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머신,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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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머신,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
  • 댄 트렌트(Dan Trent)
  • 승인 2017.05.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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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람보르기니는 가장 큰 관심을 끌며 극적인 이동수단의 반열을 지켜왔다. 그러나 신형 아벤타도르 S가 그 단계를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타가타의 ‘슈퍼카’는 스타일 못지않게 실속을 온 세상에 보여줘야 했다.

오리지널 아벤타도르 LP700-4는 지금도 화려한 스타일의 슈퍼카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실로 인상적인 푸시로드 탄소섬유 섀시와 막강한 V12 6.5L 700마력 자연흡기 엔진으로 무장했다. 일각에서 우라칸을 단순히 이탈리아 디자이너 의상을 입힌 아우디 R8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들에게 아벤타도르는 ‘제대로 된’ 람보르기니다. 

되돌아보면 람보는 미우라, 카운타크, 디아블로와 무르시엘라고로부터 반항적이고 대담한 전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아벤타도르는 야성적인 돌파력에서 좀 뚱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확실히 빨랐고 요란했으며 대담했다. 그런데 약간 무겁고 무딘 느낌을 줬다. 게다가 핸들링 밸런스가 오싹한 스릴보다는 ‘안전한’ 언더스티어로 기울었다. 

 

2015년에 나온 한정판 SV 버전이 그 사실을 입증했다. 몇 가지 역동적 성능을 개선했고, 파워를 약간 강화해 아벤타도르는 슈퍼카의 세계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잠재력을 갖췄다. 1963년 창설 이후 이 브랜드가 보여줬던 그대로였다. 람보는 무게를 50kg 줄이고 출력을 750마력으로 밀어올렸으며 가변비 다이내믹 스티어링(Dynamic Steering)을 추가했다. 아울러 공력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로써 람보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간발의 차로 추격했다. 첨단 하이브리드 기술 대신 좋은 구식 V12에 의지하고 있다. 게다가 값이 포르쉐 기술걸작의 30% 남짓에 불과한 차로는 결코 나쁜 기록이 아니었다. 

아벤타도르 S의 경우 람보 SV - 다이내믹 스티어링을 포함해 - 로 거둔 성과의 일부를 넘겨받았다. 앞서 말한 출력강화와 공력 업그레이드가 들어있었다. 아울러 최신 슈퍼카의 필수조건인 네바퀴조향을 덧붙였고, 서스펜션과 컨트롤 시스템을 철저히 손질했다. 이렇게 하면서도 무게를 늘리지 않았다. 람보가 즐겨 쓰는 ‘건조’ 중량을 1575kg에 묶었다. 그 계산법에 따르면 우라칸은 1422kg. 

아벤타도르는 여전히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공력과 그립이 강화됐고 네바퀴굴림에 힘입어 기동성이 올라갔다. 따라서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가 역동적 열정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지난날 숨넘어갈 위험이 있었다는 비판을 고려해 친숙한 드라이빙 모드 스트라다(Strada), 스포츠(Sport)와 코르사(Corsa) 위에 ‘에고’(Ego)를 뒀다. 

 

스펙을 보면 S는 기본 데이터보다 핸들링에 역점을 뒀다. 최고시속 352km는 여전하고 0→시속 100km 가속은 LP700-4의 2.9초와 같다. 0→시속 200km 가속은 8.9초이고 0→시속 300km 가속은 24.2초다. 따라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아벤타도르 S는 치열한 고속 머신이고, 하이브리드 지원이 판치는 우리 시대에도 V12의 막강한 위력을 선택했다. 여기서 시속 320km로 달릴 때 전기보조 차량이 지구를 구원한다는 주장은 접어두기로 하자. 업데이트했건 말건 V12는 CO₂배출량 394g/km, 평균연비는 7.1km/L에 불과했다. 

물론 V12 람보르기니는 직선구간의 스피드와 연료소비량이 다같이 엄청났다. 네바퀴조향을 비롯한 변화를 업고 코너를 날카롭게 돌파했다. 아울러 고속에서 대단한 소음을 토했고, 아낌없이 연료를 마셔댔다. 

