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전기차 e-tron 일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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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기차 e-tron 일본 시승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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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를 예고하는 아우디 e-트론. A1과 A3 e-트론은 부드럽고 쾌적한 전기차의 주행감각으로 머지않아 다가 올 전기차의 현 주소를 말해주었다

환경보호의 파수꾼으로 등장한 전기차를 사랑하건, 아름다운 엔진 소리를 빼앗은 전기차를 증오하건, 이제 전기차는 가까운 미래에 도로를 지배할 세력임이 분명하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다퉈 전기차에 대한 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이를 담아낸 컨셉트카를 선보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우디는 이중 가장 적극적인 세력 중 하나다. 지난 200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순수 전기 고성능 스포츠카인 e-트론(Tron)을 선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컨셉트카는 ‘R4’라는 이름으로 아우디가 출시할 첫 전기차가 될 전망. 한가지 독특한 점은 대부분 메이커들이 소형차 위주로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과 달리 아우디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먼저 선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 전기차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고려, 구매력이 높은 부유층을 먼저 공략하려는 전략이면서, 더욱 감성적인 매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개발을 통해 좀 더 앞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아우디는 그 이후 2010년 ‘A1 e-트론’, 2011년 ‘A3 e-트론’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보다 작은 세그먼트까지 전기차의 개발 영역을 넓혔다.

바로 이 아우디 A1과 A3 e-트론을 직접 만나기 위해 지난 11월 18일, 일본 땅을 밟았다. 도착지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행사가 열린 하코네까지는 두시간 남짓 거리. 이동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로에선 유독 하이브리드차가 눈에 많이 띈다. 정부의 제도적 혜택이 풍족한 탓도 있겠지만 유독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의 노력이 본토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아우디 A1과 A3 e-트론을 만나러 가는 길.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이는 하코네의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행사장인 토요 턴파이크에 도착했다. 토요 턴파이크는 하코네와 이즈를 잇는 유료도로다. 빼어난 경치를 즐기며 와인딩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서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아우디 e-트론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잠시 영업을 멈추었다.

라운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가 아우디 A1과 A3 e-트론을 마주했다. 둘 모두 각자의 기반이 된 내연기관 모델과 외형은 같다. 하지만 배터리로 인해 늘어난 무게를 어느정도 상쇄시키기 위해 카본파이버를 곳곳에 사용했는 설명.

우선 전기차와의 비교를 위해 휘발유 엔진을 얹은 A1에 올랐다. 지난해 유럽에 출시되었지만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는 모델. 아주 작은 체구지만 아우디의 특유의 이목구비가 고스란히 담겨져있고,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소형차이지만 실내에서 제법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긴다.

작은 체구에 1.4 TSI 엔진을 얹고, 매서운 실력을 뽐낸 A1을 짧게 경험하고 이제 주인공인 A1 e-트론의 차례. A1 e-트론의 전기모터는 평소 62마력의 출력과, 15.3kg·m의 토크를 내고 더 큰 힘을 필요로 할 때 최고출력 103마력, 최대토크 24.5kg·m를 뿜어낸다. 여기에 변속이 필요 없는 싱글 스테이지 트랜스미션을 거쳐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배터리는 가정에서도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만 사용하면 완전 충전 상태에서 5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설명. 아울러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역할의 254cc 싱글 디스크 로터리 엔진이 함께한다. ‘R’ 모드에서 작동하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로터리 엔진은 달리는 중에도 배터리를 충전시켜 주행거리를 최대 250km까지 늘려준다는 설명. 이를 계산해보면, 1.9L의 휘발유로 100km를 갈 수 있는 셈이다.

보닛 아래에는 전기모터와 로터리 엔진이, 트렁크 아래와 차체 아래 센터터널의 공간에는 배터리 모듈이 자리잡고 있다. 계기판 왼쪽에는 rpm 게이지 대신 배터리의 출력을 표시하는 게이지가 들어서 있고, 아래쪽으로 연료 게이지와 배터리 게이지가 함께 자리를 잡았다.

시동버튼을 두 번 눌러 출발 준비를 마쳤다. 엔진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계기판에 ‘Ready’ 글자에 조명이 들어오는 것으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어레버를 내리고 출발하려던 순간, D 아래로 한번 더 기어레버를 움직일 수 있게 되어있다. 이것이 바로 R 모드. 동승한 아우디의 스태프가 먼저 R 모드를 체험해볼 것을 권해 기어 레버를 끝까지 내리자 엔진이 슬며시 깨어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부드러운 감각으로 변속없이 꾸준히 속도가 오른다. 모터의 소리는 없지만 R 모드에서 작동하는 엔진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크게 들려왔다. 향후 생산으로 이어진다면 보완이 되어야할 부분. 턴 지점에 도착한 뒤, 돌아오는 길에는 전기모터만을 이용하는 D 모드를 체험했다. 오른 발에 힘을 잔뜩 주어도 A1 e-트론은 적막한 산 속 길을 메아리 없이 고요하게 질주한다. 독일에서 급하게 오느라 미처 갈아신지 못한 겨울용 타이어 덕에, 다소 귀에 거슬리는 노면 소음만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귓속을 맴돌 뿐이었다.

다음은 A3 e-트론의 차례. A3 e-트론은 앞서 A1 e-트론과 달리 전기모터 이외의 다른 구동장치가 없는 순수한 전기차다. 키를 돌려 시동하는 방식으로 키를 돌려도 역시 아무런 반응 없이 계기판의 Ready 글자만이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A3 e-트론의 전기모터는 평소 83마력의 출력을 내고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할 때 138마력의 최고출력과 27.5kg·m의 토크를 앞바퀴에 전달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팩은 A1 e-트론과 마찬가지로 트렁크 아래와 센터터널에 자리잡고 완전 충전 상태에서 약 14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3 e-트론 역시 주행감각은 A1 e-트론처럼 매끄럽고 빠르게 속도를 붙이고 고요하게 질주한다. 특이한 점은 스티어링 뒤의 패들 시프트. 변속이 필요없는 데 어째서 패들 시프트가 있는 걸까?

A3 e-트론의 패들 시프트는 왼쪽 레버를 누를 때마다 계기판의 배터리 게이지가 3단계에 걸쳐 차오르고 이에 따라 전기모터에 부하를 주어 그 때 생긴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왼쪽 레버를 누를 때마다 부하가 더 강해져, 마치 낮은 단으로 변속해 차의 속도가 줄어들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오른쪽 레버를 누르면 게이지가 줄어들고, 높은 단으로 변속할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작동 요소는 전혀 다르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효과는 똑같은 점이 흥미롭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제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모은다는 것.

모든 시승을 마치고 라운지로 다시 복귀. 창밖으로는 아우디의 스태프들이 차를 세우고 다음 시승을 위해 간이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을 시작한다. 지금은 이런 특별 이벤트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미래에는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전기차의 미래는 이제 현실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양산 버전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활보하고 있고 기자에게 이런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셈이다. 실제로 타본 아우디 A1과 A3 e-트론 역시 별다른 위화감 없이 도로에 녹아들었고 쾌적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가 과연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얼마 전 전대미문의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어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은 일본. 일본에서의 전기차 시승은 그런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환경을 위한 자동차 업계의 노력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 사람과 자연을 위하는 차에 대한 다른 대답을 위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글 · 김동균 <오토카 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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