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마력으로 무장한 부가티 시론
1500마력으로 무장한 부가티 시론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7.06.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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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냥 한 대의 차다. 공식 제원에 따르면 부가티 시론은 시속 420km 이상 도달할 수 있다. 근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구형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츠가 세계 최고속 양산차가 됐을 때, 이미 시속 430km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때 출력은 1199마력에 불과(?)했다. 신형 시론은 1500마력으로 무장했다. 따라서 베이론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시론의 사명은 아주 간단하다. 부가티 총수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부닥친 과제 중에서 제일 간단한지도 모른다. 그는 한때 포르쉐 R&D 총책이었다. 폭스바겐 그룹내 그의 동료 일부가 디젤 게이트에 연루되었다. 그럴 때 자신의 탁월한 능력으로 부가티와 벤틀리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됐다. 


“어느 모로나 베이론보다 뛰어나야 했다.” 뒤르하이머의 말이었다. 내년에 부가티는 폭스바겐 그룹의 에라-레시엔 테스트 트랙으로 시론을 몰고 돌아가야 한다. 그때 정확히 얼마나 빠른가를 알게 된다. 공식 스펙보다 더 큰 숫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베이론 슈퍼 스포츠보다 더 큰 숫자라고 뒤르하이머가 말했다. 나아가 주목할 만큼 큰 차이가 날 성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부가티 내부 어느 누구도 얼마나 빠를지 점치려 들지 않았다. 가령 10% 더 빠르고 출력이 50% 더 올라간다면 시속 475km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내 추산으로 시론은 타이어가 폭발하지 않고 견딜 때까지만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항공우주용 트랙에서 파괴 시험을 하게 되리라 예상한다. 드라이버에게 강심제를 먹이고 탑승시켜 폭발점까지 단거리 시험을 반복할 것이다. 토론의 기준을 삼기 위해 시속 442km(부가티가 아니라 내가 제시한 숫자. 거기에 ±10km를 내다본다)를 제시했다.


그 숫자는 중요하다. 여기서 시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그 팩트에 의해 가름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숫자를 전제한 차는 단 하나의 최고시속에 제약되고 동시에 해방된다. 아무튼 그 숫자는 시속 442km이고, 그 차의 성격을 전적으로 규정한다.

 

먼저 그처럼 큰 숫자를 추적하는 작업은 너무나 흡인력이 강해 디테일에 매몰되기 쉽다. 모든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수백 페이지의 지면과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시론은 탄소섬유 터브의 2인승이고, 재래식으로 여닫는 도어를 달았다. 엔진은 W16 8.0L. 따라서 단일 크랭크샤프트를 둘러싼 4기통 4뱅크. 위쪽 2개 뱅크는 90도의 V이고, 아래쪽 2개 뱅크는 15도를 이뤘다. 4개 터보 중 2개는 계속 작동하고 각기 8개 배기관이 공기를 주입한다. 그래서 상상할 필요조차 없는 랙을 극소화했다. 


2000~6000rpm에서 폭발하는 163.1kgㆍm의 평탄한 토크 곡선은 경이 그 자체였다. 파워는 거의 뒷바퀴로 들어갔다. 하지만 뒷바퀴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할덱스 커플링이 앞바퀴로 일부 파워를 돌렸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휠 사이즈는 베이론에 비해 앞뒤 모두 1인치 커져 앞은 20인치, 뒤는 21인치였다. 타이어는 베이론 슈퍼 스포츠보다 앞쪽이 더 넓었고(285mm), 뒤쪽은 더 좁았다(355mm). 그렇다, 부가티는 트랙타임과 핸들링에 정성을 들였다. 부가티의 평가에 따르면 시론은 르망 서킷에서 세계 최고속 반열에 올랐다. 대체로 르망의 뮬산 스트레이트에서 보여준 성능을 기준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이기 때문에 시론은 전 세계에서 그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키가 낮아 1212mm이고 폭이 넓어 2038mm. 그러나 1500마력과 163.1kgㆍm는 놀라운 냉각능력을 요구했다. 


