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굿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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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굿 모닝!
  • 신혜정(시인)
  • 승인 2017.06.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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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데! 처음 시동을 걸어 불과 몇 미터 운전하지 않았는데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새로운 소재로 무게를 줄이고 디딜 때마다 발목과 관절을 지지해 주는 고급 트래킹화를 신은 듯,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가 미끄러지듯 나가기 시작했다. 고급 세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 경차를 지칭하는 모닝의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올 1월 출시된 3세대 ‘올 뉴 모닝’.

나는 10여 년 가까이 모닝을 운전하고 있다. 올 뉴 모닝의 어떠한 ‘모든 것’이 새로워졌는가를 말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인 것이다. 차에 올라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새로운 기능부터 살펴보았다. 일부러 그리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새로 띄는 것들이 많았으므로 그 기능을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차량 내부의 인테리어 중 단연 눈에 띄게 바뀐 것이 매립된 모니터였다. 모니터는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들 - 라디오 및 블루투스, DMB, 스마트폰 미러링 -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었다. 

 

먼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차량과 연결하자 바로 통화기록 및 주소록 등이 모니터에 동기화되었다. 스마트폰에서 재생하는 음악의 정보가 송신되어 노래의 제목과 가수 등의 정보가 화면에 떴고, 핸들부의 버튼으로 음량 등을 조정할 수 있었다. 좌우 미러를 조정하고, 사이드 미러를 자동으로 접었다 펴는 기능, 차량 전조등의 오토 기능과 안개등 등 달라진 조작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 밑으로는 요란하지 않게 딱 두 가지 중심 다이얼로 정리한 오토 냉난방 시스템, 기존에 비해 넓어진 수납공간 등이 눈에 띄었다. 실용적인 구성이었다. 사용하면서 느끼던 공간의 아쉬움을 적재적소에 잘 디자인한 느낌이었다.

 

오래된 차량을 타다가 신모델을 타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신세계라 해도, 사실 사람들이 모닝에 기대하는 것은 경차가 주는 경제적인 혜택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차량을 구입하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경차를 선택한 이유는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오래 탈수록 작은 차가 가진 매력과 장점을 십분 느끼게 되었는데 작은 차가 가진 기동성은 그 어떤 차도 따라올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꽉 막히는 도심이나 협소한 골목길과 주차 공간 등에서는 작은 차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거기에 기존의 모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점들을 가지고 나온 신형 모델을 보니 가격적 부분에만 큰 선택지를 두었던 기존의 경차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새로운 차로 갈아탈 생각은 없다. 10만km 가까이 되는 주행 거리 중 70퍼센트는 지방의 각지를 도는 데 할애되었을 나의 모닝은 여전히 낡은 느낌이 없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 시승을 통해 생각을 바꾼 것이 있다면 새 차를 고려할 때는 올 뉴 모닝도 나의 선택지에 끼워 넣겠다는 것이다.

우선 핸들이 가벼워졌고, 기동성이 좋아졌다. 시속 180km까지가 한계였던 모닝의 속도계는 220km까지 늘어나 있었다. 무거운 핸들로 조작하기에 힘이 들었고, 초기 발동이 늦어 시속 40km 이상 속력을 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기존 모델의 단점은 사라져 있었다. 아마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경쾌한데!’라는 감탄사를 뱉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마침 봄이었고, 아주 쾌청하지는 않았지만 봄의 따뜻한 날씨와 만개한 꽃들을 즐기기엔 충분한 날이었다. 잠깐의 드라이빙이지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고 싶었다. 이럴 땐 나의 실험정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고속도로, 국도, 시내 길, 지방의 구불구불한 길 등을 모두 운전해 보겠다는 기획으로 경로를 정했다. 

서울 시내에서 강화도로, 강화도에서 다시 파주로 이어지는 경로였다. 이 경로에는 올림픽대로와 48번 지방국도의 긴 구간, 강화도 내의 해안도로와 마을길 등이 포함되어 있고, 때로는 비포장이나 도로정비가 덜 된 구역도 있을 터였다. 그 길을 지나면 자유로를 달려 조금은 속도를 내 볼 수도 있으리라.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내며 스마트 시동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 중간에는 주행 가능한 거리와 총 주행거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연료를 가득 넣은 차에는 341km라는 주행가능 거리가 표시되었고 달리면서 그 숫자는 연료의 잔량에 따라 줄어들었다. 

