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시리즈로 달린 안도라 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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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로 달린 안도라 공국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7.06.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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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주행거리를 몹시 걱정하는 경우라면 안도라를 추천하고 싶다. 이 작은 공국은 피레네 산맥 기슭의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끼어있다. 세제가 아주 너그러워 술, 담배와 특히 연료가 아주 싸다. 그래서 사방에 주유소가 널려있다. 

 

“안도라에 가야 한다.” 우리 팀이 신형 BMW 5시리즈의 최장거리 시승을 기다리고 있을 때 들은 말이다. 우리는 줄잡아 3200km를 달려야 했다. 스페인 남쪽 끝에서 영국까지 3일간의 여정이었다. 그리고 둘째 날은 사진을 찍을 아름다운 고장을 지나야 했다.  

 

분명히 안도라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수도 안도라라베야에 들어가 10분 동안 달렸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여개의 아름다운 주유소뿐이었다. 안도라인들이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이 스페인인들이었다. 그들은 국경을 넘어 잠시 안도라에 들어와 기름을 넣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그때까지는 내가 찾아가본 나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불타기 쉬운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좀더 돌아다니면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리라 믿었다. 웹사이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안도라에서 유명한 것(스페인 북쪽에서 술·담배·연료 이외에)은 스키장이다. 사실상 전체 국토 468㎢가 모두 스키장이다. 자동차가 띄엄띄엄한 스페인 고속도로를 북쪽으로 달리며 사진기자 스탠 파피어에게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괜찮을 거야.” 파피어가 말했다. 나중에 내가 얼어붙은 도랑에 스르르 빠져들 때 덤덤하게 보던 그 친구의 무심한 말이었다. “아무튼 이 차는 네바퀴굴림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지.” 그렇다. 새차는 메이커 공식기록에 따르면 BMW G30(차량 코드네임) 530d x드라이브 M 스포츠 세단 B57(엔진 코드네임) 3.0d. 따라서 3.0L 디젤의 고속도로 만능주자였다. 

 

출력 265마력, 토크 63.0kgㆍm, CO₂배출량 138g/km에 옵션을 제외하고 4만8355파운드(약 6745만원). 여기에다 옵션을 더하면 6만파운드(약 8370만원)를 넘어선다. 역동적 성능에 중요한 옵션은 20인치 휠과 적응형 댐퍼를 들 수 있었다. 으레 그렇듯 이들 모두가 약간 복잡했다. M 스포츠 스펙은 높이가 좀 낮은 서스펜션이 들어오고, 원한다면 x드라이브를 곁들일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 낮은 서스펜션을 뺄 수도 있다. 그러면 레귤러 SE 서스펜션의 M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다. 

요컨대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 그런데 이 5시리즈가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를 신어야 한다는 게 가장 거슬렸다. 아무튼 나는 값싼 담배를 외면하고 눈 속에서도 신고 다닐 긴 양말 몇 켤레를 샀다. 눈이 쌓여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고도가 낮은 지대(안도라의 수도 안도라라베야가 있는)에는 눈이 없었다. 초겨울에 눈을 치운 곳에는 간혹 얼음 둔덕이 있었다. 햇살이 눈부셨다. 해발 고도가 높은 까닭에 안도라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왔다. 그리고 웹사이트에 따르면 여름에는 남부 프랑스 및 북부 스페인보다 시원했다. 그런 기후 탓에 이 나라 국민은 스키, 사이클링이나 드라이빙을 좋아했다. 햇살 속에 기온은 10℃를 넘었으나 높은 산봉우리는 눈에 덮였다. 한꺼번에 여름과 겨울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따라서 5시리즈는 그곳에 갈 매우 적합한 교통수단이다. BMW는 그들의 최장수 모델 5시리즈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제 5시리즈는 제7세대에 들어갔다. 지난해 도입되어 신형 7시리즈가 쓴 것과 똑같은 플랫폼을 깔았다. 그러나 단순히 7시리즈가 더 크고 비싸다고 기술의 선두주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5시리즈는 구조에 7시리즈의 탄소복합소재를 쓰지 않았으나 보디 대부분은 알루미늄이었다. 어쨌든 혼합금속으로 구형보다는 무게를 100kg이나 줄였다. 그럼에도 규격은 약간 커졌다(이 스펙은 여전히 무게 1770kg). 게다가 옵션에는 가장 발달한 연결장비 일부가 들어있다. 

