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 가문의 순수함을 지킨 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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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 가문의 순수함을 지킨 M2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7.05.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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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전통적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런 정신이 고성능 디비전 M을 만든 배경이다. 하지만 M의 역사를 만든 것은 역발상이다. 디비전 최초의 모델은 미드십 스포츠카 M1이었으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발상을 전환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동안 쌓아온 모터스포츠 기술을 아낌없이 5시리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M5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세단으로 자동차 마니아를 열광시켰다. BMW의 성공을 지켜본 라이벌 브랜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놓고 벌이던 전쟁이 고성능 시장으로 옮겨가게 된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이 좀 다르게 흘러갔다. 차의 크기가 커지고 정통 세단 외에 변종 모델이 더해져 라인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라이벌보다 더 빨리 달리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은 점점 사라져갔다.

 

결국 M의 역발상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크기를 키우고 최신 기술과 고급경쟁 대신 과거의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틀어 BMW M2가 탄생했다. M2의 길이(4468mm)는 오리지널 M5(4620mm)와 M3(4345mm)의 중간이다. BMW와 M디비전이 M2를 어떤 차로 만들려 했는지 크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성능보다 어떤 재미를 줄 것인지 궁금증을 안고 시승을 기다렸다.      

M2는 M가문의 일원답게 강렬한 자태를 뽐낸다. 단지 멋을 부리는 것이 아닌 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곳곳을 매만졌다. 시승차는 흰색 바탕에 M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 남색 3개의 선이 앞뒤 범퍼와 옆면을 수놓았다. 앞모습을 보면 한껏 부풀린 펜더와 크게 입을 벌린 3개의 에어 인테이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양쪽 끝 에어 인테이크에는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에어 커튼을 달았다. 키트니 그릴 위의 M2 배지와 앞 펜더 뒤 에어 인테이크가 일반 BMW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옆모습은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19인치 휠과 M 로고가 새겨진 메탈릭 블루 색상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인상적이다. 뒷모습은 빵빵한 뒤 펜더가 볼륨감을 더한다. 트렁크에 카본 파이버로 만든 리어 스포일러를 달고 범퍼는 카본 파이어 디퓨저와 그 가운데 듀얼 트윈 머플러로 마무리했다.

 

실내는 전형적인 BMW 스타일이다. 대신 카본 파이버와 폴라 블루 스티치로 실내를 꾸며 스포티하다.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M답게 운전자 중심의 인체공학적 설계가 돋보인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비틀고 센터콘솔에는 주행모드 선택 버튼과 기어 레버, iDrive 컨트롤러만 배치해 단촐하다. 다코타 가죽으로 감싼 스포츠 시트는 볼스터를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의 체형에 맞출 수 있다. 이밖에도 M 전용 계기판, 스티어링 그리고 기어 레버 등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을 뒀다. 실내에 들어가 앉으니 낮은 시트 포지션으로 인해 엉덩이가 깊숙이 파묻히고 양쪽의 볼스터는 몸을 단단하게 지지해준다. 낮은 시트 포지션에 비해 전방 시야의 제약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보닛 아래에는 직렬 6기통 3.0L 터보차저 엔진이 똬리를 틀고 있다. 시동을 걸자 생각보다 우렁찬 배기음을 토해낸다. 지나가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만큼 큰 소리는 아니지만 M2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붙잡는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보낸다. 출발하는데 의욕이 너무 앞섰는지 잠시 울컥거린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은 무거운 담력으로 인해 평소보다 다리에 힘을 더 줘야 한다. 속도를 올리자 레이싱 본능이 살아나며 맹렬하게 튀어나간다. 1400~5560rpm에서 최대토크 47.4kg·m이 나오니 주저함이 없다. 최고출력은 370마력/6500rpm. 하지만 공도에서 고회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M2의 0→시속 100km 가속은 4.3초. 감이 안온다면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막 속도를 올릴 때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엔진은 언제든지 준비됐다는 듯이 발을 떼면 잠시 숨을 고르다가도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갖다 대면 다시 야수로 돌변한다. 

 

고속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급하게 밟자 휠 스핀이 일어나며 뒤가 흔들린다. 이때 자세제어장치(DSC)가 개입해 차를 바로잡아 주는데 그 시점이 일반적인 차와 달리 여유가 있다. M2가 서킷과 공도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는 차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세제어장치는 주행 모드를 스포트플러스로 바꾸면 자동으로 해제되고 버튼을 눌러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도에서는 해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플러스 3가지가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미세한 차이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차체를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5링크. M 디비전에서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M2에 최적화 했다. 앞뒤 액슬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스프링 강도를 누그러뜨려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였다. 이는 주행의 역동성으로 나타난다. 컴포트 모드에 놓아도 기본적인 세팅이 원체 단단하므로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차체를 꽉 잡아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안정감을 바탕으로 코너에서 좀 더 욕심을 낼 수 있다. 약간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무리 없이 돌아나가는 것은 물론 클리핑 포인트 앞에서 속도를 높여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예리한 감각의 스티어링 휠이 코너링 능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M2의 스티어링 휠은 딱딱한 차체와 다르게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묵직함은 느껴지는데 힘들일 필요가 없다. M 서보트로닉이 주행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무게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M2는 고성능 차인 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중요하다. 380mm V디스크와 4피스톤 캘리퍼, 뒤는 370mm V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를 달았다. 회복력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하고 내열성이 좋아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여준다. 

 

편의장비는 갖출 것만 갖추었다.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포석이다. 촬영 당일 추운 날씨에 고생했지만 3단으로 조절되는 열선시트가 몸을 따뜻하게 데워줬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고음질 사운드로 분위기를 띄웠다. 후방 카메라는 주차시 넓은 차체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iDriv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하루 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뭐든지 손끝으로 하는데 익숙한 스마트폰 세대와 어울리지 않게 복잡하고 답답했다.  

BMW M2는 M 가문에 태어난 늦둥이 같다. 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훌쩍 커버린 탓에 예전 모습과 달라졌다. M2는 아직 형들에 비해 그 능력은 부족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준다. 우리에게 아직 순수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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