기록은 고성능차의 발전속도를 가장 뚜렷이 보여줬다. 지난 10년에만 랩타임은 거의 1분이 줄었다. 자동차시장 한쪽에서는 고속차들이 0→시속 97km 가속에 3.5초 이하와 최고시속 320km 이상을 자랑한다. 보기 드문 벤치마크의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 합의된 기준이 없어 말썽이었다. 메이커는 독자적으로 측정한 랩타임을 업고 신기록을 주장한다. 게다가 양산차로 받아들여질 범위가 사실상 불분명하다. 대다수 기록수립차들은 롤케이지를 달았다. 그러나 차의 강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일부 메이커는 롤케이지를 상쇄할 대등한 무게를 덜어냈다. 한편 다른 메이커는 옵션 리스트에서 거의 선택되지 않는 초강력 트랙용 타이어를 썼다. 

미국 카마니아 짐 글리컨하우스가 해법을 제시했다. 확인할 수 없는 메이커의 기록에 좌절한 끝에 생각해낸 기발한 방안이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글리컨하우스 로드맵을 제안한다. 경주차가 예선을 마친 뉘르부르크링 24시간 코스에서 실시한다. 개인이 그 차를 소유해야 하고, 도로용으로 등록돼야 한다. 쾰른에서 출발하여 뉘르부르크링으로 달려간다. 이때 서킷에서 별도 보관할 특수형이 아니라 진짜 도로용 타이어를 신어야 한다. 바로 그 타이어를 신은 채 기록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 조건에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그중 최고기록이 정상에 오른다.” 듣기에는 짜릿하면서도 전혀 가망이 없는 말로 들렸다. 글리컨하우스도 뉘르부르크링 관계자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한데 그는 뉘르부르크링과 인연이 있었다. 이전에 경주차로 트로피와 상을 받았다. N24 내구 레이스의 최고속 예선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에게 주는 포상이었다. 아울러 상당한 자금을 들여 피닌파리나에 단 한대의 페라리 P4/5를 의뢰했다. 그런 다음 경주용 ‘콤피티치오네’ 버전을 만들었다. 그뒤로 SCG 003을 만들기 위해 1600만파운드(약 233억원) 이상 썼고, 레이스에 몰고 나갔다. 그의 궁극적 목표였다. 그는 도로용 ‘스트라달레’ 버전이 노르트슐라이페퍼에서 최고속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주용 자매차가 6분20초를 기록했다.” 그의 말이었다. “그 차는 출력 588마력과 100kg을 추가한 다운포스, 0.5g를 보탠 횡코너링으로 그 기록을 냈다. 하지만 내 차는 무게가 같지만 출력은 304마력, 토크는 35kgㆍm 더 크다. 레이스용 타이어를 신으면 경주차보다 빠르고 6분20초 이하로 달릴 수 있다. 도로용 타이어를 신겨 시험해 보고 싶다.”

다른 카메이커가 글리컨하우스의 도전을 받아들일지가 큰 문제다. 그는 부유한 오너가 자기 차를 몰고 도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링 관계자의 공식 승인이 없지만 프로드라이버를 투입하여 도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나올 애스턴마틴 발키리가 유망하다고 봤다. “발키리의 코너링 파워가 4.5g라고 했다. 도로용 타이어를 신고 2g 이상으로 코너를 돌아갈 차는 없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게 물리학 법칙이다.” 메르세데스 프로젝트 원이 그보다 수월하다. 글리컨하우스가 한 대 살 생각을 하고 있는 차다. “빠르기는 하겠지만, 더 빨리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래디컬도 초청대상이다. 독일당국의 공인을 받지 못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이 SR8 LM의 6분48초를 주목하고 있다. 진정한 노르트슐라이페퍼 기록이다. “내 규칙을 따른다면 당연히 참가할 수 있다.” 글리컨하우스가 말했다. “부자가 LMP1 경주차에 번호판을 붙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헤드램프, 테일램프, 윈드실드 와이퍼, 범퍼를 달고 있는 진짜 로드카를 말한다.”

 

한편 래디컬 대변인 윌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겐 확실히 흥미있는 제안이다. 2003년 이후 뉘르부르크링에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처음에 SR3 터보가 나갔고, SR8 슈퍼스포츠와 LM이 뒤를 이었다. 이제 RXC 터보가 대기하고 있다. 이미 유럽의 소형 시리즈 타입 승인을 받았다. 따라서 합법적인 로드카가 분명하다. 우리는 서킷과 차를 잘 알고 있다. 그를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기록을 낼 자신이 있다.”

글리컨하우스는 어쩐지 권투계의 매치메이커의 냄새를 짙게 풍겼다. 현금보다 영광을 노리기는 한다. 그러나 논쟁을 불러일으켜 싸움을 붙일 인물이었다. 그의 구상이 맞아떨어진다고 하자. 그러면 2018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 결승에 앞서 제1차 글린컨하우스 로드컵이 벌어진다. 당연히 그때 우리는 현장에 나가 취재에 열을 올릴 것이다. 

 

 

뉘르부르크링의 신기록 도전자들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람보의 독자적 계시방법에 따라 현행 양산차 최고기록 보유차. 6분52초. 포르쉐 918 스파이더를 5초차로 눌렀다.

 

코닉세그 원:1
원:1은 뉘르 기록에 공개적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제1차 시도는 일시적인 속도제한으로 중단됐다. 그리고 제2차 시도는 테스트중 충돌로 끝났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S
이 거대한 준오프로더는 현재 노르트슐라이퍼 최고속 양산 SUV. 2015년 7분59초를 기록했다.

 

니오 EP9
지난해 이 중국제 전기 슈퍼카는 7분05초로 메이커 기준 전기차 기록을 세웠다. 영국 스포츠카 드라이버 피터 덤브렉이 운전대를 잡았다.

 

레보 폭스바겐 T5
여기 소개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한데 이 튜닝한 패널밴은 220마력 2.0 TDI 엔진으로 무장하고 뉘르에 도전했다. 2013년의 기록은 9분57초.

 

폭스바겐 골프 GTI 클럽스포트 S
현재 뉘르부르크링 최고속 앞바퀴굴림. 랩타임 7분47초로 그룹내의 라이벌 세아트 레온 쿠프라 R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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