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하고 돌아온 포드 뉴 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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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하고 돌아온 포드 뉴 쿠가
  • 안정환
  • 승인 2017.05.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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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쿠가가 성형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술은 성공적. 멋있어진 얼굴과 함께 유럽에서 갈고닦은 기본기를 내세워 국내 SUV 시장을 노린다. 일단 쿠가라는 이름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그런데 완전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휘발유 엔진의 미국산 ‘이스케이프’ 대신 디젤 엔진을 품은 유럽산 ‘쿠가’를 들여온 것이기 때문. 초록은 동색인 셈인데 아무튼 1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돌아왔다.

반가운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얼굴! 차분하면서도 더욱 듬직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구형 모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 약간 불편한 느낌을 줬다. 그에 반해 신형은 좀 더 단정하고, 당당하다. ‘움직임’을 의미하는 ‘키네틱’ 디자인 철학을 반영하듯 한층 역동적인 자태를 뽐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육각형으로 크게 확장된 라디에이터 그릴. 반짝반짝 빛나는 크롬을 두르니 이전보다는 확실히 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안에는 특별한 기능도 숨겨져 있다. 그릴 안으로 몰아치는 공기를 막아주는 셔터가 달린 것. 여름철이나 장거리 주행 시 엔진의 온도가 오르면 셔터를 활짝 열어 열을 식히고, 보통 때는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보닛, 헤드램프, 범퍼 등 전면의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부분도 모두 바꿨다. 헤드램프 살짝, 범퍼형상 살짝 바꾸는 정도의 다른 부분변경 모델에 비하면 신형 쿠가 디자인 변화는 꽤 알차다. 또한 새로운 헤드램프는 주행상황에 따라 스스로 불빛을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주변이 시골길처럼 많이 어두운 곳에선 자동으로 빛을 최대한 멀리 비춰 환하게 한다. 반대차선에서 차가 다가올 경우엔 빛을 아래로 비춰 반대편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 아쉽지만, 낮동안에 이뤄진 시승으로 헤드램프에 적용된 새 기능을 테스트해보진 못했다. 

옆과 뒤는 어떨까? 앞보다는 변화의 폭이 작다. 아니, 테일램프 형상만 약간 손본 정도니 그냥 없다고 봐야겠다. 부분변경답게 전면 성형에만 치중하다 보니 옆과 뒤는 소홀했다. 실내 역시 큰 변화는 없다. 스티어링 휠만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꾼 정도. 다행히 기존의 인테리어가 모던하고 깔끔한 편이어서 올드한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소재나 전체적인 만듦새가 여전히 아쉽다. 곳곳에서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이 가득하다. 

 

뒷좌석 공간은 키 180cm의 승객이 앉아도 편안할 만큼 거주성이 좋았다. 특히 여객기 기내에서 볼법한 테이블도 달려있어 실용적이었다. 트렁크도 넉넉하다. 456L의 용량으로 골프가방이나 유모차 등 기다란 물건도 쉽게 실을 수 있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653L까지 확장된다. 또한, 4540만원의 티타늄 모델에는 뒷범퍼 하단에 발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트렁크 문이 열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장치도 탑재된다.

 

시동을 걸자 약간의 엔진음과 진동이 느껴진다. 그러나 디젤 엔진을 품은 SUV치고 실내는 정숙한 편이다. 파워트레인 변화는 없다. 기존과 같은 직렬 4기통 2.0L 듀라토크 TDCi 터보 180마력 디젤 엔진이 자동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그 힘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네바퀴에 보낸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얹자 1850kg의 차체가 가볍게 앞으로 나아간다. 차체가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묵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조금 더 힘을 실으니 지체 없이 속도가 오른다. 특히 2000rpm을 넘겨 중속 영역에 들어가면 활력이 살아나며 견인력이 세진다.

고속주행감을 느껴보기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시속 120km까지는 경쾌하고 힘있게 달렸지만, 디젤 차량답게 더 높은 고속구간에서는 기운이 살짝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속도는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데 A필러를 치고 들어오는 풍절음이 상당하다. 노면의 소음, 엔진음보다도 바람 소리가 정신없게 만든다. 기어레버를 아래로 한 번 더 당기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엔진의 반응이 한층 예민해진다. 또한, 패들시프트도 달려 있기 때문에 더 극적인 변속도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이스케이프와 달리 탄탄하면서도 유연하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롤 억제 능력이 좋은 편인데, 여기에 지능형 AWD 시스템도 한 몫 거둔다. 노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각 바퀴에 적절한 토크를 분배하는 장치로, 코너나 험로에서 최고의 구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의 양은 계기판의 중앙 모니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와인딩 구간에 접어들자 모니터의 화면은 한층 바빠졌다. 제동능력도 나쁘지 않다. 저속에선 가뿐하게 차를 멈춰 세웠고, 고속에선 차분하게 속도를 줄였다. 

 

신형 쿠가의 전체적인 기본기는 충실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담금질했다고 하는데, 헛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변화된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전면의 모습을 세련되게 잘 다듬었다. 지난해 10월, 쉐보레 트랙스가 얼굴을 싹 바꾸고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신형 쿠가 역시 선전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국산차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과 부족한 실내 마감 품질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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