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I-페이스 콘셉트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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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I-페이스 콘셉트카 시승기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7.06.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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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I-페이스 콘셉트카가 달리게 될 얼마 되지 않는 기회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는 몰아볼 수 없지만 어쨌든 달리기는 할 것이다. 아주 초기 단계에 있는 차를 처음 경험해보도록 재규어가 우리를 초청한 이상, 가능한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이 차에는 200만파운드(약 27억9000만원)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재규어 입장에서 이 차의 진정한 가치를 고려하면 보수적인 금액일 것이다. 그만큼 정중하게 모셔야 한다. 청바지가 가죽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등받이에는 폴리스티렌 패드를 대고, 신발은 길가에 벗어놓아야 카페트에 흙이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몰아볼 수는 있다는 그들의 말이다. 그래서 오늘, 재규어에게 I-페이스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한 단계 더 풀어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핵심 인물들을 통해 I-페이스가 어느 단계까지 이르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게이든(Gaydon)에 위치한 재규어 랜드로버 본사에서 만난 재규어 선행 디자인 담당 선임 외부 디자이너인 맷 비븐(Matt Beaven), 실내 디자인에서 비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샌디 보이스(Sandy Boyes), 차량 엔지니어링 관리자인 데이브 쇼(Dave Shaw) 등이 바로 그들이다.

 

약간 압박을 받는 조심스러움 속에서 그들은 껍질을 깨고 태어나려 하고 있는 완전 전기 스포츠카 겸 SUV의 세부 모습 몇 가지를 감질나게 스케치해 보여주었다.

데이비드 쇼는 “양산차 개발 과정의 절반 정도를 지나온 상태”라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저희는 원래 약속했던 목표를 놓고 시간과 과정을 맞춰 왔습니다. 이는 첫 검증용 시제차(최종 양산 규격을 확정하는 과정에 처음으로 만드는 시험용 차) 제작에 착수하기까지 6주 정도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쇼와 그의 팀에게 있어 인생이 꽤 흥미진진해지고 있는 듯한 이야기다. 그가 말한 약속이라는 것은 작년 가을 LA 모터쇼에서 재규어가 I-페이스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밝힌 핵심 숫자들을 가리킨다. 차축마다 하나씩, 두 개가 설치되는 전기모터는 400마력의 최고출력과 71.3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약 4.0초다. 현실적인 주행가능거리는 482km를 조금 넘는다.

구동용 90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공용 직류 급속충전기로 90분 만에 최대 전력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성능과 관련한 수치들을 실현할 수 있다면, 재규어는 I-페이스를 우리가 2월에 일반 도로에서 시승한 테슬라 모델 X 90D보다 가속이 더 빠르고 주행거리가 더 긴 차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재규어가 처음 만든 일반 도로용 전기차로서 무척 돋보이는 등장이 될 것이다.

 

쇼는 자신이 담당한 엔지니어들이 초기 단계부터 I-페이스의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이루는 것을 무척 확실하게 믿고 있다. 재규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하겠지만, I-페이스는 이른바 새차라고 하는 차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귀한 존재였다. 세그먼트의 기준이나 이전 세대 차들 또는 일반 내연기관과 구동계로 인해 생기는 설계상의 타협에 구애받지 않지 않고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부터 설계했기 때문이다. 

쇼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5년 전쯤, 우리가 가진 것으로 최상의 것을 결정하기 위해 모두 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I-페이스가 앞으로 겪을 많은 어려움에서 우리를 구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미적인 면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반영한 차를 가지고 오면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음… 하지만 사실 이렇게는 할 수 없고, 저렇게도 할 수 없고, 이렇게는 못 하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함께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국 비븐이 설명하는 대로 I-페이스는 사실 또 하나의 쇼카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저희는 I-페이스를 콘셉트카와 양산 버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과장된 약속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죠. 양산 버전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아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

“이 일은 저희에게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I-페이스는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면서도 재규어라는 것을 뚜렷하게 드러내야만 했습니다. 저희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인 전기차 서브 브랜드 같은 것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이 차는 완전히 새로운 비례를 통해 재규어의 전통적 가치를 나누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차를 디자인하는 일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짧은 오버행, 공기역학적인 모습의 실루엣, 탑승공간을 앞으로 당긴 옆모습은 전형적인 SUV보다 슈퍼카 디자인쪽에 가깝다. 그래서 I-페이스는 실제로 F-페이스보다 C-X75를 더 닮았다. F-타입 스포츠카도 영향을 주었다.