차는 확실히 초기 발동이 부드럽고 속력이 잘 붙었다. 핸들은 가볍고 유연했다. 도심을 벗어나자 자연스럽게 속력이 붙었고 주행 느낌도 안정적이었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엔진의 부담이 가중되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속력이 붙어주었다. 내가 타던 모닝과는 다른 기능을 보여주는 녀석이 꽤 매력적이었다. 사실 내 차에 한 가지 큰 불만이 있다면 속력이 붙은 시점에는 음악을 듣기가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는 것이었는데, 올 뉴 모닝은 그 부분이 많이 개선되어 있었다. 속력을 내고 있을 때도 음악이 귀에 잘 들어왔다. 온도를 맞춰 놓자 오토 냉난방 시스템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었다.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되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의 기능도 만족스러웠고 터치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차가 강화도로 들어서자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로 이어졌다. 벚꽃이 만개한 길을 달리며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코너를 돌 때 차체의 안정감이 좋아졌다고 느낀 건 한참 해안선을 따라 돈 후의 일이다. 몸이 좌우로 쏠려서 브레이크를 밟고 속력을 줄여가며 운전해야 했던 구 모델에 비해 확연히 개선되었다. 차는 부드럽게 코너를 돌았고, 잠시 쉬기 위해 주차를 할 때는 후방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코너각이 계산되어 화면에 나타났다.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해야 하거나 미숙한 운전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 기능일 것이다. 

이제 강화도를 지나 파주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주말 오후 차량의 정체를 고스란히 느끼며 강화를 빠져나와 자유로를 달렸다. 계기판에 그려진 속도를 모두 시험해볼 수는 없었지만, 도로 제한속도를 살짝 웃도는 수준까지는 무난히 달려 주었다.

 

걸려온 전화는 모니터에 정보가 뜨고, 핸들부의 조작으로 스피커폰 통화가 가능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이 대부분의 차량에 보편화된 기능들이지만, 경차가 가진 경제성에 기능적인 부분들을 한 단계 상승시킨 사양이라고 생각한다.  

100km 거리 남짓 운전을 하고, 다시 서울의 도심으로 돌아오니 차량의 연료계는 60% 정도가 남아 있었다. 봄나들이철, 시속 10km도 못 달리는 구간에 30분가량 서 있던 것을 생각하면 연비는 괜찮은 편이었다. 초고장력강판과 구조용접착제로 안전성을 강화한 점,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으로 추돌사고 예방 기능을 넣은 것 등은 직접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차량에 안전 기능이 더해지는 것은 언제나 옳다. 

이쯤 되면 올 뉴 모닝의 예찬이라고 불릴 만하겠지만, 구형 모닝에서 정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네이밍과 홍보 카피가 지나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다. 개인 취향의 문제로 따진다면 나는 모닝의 클래식한 구 버전의 외관이 좋다. 그리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브레이크의 유격이 너무 좁아 뻑뻑한 느낌을 주는 것인데, 이 부분은 차를 설계할 때의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크게 고려할 사항은 아닐 것이다. 다만 모든 차를 운전할 때는 브레이크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선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라는 점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차를 고를 때 잠시 망설이게 되는 것은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문제만 뺀다면 단연 안정성 문제다. 안전성 문제가 크게 보강된 올 뉴 모닝이라면 경차의 매력은 한 단계 올라간다. 거기에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경차를 사면서 그 위력을 실감하는 때는 바로 차량 탁송을 받기 직전부터인데, 초기 취득세가 면제되어 번호판 배부비 5만원 가량만 내고 차량을 인수받을 때, 우선 잘 샀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공영주차장에서 50% 할인을 받을 때,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반값만 내고 통과할 때, 좁은 공간에서 차를 돌려나올 수 있을 때와 같이 사실 사소한 일상의 기쁨도 있다. 소소한 것으로 기뻐하고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올 뉴 모닝은 그 일상의 즐거운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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