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해치백, 현대 i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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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해치백, 현대 i30
  • 닉 케킷(Nic Cackett)
  • 승인 2017.05.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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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이제 유럽시장에서 꽤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패밀리 해치백 i30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 중형 SUV 싼타페까지 힘을 얹고 있으니 말이다. 우연한 결과는 아니다. 현대는 2007년 당시 1 세대 i30을 선보이면서 현재와 같은 유럽 판매량을 목표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3세대 모델까지 내놓으며 더 큰 성장을 꾀하고 있다.

 

신형 i30은 이전 모델에 비해 확실한 개선을 이뤘다. 구형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고강도 강철의 양을 두 배로 늘려 차체의 견고함을 높였다. 길이는 더 길게, 높이는 더 낮게 만들어 전체적인 비율도 훨씬 좋아졌다. 이전 모델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샀기 때문에 신형 모델 역시 외관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다.

주행 역동성도 더욱 강화됐다. 기존 모델도 괜찮은 상품성을 갖고 있었지만, 주행성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모델은 기존의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 구조를 유지하지만, 성능이 더 뛰어난 댐퍼를 적용하면서 핸들링이 약 10% 향상됐다고 한다.

엔진도 새로워졌다. 기존 3기통 1.0L 터보 휘발유 엔진과 1.6L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1.4L 140마력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더불어 올해 안으로 N배지를 달고 나올 고성능 모델도 추가될 예정이다.

 

유럽의 해치백 시장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때문에 남다른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이상 눈에 띄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형 i30은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총괄했음에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해 아쉽다. 물론 전체적인 비율이나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i30만의 독창적 이미지가 부족하다. 실내 역시 상당 부분 바뀌었지만, 현대차만의 인테리어 구성은 여전하다. 

중간 사양인 SE Nav 트림부터 센터페시아 위쪽에 8.0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플로팅 타입으로 얹혀진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을 터치식으로 담아내지는 않았다. 주행중 주로 사용되는 기능들은 디스플레이 주변의 버튼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배치했다.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 비행선 밀레니엄 팔콘의 조종석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또한, 열선과 통풍 기능이 모두 들어간 앞좌석은 이 차가 편의사양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실내공간은 차급에 비해 여유롭다. 드라이빙 포지션도 괜찮고 인체공학적으로 잘 만든 편이다.

 

차체도 꼼꼼하게 개선했다. 무게를 줄이면서도 차체강성은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개선된 댐퍼까지 더해져 승차감도 월등히 좋아졌다. 불규칙한 노면으로부터 전해지는 진동과 소음은 깔끔하게 걸러낸다. 한마디로 벤치마킹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회사들의 서스펜션 세팅을 모방해 기존의 거칠고 무르던 하체를 탄탄하게 잡아냈다. 

새로운 휘발유 엔진은 아주 평온하다. 아이들링 상태이거나 먼 거리를 항속할 때 엔진의 떨림이 거의 없고, 조용하다. 그러나 현대차가 주장하는 0→시속 100km까지 8.9초의 가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안락함을 포기해야 한다. 새로운 엔진은 온화한 세팅으로 6000rpm에서 최고출력 140마력을 내고, 1500rpm에서 최대토크 24.6kg·m의 힘을 발휘한다. 

 

핸들링 부분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가볍고 반응이 더뎌 도로와 밀접하게 소통하기 어렵다. 현대차만의 고질적 특징이자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무거운 느낌의 클러치와 날카롭지 않은 변속, 스티어링 등이 그렇다. 이 점을 바로 잡아야 포드, 마쓰다 그리고 세아트 등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i30은 객관적으로, 실질적으로, 가격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봐도 여전히 좋은 선택이다(특히 1.0 T-GDI 모델은 더욱 그렇다). 편의성도 잘 갖추고 주행성능 역시 구형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 완벽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경쟁차종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 특히 이 치열한 해치백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혹독한 담금질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i30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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