네바퀴조향은 저속 코너에서 아주 능란하게 뒷바퀴를 앞바퀴와는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나 좀더 높은 속도에서는 앞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 안정성을 높였다. 

한편 가변스티어링은 2.1에서 2.4회전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앞바퀴 그립을 높였고, 시가지에서 느긋한 크루징과 좋은 매너를 뒷받침했다. 트랙에서는 신형 앞범퍼와 스플리터가 시속 240km에서 다운포스를 130% 추가했다. 이로써 앞머리 그립을 개선하여 종전의 비난을 잠재웠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제대로 잘 돌아갈까?

 

람보르기니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신차 시승회에서 그 성과를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변덕스런 날씨 탓에 제대로 판정을 내릴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스페인에서 수십년 만에 가장 억센 폭풍우가 트랙을 물탕으로 바꿔놨다. 네바퀴굴림과는 관계없이 740마력 람보르기니의 페이스를 제대로 살리기에 가장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도로 코스도 그보다 나을 게 없었다. 산길은 폭설로 아예 폐쇄됐다.

 
마침내 트랙이 열렸을 때 우리는 신중한 선도차 뒤를 오리떼처럼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하지만 상대적인 저속에서도 이 신형 플래그십에 들인 정성이 뚜렷했다. 통틀어 4개 모드 가운데 스트라다는 LP700-4의 드라이빙 모드로는 놀랍도록 육중한 느낌을 줬다. 대다수 라이벌과는 달리 람보르기니는 더 빠르고 더 매끈한 듀얼클러치 자동보다는 단일 클러치 자동화 수동 - 약칭 ISR - 을 지켰다. 기술진은 무게와 패키지 때문에 그랬다고 했다. 한데 그보다 빠른 모드에서 7단을 오르내리며 섬뜩하게 보다 ‘극적’이었다. 

그러나 스트라다에서 자동변속기는 멈칫거렸고, 수동 패들시프트의 반응이 느렸다. 보수적인 앞뒤 40:60 토크분할은 신중한 코너진입과 탈출을 의미했다. 

빗길에서는 스포츠 모드가 훨씬 짜릿했다. 최고 90%의 토크를 뒤 액슬에 보냈고, 코너정점의 언더스티어를 액셀로 조절했다. 스티어링록, 휠베이스 길이와 뒷바퀴 조향의 편차에 비춰 예측가능한 코너링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안정컨트롤은 스포츠 모드에서도 빗길을 요리할 여유가 있었다. 

 

코르사 모드는 코너 정점에서 차를 뒤집을까 겁이 날만큼 난폭한 기어변환을 보여줬다. 아울러 한층 중립적 토크분할로 뒷바퀴에 최고 80%를 보냈다. 코르사는 건조한 트랙에 한층 적합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아벤타도르는 집요하게 언더스티어를 일으켜 앞바퀴에 토크를 보내 코너를 빠져나왔다. 

슈퍼카 모드 치고 에고(Ego)는 신기했다. 드라이버가 선택한 모드에 맞춰 스팅어링,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을 버무리는 역할을 했다. 

 

아벤타도르 S 드라이브 모드에는 조절할 장비가 아주 많았다. LP700-4에서 크게 발전한 증거였다. 스티어링을 움켜잡고 이를 사려무는 대신 대형 람보를 손가락끝으로 정확히 몰 수 있었다. 섬세한 밸런스와 피드백에서 로터스 엘리스의 맞수는 아니었다. 한데 위력적인 파워트레인, 이색적인 스타일과 매혹적인 개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핸들링을 보여줬다. 

말을 바꿔, 어느 V12 람보가 제공할 야성적인 흥분에 물을 타지 않고 한층 정교하고 보람있는 차를 빚어냈다. 아무튼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차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린애처럼 즐거운 우리들에게 마침내 스타일과 실속을 아우른 슈퍼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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