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 퓨처의 야망은 신기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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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 퓨처의 야망은 신기루일까?
  • 줄리안 렌델(Julian Rendell)
  • 승인 2017.06.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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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065마력, 주행거리 608km, 0→시속 100km 가속 2.39초의 성능을 약속하는 20만달러(약 2억3110만원)짜리 전기차 패러데이 퓨처 FF 91의 야심은 부족함이 없다. 사실, 패러데이는 만들어진 지 아직 3년 밖에 되지 않은 자동차 회사다. 그럼에도 2018년에는 테슬라와 맞붙을 것이라고 세상에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공장은 건축가의 모형과 미국 네바다 사막의 먼지 날리는 부지로만 존재할 뿐인데도 말이다.

테슬라는 아주 높은 목표를 내세우며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잦은 지연으로 고생하는 것은 물론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해진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테슬라는 많은 비평가를 당혹하게 만들었고, 기술적 난제를 극복했으며,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세단을 팔고 있다. 그러면서 SUV 모델 X를 추가하고 2017~2018년에 값이 더 합리적인 모델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패러데이의 기술담당 임원인 닉 샘슨(Nick Sampson)은 영국 출신으로, 전직 로터스 엔지니어로서 2세대 엘리스와 중단된 M250에 이어 테슬라 모델 S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는 패러데이가 성공하리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FF 91을 선보인 뒤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보낸 이메일 질문에 답변을 보내 왔다.

그는 “지금까지 패러데이는 첫 양산차 개발과 향후 생산시설 계획을 세우는 데 자사 자금 수억 달러를 지출했다. 앞서 FF 91 양산 개시가 2018년 안에 이루어지리라고 발표했고 이 일정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샘슨과 그의 팀은 이면에서 차체 바닥에 설치되는 여러 리튬 이온 배터리 모듈이 들어갈 합금 소재의 완전히 새로운 ‘스케이트보드’ 섀시, 일명 VPA(차량 플랫폼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FF의 VPA, 섀시, 차체구조의 설계와 공학 기술은 모두 자동차, 기술, 항공우주 업계를 망라하는 우리의 광범위한 인재들에 의해 회사 내부에서 완성됐다.”

공학 기술과 관련한 부분은 친숙한 이야기로 들린다. 테슬라에 비슷한 플랫폼 설계가 쓰였고 패러데이 차의 섀시를 절개한 시제품이 테슬라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샘슨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VPA는 회사 내부에서 설계했고, 섀시와 차체가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모노코크 차체 구조가 특징이다. 여기에 유연한 파워트레인 시스템까지 갖춰 전체적인 차체 강성, 안전성, 핸들링이 상당히 좋아졌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알루미늄을 가공해 만들었고, 차체 외부도 대부분 그렇다. 다른 패널들은 철과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쓰고, 용접과 접착, 조임쇠를 사용해 구조를 만든다. 섀시, 구동계, 차체는 패러데이가 직접 조립하지만, 외부 차체 패널은 협력업체가 가공할 듯하다. “아직 협력업체가 어디인지는 밝힐 시기가 아니다”고 샘슨은 말한다.

FF 91에는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이 쓰이고, 양쪽 모두 에어 스프링이 차체 쏠림을 세련되게 조절하도록 돕는 서브프레임에 결합되어 지지한다. 차에는 355마력 전기 모터 세 개가 쓰인다. 하나는 차체 앞쪽 가운데에 설치되고 두 개는 뒷바퀴를 굴린다. 샘슨은 “FF의 모터는 회사 내부에서 설계하고 개발해 제작되고, VPA는 다양한 모터 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앞바퀴는 물론 뒷바퀴의 액티브 스티어링 기능에도 전동 파워 스티어링이 쓰인다. 샘슨은 뒷바퀴 액티브 스티어링이 “고속에서 민첩성, 핸들링, 코너링을 향상시키고 저속에서는 회전반경을 줄인다”고 한다.

FF 91이 대형 세단인만큼, 이런 점들은 아주 중요할 수 있다. 차체 길이는 5.2m로 거의 리무진에 가까운 수준이다. 길이 4.9m인 테슬라 모델 S가 럭셔리 승용차 세그먼트의 초입에 들어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패러데이는 LG화학과 공동 개발한 획기적 배터리 팩을 달고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배터리 팩의 기본 조립 단위인 개별 셀들은 전용으로 설계되었으며, 팩 자체는 모든 경쟁차에 쓰인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샘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배터리 모듈은 새로운 아키텍처를 활용해 개발되었기 때문에, 각 모듈 안에 더 많은 셀을 담을 수 있다.”

FF 91의 배터리 팩은 전력량이 130kWh로 측정되어, 테슬라 중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은 P100D의 배터리 팩보다 30퍼센트 더 높다. 그 덕분에 패러데이는 FF 91의 성능을 테슬라와 비교해 강조하고 있다. CES 데뷔에는 실제 움직이는 차와 두 차 사이의 드래그 레이스 영상이 포함되었다. 패러데이의 수랭식 배터리는 일렬로 배치되며 FF 91에는 섀시 내부에 이런 배치를 여섯 개 두어, 각 모듈이 21kWh의 전력량을 갖는다. 