 

“차체 앞쪽의 짧은 모서리 부분과 길게 늘어진 뒷부분은 거울에 비친 F-타입을 닮았다”고 비븐은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는 마치 고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특유의 애매한 표현처럼 들린다. 그러나 차에서 멀찍이 물러나 전체 형태를 살펴보면 그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I-페이스는 뭔가 새로우면서도 바로 지금 재규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전기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드디어 나는 신발을 벗고 차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 무거운 도어는 다루기가 어렵다.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지만, 세게 닫지만 마세요.” 이 차는 완전한 콘셉트카다. 그러나 운전석 위치와 탑승공간 배치는 양산 버전의 모습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앉는 높이는 SUV 기준으로 보면 낮아서 F-페이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으면 더 여유와 개방감이 있고 공간이 넉넉한 느낌이다. 센터 콘솔이 높아서 아늑한 느낌이지만, 앞에 놓인 조절장치와 계기들은 예상보다 낮은 높이에 있다. 전반적으로는 SUV 분위기가 난다.

 

계기판 주변이 낮아 전방 시야는 탁월하다. 전반적으로 무척 편안하고, 앞에 있는 보닛이나 대시보드가 무척 짧아서 차의 앞바퀴에 가깝게 앉게 된다. 완전히 새것이나 다름없는 뒷좌석은 앉지 못하게 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없었다. 탑승공간을 앞쪽으로 배치한 덕분에 2열 좌석 공간도 럭셔리 세단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뛰어하고 적재공간 크기도 530L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I-페이스의 대시보드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감싸듯이 곡선을 그린다. 바로 앞에는 LCD 스크린으로 된 계기판이 있고,  센터 스택 위에는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있고 그 아래 더 작은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있다. 콘셉트카이기 때문에 스크린은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그 중 하나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의 악몽을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 코드들이 반짝이며 표시된다. 두 스크린이 실제 작동하게 된다면, 조절 기능을 통합할 것이 분명하다.

 

공기 조절장치는 마치 테두리를 키운 시계처럼 보이고, 스위치류와 조립이 매우 가벼워 보이는 실내의 다른 부분보다 장식이 훨씬 과장되어 보인다. I-페이스의 스티어링 휠은 크롬 장식을 더 많이 했고, 컬럼 스위치 역시 예상보다 화려하다. 사용자가 인식하는 품질은 재규어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개선할 수 있었던 영역이었다. 그래서 그런 꾸밈새는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작은 사각형 시동 버튼과 버튼 세 개로 구성된 변속기 조절 기능이 I-페이스를 달리게 하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전부다. 이 차는 짧은 시험 주행을 하루 종일 했고, 차를 관리하는 사람은 주행하는 시간 사이사이에 충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차에는 두 개의 전기모터 중 하나만 들어 있고 낼 수 있는 속도는 시속 80km로 제한한다고 한다.

 

조건은 까다롭지만, 서 있는 차를 움직이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다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I-페이스는 액셀러레이터를 아주 살짝만 밟아도 즉시 반응하고 무게가 1톤 남짓한 슈퍼미니 차를 모는 듯 쉽고 자연스럽게 시내 주행 속도까지 가속한다. 재규어는 차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예상컨대 테슬라 모델 X보다 가벼울 것은 분명하다. 즉각적인 토크가 지금보다 두 배가 된다면, 시속 100km까지 4.0초 만에 가속한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어링은 무겁고 승차감은 시끄러우면서 단단하지만, 그 역시 콘셉트카이기 때문에 생기는 특징이다. 차의 구동계에서는 마찰 소음이 난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마치 전혀 조율하지 않은 듯하다.

 

I-페이스는 XE, XF, F-페이스와 같은 더블 위시본과 인테그럴 링크 서스펜션 구성을 활용한다. 핸들링은 운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맞춰 최고 수준을 노린다. 그런 특성이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에서 비롯되는 낮은 무게중심과 어우러진다면, 완성된 양산차에서는 대단한 결과를 이루리라고 예상할 만하다.

그때까지 열성적인 재규어 애호가들은 I-페이스 엔지니어들이 최종 규격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면서 이룰 기술적 변화에 관한 소식을 기다릴 것이다. 모터쇼를 통해 양산차가 데뷔하는 시기는 2018년 중으로 예상된다. 첫 차의 인도 역시 같은 해에 이루어질 것이다. 일정을 지키는 일은 야심차 보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차가 수 백 대, 수 천 대, 수 만대가 팔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실제로 그런 차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차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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