그밖에 주목할 디테일은? 베이론보다 50%나 커보이는 터보, 탄소섬유 흡기 매니폴드, 베이론보다 1.5배의 압력을 견디면서 무게는 같은 커넥팅 로드, 지름 420mm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알루미늄 조각 스티어링을 달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종횡+수직 반응의 서로 다른 3개 고무 서스펜션 부시, 나카 덕트를 제외하고 모두 평평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하체, 앞바퀴 옆의 스트레이크, 그리고 더 얇고 끝손질이 더 뛰어난 벌집코어 복합소재의 더 깊은 디퓨저를 갖췄다. 이와 같은 차체는 너무나 정교하게 다듬어져 오너에 따라 그대로 노출시킬 수도 있고, 가볍게 컬러를 입힐 수도 있다.

 

다시 좀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자. 당연히 좌석은 탄소섬유였으나 뒤쪽 서브프레임/엔진캐리어도 마찬가지였다. 부가티의 몰샤임 공장에서 엔진을 거치하고, 그 주위에 셀과 캐리어를 짜맞췄다. 그럴 때 단지 10개의 티타늄 볼트를 썼다. 부가티에 따르면 비틀림 강성은 5만Nm에 이르러 경주차 수준의 강성에 도달했다.

 

그밖의 숫자도 놀라웠다. 0→시속 100km가속은 2.5초, 0→시속 200km 가속 6.5초, 0→시속 300km 가속 13.6초였다. 그리고 최고시속은 442km. 442km은 절대로 잊지 말자. 그렇다, 그보다 더 큰 숫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의 환율에 따라 251만8000파운드(약 35억1261만원). 시론의 생산량은 500대에 그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한 대 250만파운드는 너무 싸다. 그렇다, 부가티는 이 프로젝트로 돈을 번다고 뒤르하이머가 내게 말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지금 놓인 처지로 보아 그다지 이익이 크지는 않다. 그렇다, 어쨌든 너무 싸다. 세금을 제외하면 한 대 200만파운드(약 27억9000만원). 그걸 500대로 곱하면 합계 10억파운드(약 1조950억원). 그 돈으로 전 세계의 판매인증을 받아내야 할 완전 신형을 디자인ㆍ내부설계ㆍ생산ㆍ지원해야 한다.

 

지난날 부가티는 450대의 베이론을 팔러 나섰다. 그리고 그중 몇 대를 명나라 시대의 화병처럼 칠했고,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을 초청했다. 결국 모두 팔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수고를 하고도 이익을 얻지 못했다. 뒤르하이머에 따르면 이번에는 부가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시론 250대가 팔렸고, 나머지를 팔 자신이 있다고 했다. 2년 뒤 그는 폭스바겐 그룹 이사회에 나가 후계차를 내놓고 이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 250만파운드짜리 하이퍼카가 폭스바겐 그룹의 거대계획에 중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또 다른 까닭이 있다. 더 많은 주류 모델이 앞으로 스피드ㆍ파워ㆍ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시론이 앞장서 뚫어놓은 초고가 소재와 생산과정의 파급효과를 내다볼 수 있다.

 

소재 가운데는 분명히 가죽과 금속이 있었다. 시론 내부에 그밖의 소재는 많지 않았다. 당연히 아름답게 조립했다. 그러나 가죽내장은 부드럽지 않고 단단했다. 최고시속 442km에 도달해야 하기에 무게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방음재를 몇십kg나 추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차는 250만파운드짜리. 바느질은 아름다웠고, 소재의 틈새는 나노미터수준으로 완벽했다. 세계최장의 자동차 조명바가 이 차에 달렸다. 드라이버 뒤로 내려꽂히며 드라이버와 승객 사이를 갈라놓는 느낌을 줬다. 

 

전동식 좌석은 넓지 않았으나 몸을 든든하게 받쳐줬다. 그러나 실내는 넓은 느낌을 줬다. 스티어링은 수동조절식이었다. 시동버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기어시프트 패들이 달렸다. 핸드브레이크는 전자식. 아주 가느다란 센터 콘솔은 아름답고 공단처럼 매끈한 금속 조각을 덮었다. 리미터에 묶인 380km가 아니라 최고시속 420km를 완전히 풀어놓을 특별한 키가 있었다. 


시야는 평균수준이었으나 인체공학적 성격은 폭스바겐 그룹의 매뉴얼에서 그대로 뽑아낸 듯했다. 그래서 아우디처럼 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리고 시동을 걸자 엔진은 요란했으나 기통수에 비춰 어정쩡한 불협화음을 토했다. 출발준비를 마쳤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기어레버를 D로 돌리자 출발했다.