패러데이는 일련의 모델들을 내놓을 계획이고 - 몇몇 보도에서는 최대 아홉 차종이라고 한다 - 더 작은 모델은 휠베이스가 짧아 배터리 설치 공간이 줄어 용량도 줄어들 것이다. 샘슨은 “우리 차들의 전체 플랫폼은 모듈과 확장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나올 FF 차들은 FF 91과 같은 하체구조와 기술을 활용하지만, 출력과 배터리 구성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패러데이는 전기 제어 회로 즉 배터리로 들어가고 나오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고 전기차의 주행 성능 대부분을 좌우하는 블랙 박스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러데이 특허 설계의 이름은 ‘계층 인버터(Echelon Inverter)’로, 각기 고유의 ‘모듈 감지 보드’를 통해 제어되는 FF 91의 여섯 개 배터리 배열의 전류 흐름을 조율한다.

패러데이 프로젝트에서 또 하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율주행으로, FF 91의 보닛에서 솟아오르는 카메라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CES 데뷔에서, 스스로 주행하는 FF 91은 라스베이거스 주차장의 주차공간에 직접 움직여 주차했다. 처음에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천천히 움직였다.

CES에서의 공개가 FF 91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6만 4000대가 예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패러데이는 그들 중 예치금 5000달러(약 580만원)을 지불한 우선순위 예약자가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FF 91의 값이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 S의 두 배인 20만달러(약 2억3110만원) 전후가 되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잠재 소비자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디프 대학(Cardiff University) 전기차 전문 센터(Electric Vehicle Centre of Excellence)의 폴 뉴웬휘스(Paul Nieuwenhuis)는 패러데이의 사업 모델이 엘런 머스크가 테슬라 소유주들을 위해 슈퍼차저 충전망을 만든 것과 같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그는 “슈퍼차저 충전망은 어디든지 갈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테슬라를 소유하는 것을 아주 매력적인 일로 만들었다”며 “나는 사람들이 테슬라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소비자 경험 측면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패러데이는 아직 미국 전역에 걸친 충전망을 만들겠다는 공언은 하지 않았지만, 최대 충전률이 ‘시간당 약 805km’에 이르는 200kW 직류 급속충전장치 설계가 진행 중이다. 샘슨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들 충전소는 FF 사용자가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패러데이는 CES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베타’ 시제품 몇 대만 만들었다. 패러데이는 이들을 기술 평가용 차로 분류한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고 플라스틱 표면 처리나 양산차 수준의 마무리는 빠져 있다.

‘감마’ 시제품이 양산 설비에서 모습을 드러낼 즈음이면 세상은 패러데이의 양산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시제품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2018년에 양산이 시작되려면 올해 안에 나와야만 한다.

양산과 관련한 패러데이의 계획은 해답보다 의문이 더 많다. 공장 건설 계획이 다소 꼬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장을 세우고 양산에 쓰일 기계 및 설비와 훈련된 노동력으로 공장을 채우는 데 10억달러(약 1조1555억원)가 쓰인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놀랐을 법한 부분이다. 일단 자금이 쓰이고 나면 되돌릴 수 없고, 사전 공장 건설이 시작된 작년 말에 패러데이는 재정위기를 겪었다.

패러데이는 이미 라스베이거스 북쪽 에이펙스 산업단지에 약 3.6km² 크기의 거대한 부지를 배정해 놓았다. 그 중 공장은 약 0.3km²를 차지하며 2018년부터 연간 15만 대의 차를 조립한다.

부지 정비 작업은 2016년 8월에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약업체인 AECOM은 2100만달러(약 24억2660만원)의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11월에 작업을 중단했다. 당시 패러데이는 ‘일시적으로 건설 일정을 조절한다’고 인정했다.

패러데이는 이미 라스베이거스 공장 건설로 네바다 주로부터 최소 3억달러(약 3470억원)의 세금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 곤란한 일정지연은 철저한 검토 하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난 2월 초, 로이터 통신은 패러데이가 네바다 공장 규모를 0.06km² 크기에 연간 1만 대 생산 수준으로 줄이고 양산시작 시점을 2019년으로 미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장 건설 계획에서 이 부분은 납득할 수 있지만, 중국 회사 입장에서는 면목 없는 일이어서 상당히 불편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욕심을 줄임으로써 이 스타트업 기업의 경영은 더 쉬워지고 비용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출시 시기가 2019년으로 정해지면서 협력업체와 엔지니어들도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대변인인 리처드 주(Richard Zhu)는 보도를 지적하며 패러데이가 원래 정한 출시 날짜를 맞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오토카>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장 건설과 생산은 최대한 빨리 시작할 것이며, 2019년이 아니라 2018년에 차를 인도하는 것이 목표이다.”

0.06km² 규모의 공장은 ‘추가 시설’이고 ‘앞으로 만들어질 더 큰 규모의 공장에 통합될 것’이다. 주는 0.06km² 크기의 공장이 ‘1단계 생산 프로젝트’이고 0.3km² 크기의 공장이 ‘2단계 생산 프로젝트’라고 한다.

“2단계 역시 올해 말에 시작하기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는 다단계 생산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의 말이다.

전체적 그림은 패러데이의 중국 자매 회사인 르에코(LeEco)의 계획 때문에 오리무중이다. 르에코는 중국에 독자 전기차 공장을 만들려고 한다. 주는 “제가 아는 한, 이 시설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업체인 르에코의 공장이고, 그들의 계획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패러데이의 믿기지 않을 만큼 빠듯한 생산 및 기술 일정과 엉망인 공장 계획을 놓고 판단하면, 이 새로운 전기차는 실패했다고 봐도 어색하지 않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패러데이는 스스로 확고하고 완강하게 뿌리를 내려야 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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