 

아무튼 신형 5시리즈는 큰 차로 길이 4936mm. 오늘날 중역형차가 모두 그렇듯 경쾌하게 몰고 다니기에는 힘겨운 덩치였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중역형이 럭셔리 사이즈로 커졌다. 따라서 길이 4.5m의 3시리즈가 세련미와 크기에서 마음에 딱 들었다. 그러나 5시리즈의 공간확장과 소음차단기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깨공간은 이례적으로 넓고 뒷좌석과 트렁크는 넉넉했다, 7시리즈 플랫폼을 약간 줄인 5시리즈는 스페인의 매끈한 고속도로에서 당당했다. 하루에 1200km를 달리고 싶은가? 우리는 해봤다. 소음차단이 뛰어난 530d 엔진의 거침없는 파워는 비범했다. 게다가 17.0km/L의 거뜬한 경제성이 어우러져 가장 매력적인 파워플랜트 대열에 올랐다. 

 

지금 당장 이들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차급이다. 올해 초 나는 중역형 모델을 비교시승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볼보 V90과 아우디 A6. 사실 이처럼 팽팽한 대결이 벌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앞으로 몇 주일 사이에 우리 <오토카>가 일종의 재대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클래스의 어느 차도 과거처럼 라이벌을 짓밟을 수는 없다. 모든 메이커의 자원이 방대하여 막강한 전투력을 투입하고 있다. 어느 베스트 메이커가 상대를 밤과 낮의 차이로 누르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렇더라도 5시리즈는 결코 범상한 차가 아니다. 따로 떼놓으면 쉽게 깊은 인상을 줬다.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방향을 틀었고, 무게는 믿음직했으며, 운전석은 넓고 안락했다. 고속에서는 엔진음이 들리지 않았고, 운전재미가 적지 않았다. 차내 오디오 스포티파이를 통해 클리프 리처드를 들은 사람은 우리 DJ 파피어만이 아니었다. 커넥티비티와 커뮤니케이션은 일급이었다(다른 모든 차량이 그렇듯, 구글맵이 BMW의 자체개발 내비게이션을 휘졌고 다니지만). 그리고 자율주행기능은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

 

BMW는 혼합소재와 디젤·가솔린·전기처럼 자율운행에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아울러 모든 분야를 아우를 때 세계시장을 골고루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대체로 계속해서 직접 운전하고 싶겠지만, 때로는 잠시 손을 떼기를 바라기도 한다. 결국 차가 모두 알아서 하기를 바랄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 대의 차가 그 모두를 할 수 있는 단계를 바라본다.

 

그런데 신형 5시리즈는 차선을 지키고 스스로 가속하고 제동할 수 있다. 본격적인 자율운행이라 할 수 없어도 고속도로 나들목을 통과할 때 스티어링이 한 순간 멈칫했다. 그래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도 드라이버의 일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도로가 복잡하고 차선기율이 엄망인 영국에서는 쓸모가 적지만 넓고 조용한 외국 도로에서는 매력적이다. 

 

안도라의 고속도로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액셀을 힘껏 밟으며 산길을 올라갈 때 그럴 수 없이 기분이 상쾌했다. 더구나 BMW여서 모든 운전보조장치를 해제할 수 있었다. 그곳 도로는 깨끗했고, 심지어 스키장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가 윈터 타이어를 신었으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액셀을 힘차게 밟았고, 적어도 스키 리프트가 있는 곳까지는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모두가 들떠 있었다. 나중에 내려갈 때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기세를 올렸다. 한해의 이때 경관은 아름다웠으나 자동차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우리는 좀더 낮은 곳에서 더 좋고 조용한 도로를 찾았다. 겨울 눈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남향기슭은 봄날과 같았다. 오직 훨씬 높은 산에서만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 5시리즈는 뛰어나고 즐거웠다. 엄청난 트랙션·그립·안정성·피드백을 자랑했다. 재규어 XF가 그런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만한 덩치로 진정 화려하고 위력적인 민첩성을 발휘하는 라이벌을 찾기는 어렵다. 물론 우리가 안도라에서 시험한 기능이 뛰어나다고 라이벌을 완전히 압도한다고 할 수는 없다. 가령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같은 라이벌이 우월한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20인치 휠의 5시리즈가 E클래스만큼 편안하다거나 XF만큼 나긋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BMW가 의도적으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보다는 5시리즈가 이 차급의 기준을 설정하고 라이벌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미줄 같은 성능차트에서 5시리즈가 궁극적으로 어디쯤 자리잡게 될까? 그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는 파피어의 카메라를 위해 똑같은 헤어핀을 뱅글뱅글 돌아가는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 현란한 풍광 속에 5시리즈는 그럴 수 없이 침착했다. 피레네 산맥 너머로 해가 지자 안팎의 조명은 딱 들어맞았다. 사진기자 파피어는 마지막 사진을 찍었고, 우리는 까마득한 앞길을 남겨두고 있었다. 다음날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갈망이 소용돌이쳤다. 내가 운전대를 잡을 제3일의 여정은 1300km. 그런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세계정상급 머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안락하고 빠르고 경제적이며 연결되고 기꺼이 드라이버를 도와주는 차. 신형 5시리즈는 바로 그런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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