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이상의 경차, 기아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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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이상의 경차, 기아 모닝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05.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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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뼈경차’, ‘XXXXL 짐꾼’, ‘연비의 신’, ‘주차의 달인’, ‘추돌예방 보디가드’, ‘코너링의 제왕’ 등 기아가 6년 만에 3세대 모닝을 내놓으면서 갖다 붙인 수식어들이다. 경차에 붙이기엔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표현이 가득하다. 이뿐만 아니다. 신형 모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동급최대’, ‘동급유일’, ‘동급최초’의 단어들이 난무했다. 얼마나 자신 있게 만들었길래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것일까? 

일단 신형 모닝은 자동차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갈아치웠다. 구형 플랫폼보다 더 튼튼하고, 더 길어진 새로운 경차 플랫폼이다. 기아차에 따르면 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하면서 차체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한다. 더불어 첨단 안전장치를 대거 탑재한 것도 이전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디자인도 새로워졌다. 특히 앞모습은 몰라보게 강렬해졌는데 개인적으로 기존의 귀여운 디자인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작은 차체에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욱여넣고 역동성을 강조하다보니 다소 과한 느낌이 든다. 마치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에 새롭게 적용되는 ‘아트 컬렉션’ 패키지는 나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커튼을 감싸는 가니시 등에 컬러 포인트를 적용함으로써 개성 있는 분위기를 낸다. 

 

실내의 변화는 만족스럽다. 수평형 인테리어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올려진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는 새롭게 탑재된 'T 맵‘으로 길을 안내하고, 후진 시에는 후방 카메라로 뒤를 비추기도 한다. 또한, 휠베이스가 15mm 늘어난 덕에 실내공간이 더욱 여유로워졌다고 하는데, 기껏 손톱 길이 정도 늘어난 길이는 실제로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성인이 타기에 무리는 없지만, 장거리 이동 시 답답함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트렁크 크기는 기존과 비슷해 보이지만, 아랫부분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 공간 활용성이 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2열 시트가 풀플랫으로 접히기 때문에 큰 짐을 실을 때 유용하다.

 

단단해진 골격은 모닝의 주행감각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승차감은 경차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잘 걸러내고, 방지턱 넘는 느낌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사실 모닝을 타면서 승차감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방지턱을 넘는 순간 말 그대로 의외였다. 살짝 튀어 오른 다음 쿵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뿐히 올라서 사뿐히 내려왔다. 거기에 푹신해진 시트까지 더해져 허리에 전해지는 충격은 더욱 적었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제법이다. 물론 준중형이나 중형차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속 120km 이상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직진안정성을 보여줬다. 더욱이 신형 모닝에는 ‘토크 벡터링 기능’이 들어가 고속선회 능력도 좋아졌다. 바깥쪽 휠과 안쪽 휠에 적절한 구동력이 분배되면서 가볍게 돌아 나오는데,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코너링 맛이었다. ‘코너링의 제왕’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제왕까지는 아니고 꽤 활기찬 핸들링을 가진 경차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주행감각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경차는 경차다. 3기통 998cc의 작은 엔진이 얹혀진 만큼 출력 부분에서 큰 기대는 어렵다.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의 힘을 발휘하는데 고속까지 밀어붙이거나, 경사로를 오르려면 인내심을 갖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야 한다. 그러면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3개의 피스톤을 힘차게 굴린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고 나서부터 거친 소리는 잦아들고 부드럽게 달려준다. 그리고 시승하는 동안 급가속, 급제동이 많았음에도 평균연비는 약 14km/L로 준수한 실연비를 나타냈다. 크루즈 콘트롤을 사용한다거나 발끝의 힘을 더 줄인다면 공인연비(14.7km/L) 이상의 연료효율성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경차 치고는 안전사양도 제법이다. ‘전방충돌 경보 시스템’,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직진 제동 쏠림방지 시스템’, ‘뒷좌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등 고급세단에서나 볼법한 첨단 안전장치들이 탑재된다. 웬만한 중형급 자동차 안전사양 수준이다. 물론 이 장치들을 모두 넣고 싶으면 가장 고급모델인 프레스티지를 선택하거나 30만원을 더 보태 드라이브와이즈 패키지를 추가해야 한다.

기아차가 신형 모닝을 내놓으면서 보인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모닝은 3세대로 진화하면서 괄목할만한 개선을 이뤘고, 구형에 비해 상품성도 좋아졌다. 특히 경차에서 우려되는 안전성을 튼튼한 차체와 첨단 안전장비로 보완한 점은 박수칠 만하다. 하지만 이제 경차의 가격은 더 이상 경차스럽지 않다. 신형 모닝의 가격은 950만원부터 1400만원으로 모든 옵션을 다 넣으면 1600만원까지도 오른다. 각종 편의사양과 안전사양 등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예전같지 않아졌다. 경차가 주는 경제적인 매리트가 다소 줄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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