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홀덴과 함께 끝나가는 호주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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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홀덴과 함께 끝나가는 호주 자동차산업
  • 조슈어 다울링(Joshua Dowling)
  • 승인 2017.06.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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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자동차산업이 영원히 문 닫을 채비를 하고 있다. GM의 호주 전초기지인 홀덴이 오는 10월 20일 끝내 전기를 끈다. 그러니까 토요타 캠리 현지 공장이 문을 닫고 2주일 뒤에 코모도어 생산라인이 침묵에 빠진다. 

지난해 10월 포드가 생산라인을 멈췄다. 생산량이 늘어났으나 장기간 살아남을 만한 수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뒤에도 홀덴과 토요타는 12개월 동안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다국적 기업이라고 할 이들 3대 브랜드는 호주 문화의 틀을 잡고 국가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포드는 1904년 이후 호주에 자동차를 수출했다. 그러다가 1925년을 기점으로 가장 먼저 현지생산에 들어갔다. 호주의 홀덴은 1800년대 말 마구생산업체로 출발해 1900년대 초 마차생산으로 사업을 넓혔다. 그뒤 1936년 GM 모델을 조립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뒤이어 1948년 당시 세계 최대 카메이커 GM이 홀덴을 사들이고 고유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와 달리 토요타는 여전히 호주에서 일본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1963년 이후 현지생산에 들어갔고, 지난 10년간 호주 최대 메이커로 자리를 굳혔다. 뿐만 아니라 호주의 최대 자동차수출업체로 우뚝 섰다. 16년간의 수출물량은 홀덴의 63년, 포드의 91년 총량을 웃돌았다. 그리고 3대 브랜드 중 100만대를 넘어선 유일한 메이커였다. 

호주는 토요타가 해외생산을 시작한 첫 국가였다. 그 때문에 현지생산 활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더구나 토요타가 전 세계에서 생산기지를 폐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 호주 토요타는 현지생산을 지탱할 만한 수출물량을 확보했다. 지난 20년간 캠리 10대 중 7대를 중동에 수출했다. 하지만 현지부품공급업체가 토요타 주문물량만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현지 부품업체들은 3대 브랜드 모두에 부품을 공급해도 버티기는 어려웠다. 

 

지난 수십년간 호주 자동차산업은 세대를 이어가며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호주정부가 자동차산업지원금 5억 호주달러(약 4336억원) 이상을 떠맡아야 했다. 

한편 호주 자동차계는 납세자 기금 1달러당 3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 숫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호주 현지생산의 종말은 불가피하다는 것. 지난 10년간 호주는 수입관세가 아주 낮거나 없었다. 현지 모델보다 값이 더 싸거나 장비가 더 좋고, 싸면서 장비가 더 좋은 차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호주에서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는 유럽, 영국,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다. 그래서 이들은 호주 카메이커가 생명을 유지할 물량을 서서히 파고들었다. 호주 현지생산의 절정기에 홀덴은 16만5000대(2004년), 포드는 15만5000대(1984년), 그리고 토요타는 14만8000대(2007년)를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3개 브랜드는 통틀어 겨우 8만7000대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15년 전 홀덴 코모도어는 한해 판매량 약 9만대로 시장을 이끌었다. 오늘날 호주 최고 모델은 한해 판매량 4만대를 약간 넘는다. 

전 세계에서 그처럼 적은 물량으로 살아남을 자동차공장은 없다. 물론 고가로 고수익이 보장된 럭셔리 브랜드는 예외다. 영국 자동차산업이 살아남는 까닭이 있다. 생산물량 10대 중 8대를 수출하기 때문이다(2016년 생산량 170만대 중 135만대를 수출했다). 

 

그러나 호주는 저임금 신흥 생산국이 둘러싸고 있어 수출 돌파구를 열 수 없었다. 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호주돈 2달러(약 1736원)를 밑돈다. 자동차 조립라인 임금은 그보다 두둑해 시간당 약 6달러(약 5212원), 한해 1만2500달러(약 1086만원)다. 호주의 평균 자동차계 1년 임금 6만9000달러(약 5994만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호주는 수많은 나라와 FTA 협정을 맺었다. 그중에도 2005년 체결한 태국과의 협정이 호주 자동차계에 결정타를 날렸다. 태국산 차의 수입관세를 면제했다. 그러자 200만대가 넘는 태국산 차량이 밀려들어왔다. 거기에는 혼다, 닛산, 미쓰비시, 마쓰다가 들어있을 뿐아니라 호주에 친숙한 포드, 홀덴과 토요타가 들어있었다. 

 

반면 호주는 태국에 겨우 100대의 포드 테리터리 SUV를 수출했을 뿐이었다. 태국은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쌓고 있지만 호주는 국경을 완전히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태국은 교묘하게 높은 대배기량 등록세를 유지하고 있다. 포드와 홀덴은 벅찬 세금의 덫에 걸렸다. 한편 토요타는 이미 태국에 캠리 공장을 세워 수출대상국에서 빠졌다. ‘아시아-태평양의 디트로이트’라는 태국은 지금 일본에 뒤이은 호주 제2의 수출국이고, 한국을 앞섰다. 

 

호주 자동차계에 대한 국고지원 중단결정이 옳았던가? 사회적 비용에 비춰 수십억 달러의 국고지원이 장기적으로는 호주에 이익이 된다고 봐야할까? 호주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2013년 애들레이드 대학 보고에 따르면 실직한 노동자의 약 3분의 1은 장기실업에 빠질 확률이 높다. 그 통계는 2008년 미쓰비시 공장이 문을 닫은 뒤에 나온 자료에 바탕을 뒀다. 

 

“연구조사 결과 제조업계 인력의 상당 부분이 장기 실업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훈련이 필요하다.”

실직한 공장 노동자들은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한편 카마니아들은 현지 생산한 V8과 6기통 터보 뒷바퀴굴림 세단을 무엇으로 대체할지 혼란스럽다. 포드와 홀덴은 세계 최고속 최강의 고성능 세단 일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값은 독일과 영국 라이벌의 몇분의 1에 불과했다. 

 

홀덴 코모도어는 콜벳의 V8을 가져왔고, 포드 팰컨은 V8 슈퍼차저나 불꽃튀는 터보 수평대향 6기통을 장착했다. 그러나 값은 영국돈으로 3만파운드(약 4209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 호주의 영웅적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 과거에는 회사와 가정이 한해 수만대의 레귤러 세단을 사들였다. 그래서 홀덴과 포드는 강력한 엔진과 대형 브레이크를 달고 그립이 높은 타이어를 신은 고성능차를 만들 자금과 시장을 확보했다.

황혼기를 맞았을 때 고능성 모델은 팰컨과 코모도어 판매량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고객이 소형차와 SUV로 돌아서자 대량판매 모델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불행히도 포드와 홀덴은 고출력 세단을 직접 대체할 후보가 없었다. 포드 몬데오는 0→시속 100km 5.0초 이하에 익숙한 열성팬들을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다. 

 

포드 호주는 겨우 머스탱 V8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슈퍼차저 V8이나 터보 직렬 6기통 팰컨을 꺾을 수 없었다. 차세대 최고속 버전(2018년초 호주에 들어올 때 홀덴 코모도어 배지를 단다)은 V6 3.0L에 불과하고 터보를 달 여유가 없다. 

따라서 홀덴 코모도어 V8은 연말까지 모두 팔려나가고, 너무 늦기 전에 한 대를 사려면 웃돈을 줘야 한다. 호주는 거의 끝장이 난 지금에야 무엇을 잃었는지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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