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위드로 1만7700km, 지옥의 로드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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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위드로 1만7700km, 지옥의 로드 테스트
  • 더그 레볼타(Doug Revolta)
  • 승인 2017.06.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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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내리는 날 트럭 한 대가 왕복 2차로 도로의 블라인드 코너에서 우리 차를 추월하는 순간, 나는 이 자동차 여행이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어리석은 여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전자는 끔찍한 웃음을 지으며 “아직도 우리가 뭄바이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빙판 길을 질주하는 듯 많이 흔들렸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이지만 앞 유리창은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디지털 속도계에는 이 도로의 제한속도에 가까운 시속 88km가 찍혀있다. 

 

운전자는 <오토카 인디아>의 수석 로드 테스터인 라훌 카카르(Rahul Kakar). 북극같은 에스토니아 도로를 달리고 있는 이 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신형 모델이다. 지금까지 총거리 1만7700km에 이르는 여정 중 약 1만5290km를 소화했다. 

프랑스에서 디자인한 르노 크위드는 인도에서 생산한다. 이 차의 가격은 단 3000파운드(약 438만원). 우리는 크위드를 몰고 인도 델리에 있는 인디아게이트에서 출발해 르노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까지 갔다. <오토카 인디아>는 가장 거칠고 인내심이 필요한 로드 테스트를 했다. 

 

<오토카 인디아>로 부터 에스토니아 수도인 탈린에서 파리까지 마지막 구간에 합류하라는 초대장이 도착했다. 탈린에서 마지막 날 밤 나는 한 달 동안 자동차 여행으로 인해 아주 지쳐 보이는 여행 동료를 만났다. 그들은 러시아 국경에서 4시간 동안 잡혀 있었다. 단순하게 유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다음날 우리는 새벽 6시에 아침을 먹고 리투아니아로 가기 위해 왕복 2차로 도로를 달렸다. 우리는 리투아니아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지만 위성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9시간이 더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오토카 인디아> 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임무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중 4명이 나와 같은 차를 탔다. 영상을 촬영하는 므리툰제이 차크라볼티(Mritunjay Chakraborty)는 <오토카 인디아> TV 쇼를 위해 5주 전부터 시작된 일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채식주의자였으나 중국을 지나는 10일 동안 계란 볶음밥만 먹는 끔찍한 일을 겪은 다음 육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 달 전쯤 카자흐스탄에서 포토그래퍼 애슐리 백스터(Ashley Baxter)가 쿨딥 차우다리(Kuldeep Chaudhari)를 대신해 팀에 합류했다. 

이 여행 전까지 인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제이 파틸(Jay Patil)은 지원 차량인 다치아 더스터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몰고 있다. 에스토니아 트럭 기사한테도 전혀 위축 되지 않은 제이는 “가장 힘든 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운전자가 돼야 하는 점”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여기서는 운전할 때 모든 사람이 친절하게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아주 다른 점이다.” 

 

라훌은 첫 날부터 크위드 대열을 이끌고 있다. 그는 야심찬 자동차 여행이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작년에 아우디 Q7을 몰고 인도에서 독일까지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이 기계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훨씬 힘든 것이 분명했다. 크위드에 매료된 그는 “성취감 측면에서 비할 바가 아니다. 나는 이 소형차와 사랑에 빠졌다. SUV로 이런 여행을 하는 것보다 훨씬 도전적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아침이 되자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불편함 때문에 진이 빠졌다. 인도 겨울 환경에 맞춰 설계된 히터는 그저 작동할 뿐이었다. 모든 것이 얼어 있는 외부 온도를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진 촬영을 위한 잠깐의 휴식도 대자연의 섭리 속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기온을 최하 영하 5℃로 예상하고 이에 맞춰 준비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아랄스크(Aralsk)는 영하 23℃ 까지 떨어졌다.” 그는 델리에서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영상 30℃의 고온다습한 기후였다고 말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이런 추위를 경험한 적이 없다. 특히 애슐리는 사진을 찍느라 더 고생했다.” 

우리는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88km로 달렸으나 리투아니아 국경을 넘어 고작 563km 왔을 뿐이었다. 이 속도라면 목적지인 카우나스까지 하루 종일 걸릴 것이 분명했다 이런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라훌은 USB 메모리에 저장해둔 일렉트로닉 컬렉션을 반복해 틀며 즐기려고 노력했다.

 

라트비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은 다음 나는 제이의 휴식을 위해 더스터의 운전대를 잡았다. 제이는 “아주 환상적이지만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냐고 묻자 “절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마침내 우리는 크위드를 이끌고 하루 종일 걸려 리투아니아에 도착해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우리 팀은 도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심하게 지쳤다. 이른 저녁이었지만 룸 서비스 유혹을 벗어날 수 없었다. 