 

모든 것은 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폭스바겐 골프라고 할 수도 있었다. 1500마력 8.0L, 너비 2m, 최고시속 440km 남짓이지만 여전히 골프였다. 그건 찬사였고, 놀라운 성과였다. 


실제로 이번 시승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가티가 시론을 제대로 시승할 수 있다고 보장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차는 도로에서 최고시속 420km에 최저 120km였다. 우리 운전면허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포르투갈 감옥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얼마나 빨랐을까? 분명히 아주 빨랐지만, 다른 수많은 차들도 빠르다. 그러나 어떻게 빠르냐에는 차이가 있었다. 테슬라 모델 S P100d와는 달랐다. 테슬라는 즉각적이었다. 베이론이 어느 터보를 가동할까를 결정하기도 전에 뛰어나갔다. 에어리얼 아톰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아톰은 슈퍼바이크만큼 즉각적이었고, 털이 곤두섰다. 심지어 맥라렌 P1처럼 빠르지도 않았다. P1은 출발할 때 토크가 뚝 떨어지는 전기모터가 달렸다. 비교해서 말하면 경주차형 엔진, 뒷바퀴굴림이지만 훨씬 가벼웠다.

 

그렇다, 시론은 이들 어느 차보다 횡가속이 훨씬 뛰어났다. 멈칫거렸다. 그것도 으레 뚜렷한 랙이 일어났다. 그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약 1초가 지나서야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점차 긴박한 사운드를 토하자 앞이 흐릿했다. 그 사운드에는 영혼이 깃들지 않았으나 불쾌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압도적이었고, 마치 역을 떠나는 급행열차나 물가를 떠나는 호버크래프트 옆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시론은 그러니까 비교적 수수한 속도로 올라갔고, 멈출줄 몰랐다. 부가티 테스트 드라이버에 따르면 시론은 시속 420km 리미터에 걸려도 끊임없이 가속했다. 그러니 겁이 나면 액셀을 놔야 했다. 그러자 바운시 캐슬과 부딪친 튜브처럼 휘파람을 불며 엄청난 공기가 빠져나갔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전자는 합리적이었고, 후자는 도로에서 종잡을 수 없었다. EB(기본형), 하이웨이(Highway)와 핸들링(Handling) 모드를 오갈 수 있었다. 맙소사, ‘이 도로에서는 점차 안락해졌는가 하면, 저 도로에서는 더 뻣뻣해졌다.’ 아무래도 250만파운드짜리 하이퍼카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EB 모드는 적응형 댐퍼 강도를 자동적으로 조절했다. 한편 다른 두 모드는 강성을 높이고 승차고를 줄였다. 그러나 모드와 무관하게 보디컨트롤은 언제나 좋았고, 승차감은 딱딱했으나 충격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EB 모드의 시론은 벨기에 포장도로를 달리는 승차감을 보여줬다. 이상한 벨벳감각의 페라리 488 GTB보다는 삐걱거리는 포르쉐 911 GT3에 가까웠다. 

 

스티어링 무게는 좋았으나 핸들링 모드에서는 불필요하게 무거웠다. 그러나 자동복원력은 꼭 알맞았다. 단단한 직진력은 믿음직했고, 록은 보통이었으며, 직접성과 감각(혹은 전기지원)은 괜찮았고, 골프 R만큼 좋았다. 


시론은 갑자기 파워가 폭발했고, 상당한 차폭을 남김없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몰아붙일 수 있는 수준까지 그립과 핸들링이 잘 먹혀들었다. 언젠가 에토레 부가티는 벤틀리가 "빠른 트럭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시론은 시속 440km 이상을 노렸다. 그러면서도 안락한 가죽과 금속 내장의 실내를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민첩성과 드라이버 개입에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아가 칭찬할 만했다. 시론에 엄청난 엔진을 장착하고 나머지는 모두 잊을 만했다. 한데 그건 닛산 GT-R을 2000마력으로 끌어올리는 거나 마찬가지. 시론은 그 이상이었다.


우리가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츠를 도로시승했을 때였다. 그 차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 우리 시승코스에 와서 차에 올라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렸다. 앞으로 시론도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시속은 80km 더 올라갔다. 게다가 더 화려하고 안락하며 핸들링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지극한 경이로움을 평범하게 보이는 위업을 달성했다. 시론은 그냥 한 대의 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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