라훌이 크위드 키를 건네며 “우리를 폴란드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모든 TV 쇼 그리고 매거진 특집 기사가 이 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마지못해 키를 받았다. 그 동안 작은 타이어 펑크도 나지 않은 완벽한 여정이었다. 나는 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조심스럽게 밟고 기어 변속은 마치 교통 체증에 갇힌 것처럼 거의 하지 않았다.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크위드의 크기는 현대 i10과 비슷하다. 길이는 좀 더 길지만 너비는 약간 더 좁다. 또한 내가 전에 운전했던 0.8L 엔진 모델과 달리 신형 3기통 1.0L 엔진을 달았다. 크위드는 활기차지만 빠른 것은 아니다. 최고출력 68마력, 최대토크 9.3kg·m의 성능을 낸다. 유럽 기준으로 크위드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눈길 끄는 외모와 눈이 튀어나올 만큼 착한 가격이다. 이 버전은 4000파운드(약 585만원)다. 그러나 이 차는 유럽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크위드가 르노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위드는 도로 위 대부분 차가 안전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인도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몇몇 제조사가 결코 쉽게 깰 수 없는 위치에 올라 있다. 

실내는 이 차의 실제 가격보다 훨씬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고 이 트림에서 에어컨과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본이다. 그러나 운전을 해보면 원가절감한 흔적이 드러난다. 스티어링은 깃털처럼 가볍고 특히 속도를 올리면 가벼운 무게, 13인치 타이어로 인해 전혀 감각이 없다. 특히 저속에서 승차감이 많이 떨어진다. 엔진은 속도를 올리면 마치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처럼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또한 5단 변속기는 부드럽기는 하지만 소음이 심하고 진동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크위드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차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빗속에서 분해되지 않은 것은 기적적이지만 크위드는 거의 전 세계 절반을 돌아다녔다. 

 

바르샤바로 가는 도로는 한층 넓다. 그러나 날씨가 더 악화돼 강풍이 크위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무게가 700kg에 불과해 똑바로 가기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눈이 멈추고 하늘이 맑아졌다. 엽서에서 볼 법한 언덕과 햇빛에 반사되는 눈이 만나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 냈다. 길에 아직 눈이 남아있지만 크위드는 주저하지 않고 달렸다. 카자흐스탄에서 차량정비를 받았을 때 오일, 오일필터, 에어필터, 냉각수 등을 교체하거나 보충했을 뿐 기계적 문제는 전혀 없었다. 

바르샤바에서 밤새 내린 눈이 차를 뒤덮었다. 잠깐 시간을 내 눈싸움을 한 다음 다시 도로로 들어섰다. 상황이 다소 안 좋았지만 여정의 페이스는 결코 처지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우리 팀의 정신력을 제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 여정에 합류한 지 3일이 지났을 때의 아침 알람 소리는 누군가 내 얼굴을 때리는 것만큼 고통스러웠다. 한 달 넘게 이짓을 한다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가 독일 국경을 넘는 순간 룸미러에 푸른 불빛이 번쩍였다. 경찰차가 우리를 추월한 다음 갓길에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영국에서 오셨습니까?” 당황한 경찰관이 창문에 다가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유럽에서 인도 번호판을 단 정체불명의 차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라훌은 유럽에 발을 들여 놓기 전에도 수없이 검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관은 우리의 서류를 훑어보고 질문 몇 개를 던졌다. 라훌은 이 모든 것을 매끄럽게 처리한 다음 아우토반으로 차를 몰았다. 

 

더 이상 강풍이 불지 않았다. 뻥 뚫린 도로에서 크위드가 안정을 찾자 나는 오른발에 힘을 주고 스티어링 휠을 꽉 잡았다. 엔진 소음과 풍절음 및 노면 소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라훌의 유로팝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속도를 올리자 크위드는 비명을 지르며 20배나 더 비싼 차를 추월했다. 나는 시속 160km로 질주했다. 오후가 되자 운전을 시작한 라훌이 속도를 더 높여 시속 174km까지 밟았다. 독일 대도시에 들어서자 눈이 내렸던 고요한 동유럽 구시가지는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파리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잠깐 쉰 다음 쾰른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저녁 만찬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서쪽 샹젤리제 거리 끝에 다가서자 델리에서 마주한 끔찍한 교통체증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한참 뒤에 개선문에 도착했고 그렇게 우리의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행은 인도에서 출발해 44일 동안 13개국을 거쳐 1만7700km를 달렸다. 기계적인 내구성이나 사람의 인내심 측면에서 극한의 테스트였다. 크위드와 팀은 성공의 기쁨을 누렸다. 크위드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인도 제조업 기준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담한 아이디어와 전체 팀원의 엄청난 노력이 만나 환상적인 여행을 만들어냈다. 물론 또 다른 주인공인 크위드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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